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대가 뭐가 어때서요?
쓰린 알코올 향이 코에 닿는다. 예전에는 이 맛이 그저 어른인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먹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마음이 복잡할 때 저절로 생각나는 맛이 되었다. 연말 연초답게 며칠을 알코올과 함께했다. 이십 대 때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 했는데. 지금은 내 앞가림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튀어나온다. 이것도 내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겠지. 2020년 무얼 했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래도 사람답게 살아보겠다고 참으로 발 버퉁쳤던 것 같다. 연말 연초가 그러하듯 나는 올해도 갓 태어난 아이처럼 새로운 다짐을 써 내려간다.
- 책 쓰기
- 프리랜서에서 +a 직장 구직 생각해보기 (가능하면 해보기로)
- 디자인 자격증 취득하기
- 돈 모으기
- 코로나만 괜찮아진다면 더 열심히 춤추기
몇 가지 계획 중에 작년에 끝내려 했던 계획들도 보이지만, 과거의 나에게 왜 그랬냐 나무래 받자 소용없는 일.
냉담한 평가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싶다
'사람답게 살아보겠다고 참 고생 많았다!'
서른 살에는 삼십 대에 들어선 것 자체가 참 무섭고 싫었는데 서른한 살을 잘 버텨 내고 나니 삼십 대가 나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계절로 따지자면 단풍이 붉게 무르익어가는 시간 같다고나 할까?
올해 내가 새롭게 계획한 것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일러스트 전문가로 활동하기 위해 전문 자격증을 따고 그림으로 외주작업을 하는 작가로 거듭나는 것이다. 2년 전부터 디지털 노매드의 꿈을 꿔왔는데 아직은 완벽한 모습이 아닌 것 같아 이 애매한 부분을 채우려 한다. 실력을 키우고 자리를 잡으면 애매한 디자이너의 모습을 청산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안정을 위해 추가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일을 구하려는 이유는, 매달 돈 걱정하는 것도 있지만, 돈을 모아서 내년쯤 좋아하는 춤을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기 때문이다. 춤추는 일을 지금까지는 취미로 남겨두었지만. 인생 살면서 춤만큼 미치도록 좋아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학교 입학을 해서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 단순히 배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졸업 후 댄서로써 (다른 직업) 활동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하고 있다. 입학을 못하게 된다면 대형 학원에서 스킬을 키워서 댄서 활동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 무리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꿈은 죄가 아니니까.
올해는 최종 목표치에 잘 도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볼 거다. 그렇다고 전처럼 스스로를 푸시하지는 않을 거다. 미워도 사랑하는 나의 애매한 것들을 끝맺음 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