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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애 Jun 09. 2022

한번쯤 찾아오는 매운맛 슬럼프

빠르게 불타올랐다 사라지는 열정은 또 다른 방향으로 그 불씨를 지핀다.

20220609 수요일 일기


회사에 입사한 지 벌써 2년이 되었다. 회사에 다니기 전에는 프리랜서로써 겪는 자금에 대한 불안함과 괴로움이 가득했다. 분명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 같은데 내가 원하는 만큼 되지 않았을 때가 많았고, 그 괴로움은 나의 모든 날을 지배했다.


회사에 입사하고 첫 일 년은 정말 행복했다. 고정수입이 주는 안정감과 나라는 사람이 어딘가에 쓸모 있는 사람으로서 기능한다는 사실이 기뻤다. 무엇을 해도 원하는 만큼의 위치에 올라서지 못했던 내가 회사에서 크고 작은 성과들을 만들어내는 기쁨은 바닥을 치던 자존감을 한 번에 끌어올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첫 일 년은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에 만족하며, 즐겁게 회사를 다녔다. 그곳에서의 인간관계도 별 탈 없이 

완벽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그러나 입사 2년 차가 되자 많은 것들이 변했다. 첫 일 년 동안 모든 걸 바쳐 일한 탓에 회사는 온갖 일들을 나에게 맡기기 시작했고, 하루를 꽉 채워도 완벽하게 완성되지 못하는 일에 지치기 시작했다. 많은 업무를 하는 만큼 상사에게 지지를 받는 나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불편하고 힘든 순간들이 나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를 만큼 정신적으로 힘겨워지기 시작했고, 모든 것에 열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던 지난날의 내가 떠올랐다. 프리랜서로 일을 했을 때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것을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지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사는 삶이 내가 바라던 삶이 맞는지 회사 생활하며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나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유튜브 영상 중 '드로우 앤드류'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회사를 나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회사는 내 삶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요즘 나의 기분은 딱 이렇다. 열정 바쳐 일했는데 버림받은 느낌. 그저 하나의 도구로써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 결국 내가 이 회사를 나오면 다시 원점,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는 것. 갑자기 모든 것들이 끔찍하게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프리랜서로 그림 그리는 일을 했지만, 독학으로 겨우 한 거라 전문적인 기술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수익을 창출해내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 조금씩 얕게 결국 내가 자신 있게 난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잘해요!!라고 말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현실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무엇인지 노트에 하나씩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를 나와도 아무것도 아닌 내가 아니라, 회사가 없어도 우뚝 서는 내가 되기 위해 하나씩 나의 루틴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보통 사람들은 하루의 해야 할 일 (to do list)를 만들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하지 말아야 할 일 (not to do list)를 만든다고 한다. 내가 오늘 하루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적음으로써 나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to do list와 not to do list를 매일 적기로 했다. 적는 것이 시작이라고 매일 보고 쓰다 보면 무이식적으로 행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나의 삶을 더 사랑하기 위해 끊임없이 퇴보하는 나를 잡아끌어야 한다. 노력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면 후퇴할 것이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아가려 하면 나다운 자신에게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믿기로 했다.


인생 복잡하게 생각 안 하고 편하게 살면 좋을 텐데. 

뭘 해도 어중간한 내가

뭘 해도 확실하게 해내는 거 없는 내가 

참을 수 없이 싫고 용서가 안돼서 안 되겠다. 

 

꾸준히 확실히 해내는 나를 찾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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