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듯하고 깨끗한 것들보다 낡고 초라한 것들이 더 좋았다.
어린 시절 학교 수업이 끝나면
제대로 된 길을 내버려 두고
청개구리처럼 논두렁 길을 걸었다.
나를 외롭게 만들었던
반듯한 길이 싫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울퉁불퉁한 논길이
마음에 들었다.
울퉁불퉁함이 마치 내 마음과 같아서
그래서 자석 끌리듯 매일 그 길을 걸었다.
가끔 푹 빠지는 재미가 있었다.
매일 운동화가 더러워졌지만.
전혀 화나지 않았다.
거뭇거뭇하게 신발 군데군데
튀어있는 진흙의 혈흔이
아름다워 보였다.
아름답다고 믿고 싶었다.
그 시절.
나는 반듯하고 깨끗한 것들보다
낡고 초라한 것들이 더 좋았다.
그것이 나일지도 모르니까.
또 누군가 일지도 모르니까.
초라한 것들을 사랑하자고
나를 두드리고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