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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애 Dec 21. 2020

회상

나는 반듯하고 깨끗한 것들보다 낡고 초라한 것들이 더 좋았다.

어린 시절 학교 수업이 끝나면 

제대로 된 길을 내버려 두고 

청개구리처럼 논두렁 길을 걸었다.     


나를 외롭게 만들었던

반듯한 길이 싫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울퉁불퉁한 논길이 

마음에 들었다.     


울퉁불퉁함이 마치 내 마음과 같아서 

그래서 자석 끌리듯 매일 그 길을 걸었다.


가끔 푹 빠지는 재미가 있었다. 

매일 운동화가 더러워졌지만.

전혀 화나지 않았다.      


거뭇거뭇하게 신발 군데군데

튀어있는 진흙의 혈흔이

아름다워 보였다. 

아름답다고 믿고 싶었다.     


그 시절.     

나는 반듯하고 깨끗한 것들보다 

낡고 초라한 것들이 더 좋았다.     


그것이 나일지도 모르니까.

또 누군가 일지도 모르니까.

초라한 것들을 사랑하자고

나를 두드리고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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