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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애 Dec 28. 2020

서른, 애매하게 잘한 다는 것

이것저것 다 해보다가 서른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좋아하는 것들이 많았다. 춤, 노래, 글쓰기, 그림, 음악 대체적으로 예술과 관련된 것들을 사랑했다. 이것저것 마음이 동하는 것들은 시도했고 하다가 다른 것이 좋아지면 바로 다른 것을 시작했다. 20대 때는 그런 것들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경험이 많을수록 사람은 성장하기 마련이니까. 세상이 제공하는 많은 것들에 흠뻑 젖어들면, 서른쯤에는 나만에 것을 가진 완성형 인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나에게는 한 가지 단점 있다. 흥미를 잘 잃는다는 것이다. 한 가지에 꽂히면 그것을 한참 하다가 능력치가 클라이맥스에 도달되기 직전에 그만둔다. 좋아하는 것을 한 가지로 추리기가 힘들다. 좋아하는 것을 포기 못하는 성격 탓에 늘 기본 세 가지 이상 병행했고, 바쁘게 살다가 결국 번 아웃이 와서 모두를 포기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 하였다. 스무 살 후반에 들어서고 무언가 잘못되고 있구나를 느꼈다. 주변 친구들이 번듯한 결과물을 낼 때마다 뭐든 애매한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나에게 질문했다.


"내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인생의 결과물은 무엇인가?"


[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


잘 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머리가 터질듯했다. 한 가지 꾸준히 몰입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애매하게 걸쳐있는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는지 며칠 밤을 자책했다. 차라리 한 가지에 미쳐서 앞뒤 안 가리고 달리는 예술가가 되던가. 그럴 용기도 없어서 늘 애매하게 끝나는 허무한 나 자신 보라. 정말이지 한심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나서야 변화해보기로 결심을 했다. 사실 말이 변화지 인간 개조를 해보겠다는 나의 큰 다짐이었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도록 시간을 할애했다. 좋아하는 것을 버려보려 노력했고, 1년 넘게 시도하고 자아 충돌하고를 반복하며, 처절하게 자신과의 싸움을 했다. 1년 동안 정말이지 최악으로 괴로웠다. 나답지 않음을 강요하니 그것만큼 무서운 학대가 없었다. 스스로 절제하면 할수록, 삶의 재미를 잃었고 기계적인 나의 모습을 매일 아침 마주해야 했다.



"어때 좀 나아지는 것 같아?"
"이게 네가 원하던 삶이야? "


나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분명 내가 바라던 방식이었는데.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이도 저도 아닌 채 세상에 매장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바닥을 치니 마음속에 분노가 차올랐다. 왜 내가 이렇게 괴로워해야 하는지 열불이 났다.


"아니 왜 한 가지만 잘해야 되는데?" 스스로에게 따져 물었다. 


결론은 내 말이 맞았다. 


'굳이 한 가지만 좋아할 필요도, 한 가지만 잘할 필요도 없는 거잖아?'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이것저것 다 좋아하는 나. 애매하긴 해도 여러 가지 다 할 줄 아는 나. 남들과 다른 나 그런 나를 인정해보자!

그 누구도 나를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기 때문에 나는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거야. 그래 바로 그게 나인 거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니, 장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다 할 줄 아니까 바닥을 쳐도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선택지가 많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고, 끝맺으려 노력만 한다면 무엇이든 완벽하게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이 많으니, 나는 계속해서 앞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긍정적인 시선을 두고 그 안에서 개선해야 할 점들을 생각했다. 애매한 것이 괴롭다면 내가 좋아하는 애매한 것들을 하나씩 완성시켜보자 


삶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3가지를 추리고 아래와 같은 계획을 세웠다.


1. 책 출판하기

(브런치에 2일에 1번씩 꾸준히 글을 올려보자)

*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되거나, 매거진에 20편 이상 완성된다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을 한 것이다.

2.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입지 다지기

(국비지원받아서 (내일 배움 카드) 공부하고 나의 능력치를 올리자 : 외주 받는 그날까지)

* 첫 외주를 받는 날 프로젝트는 성공한 것이다.

4. 내가 사랑하는 춤을 어떻게 하면 더 가까이할 수 있을지 생각하기

(댄서가 될 수 있는 법을 찾아보자, 능력치를 올리자)

* 직접 만든 코레오 댄스 영상을 찍거나, 대회에 참가하거나, 학교로 출강 나가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한 것이다.


나는 앞으로 이 네 가지를 끝맺음 해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브런치 매거진에 꾸준히 글이 올라온다면 그 말은 내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이 세상에 애매한 능력 때문에 괴로운 친구들아 나와 함께 좋아하는 것들을 완성시켜나가 보자. 하나만 하면 재미없는 인생 여러 개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보자. 

그러니 나의 글이 꾸준히 올라올 수 있도록 아낌없는 응원 부탁한다. 

답답한 삼십대지만 행복한 삼십 대를 꿈꾸며 첫 번째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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