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모두가 상처받고 있었다.
그대가 고독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소식 한번 없는 그대를 원망했다.
그대가 이 세상과 작별인사를 하려고 했을 때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얼음처럼 차가운 당신을 미워했다.
되돌아보니, 당신에게 향했던
미움은 참으로 부질없는 일이었다.
왜 나는 당신이 그토록 차가웠던 이유를
알지 못했을까.
왜 나는 그대에게 항상
상처 받는 존재라 생각했었을까.
당신이 보낸 칼날 같은 시간들이
배가되어 내 가슴을 두드린다.
이제와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당신의 슬픔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죄로
나는 당신으로부터
뜨거운 불 속으로
연기와 함께 사라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