패턴으로 회화가 자유롭게 된다고 생각한 나를 반성하다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단어나 표현은 많은데 입에서 말이 안 나오니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얘기하고 싶어서 어떻게 할 까 방법을 찾아봤다. 주위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는 것은 패턴이나 유용한 일상대화 자료집 같은 것이었다. 그 자료들을 보면서 간단한 회화표현을 몇 개 외우니 말이 잘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표현들은 프리젠테이션 발표와는 달리 일상대화 속에서는 큰 쓸모가 없었다.
일상대화는 외운 곡을 연주하는 것이 아닌 즉흥연주였기 때문이다. 내가 외운 문장이 잘 나오지도 않았고 그 것을 떠올릴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과 반응 속에서 말을 하기에는 나에게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아직 표현들을 덜 외워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이 방법으로는 말을 할 수 없는지 고민이 되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난 후에는 내가 말을 못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았다. 몇 마디 회화표현이나 패턴들은 그 상황을 벗어나면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을 말하는 표현이 다양하게 있는데 그 중 하나만 외운다고 해서 대화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 표현 하나만 외우면서 대화가 되기를 바래왔던 것이다. 물론 이런 패턴들로도 어느 정도의 대화는 되겠지만 정말 한계가 명확했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패턴과 회화표현들을 외워도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열심히 준비를 해서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쳤어도 그 뒤에 나오는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내가 준비한 것과 조금만 달라져도 당황해서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글을 쓸 때는 나에게 준비할 시간이 있었지만 즉각적으로 질문을 받고 답을 할 때는 그럴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영어로 발표는 해도 말은 하지 못 하던 상태였다.
그러던 내가 영어로 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를 바탕으로 매일 영어로 말을 해 보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표현이라도 다양한 감정과 상황에 넣어서 말을 해 보려고 했다. 문법, 어법적인 오류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최대한 많이 뱉어보니 어느새 말을 조금씩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내 몸 안에 입말의 system이 잡혀져 있었다. 그래서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내 의사는 확실히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패턴 책에 나와 있는 정확한 문장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실수할까봐 두려워하거나 패턴 책이나 표현만 계속 외웠다면 아직도 그 상황 속에서 정답만 말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지 못 했을 것이다.
한국어로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 우리는 표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지 않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그대로 밖으로 쏟아내지요. 그런데 왜 영어로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그것은 여러 영어 단어들을 알고 있지만, 그 단어를 가지고 내 생각을 바로바로 표현할 수 있도록 깊게 내 것으로 만든 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는 글말의 규칙으로 영어를 배워왔기 때문에 영어를 내뱉기 위한 기본적인 system조차 엉성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겁먹고 말을 해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뿐더러, 입말을 할 때도 글말처럼 완벽하게 구성하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입말을 할 때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있는 단어로 우선 내뱉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순서도 뒤죽박죽, 어색한 표현들이겠지만 일단 내뱉다 보면 차차 정리가 됩니다. 하지만 이상한 말 (ex 욕이나 슬랭)을 아무렇게나 막 내뱉어 버리면 안 되니깐 최소한의 구어체 표현(영화)들로 집중 연습하면서 system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대부분은 사고의 영역 안에 ‘영어’라는 언어의 system을 만들려고 하지 않고 그냥 어떤 상황에서 무슨 표현을 하는지, 어떤 표현이 있는지를 찾습니다. 그래서 딱 그 상황을 벗어나면 더 이상 말을 못하는 것입니다. 즉, 영어라는 입말을 내뱉기 위한 system이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패턴이나 회화표현들을 익히기 보다는 자신의 사고영역 내에서 영어로 입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영어의 자연발생적 규칙(입말 system)을 체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입말의 규칙이 있습니다. 문법은 정확하게 쓰기 위해서 만든 것이고 입말은 언어가 가지는 자연발생적인 규칙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즉 이런 입말의 규칙을 체화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의 순서나 규칙을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말이 나오게 하려면 다양한 말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반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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