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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애 Jul 27. 2022

퇴사가 답일까?

나를 위해 과감해지기로 했다.

회사에서 나에게 일이 주어졌을 때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지 않은 적이 없다. 어떤 일이 주어지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일 잘러 강박이 있어서 늘 완벽하게 하려고 애를 썼다. 회사는 막 내부 체계를 만들어가는 단계이고 내가 입사하기 전까지 홍보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이 없어 내가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하는 상태였다. 홍보가 전혀 안 돼있는 회사에 이미지 메이킹부터 프로그램 기획 등 모든 일을 도맡게 된 것이다.


초창기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나에게 조언해줄 만한 상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디자인이나 기획에 있어 나의 생각이 매번 옳지 않을 수 있는데 이것에 대한 지식이 있는 상사가 없으니 너무 괴로웠다.

모를 때는 인터넷 서치를 하고, 따로 배우기도 하며 나에게 주어진 모든 일에 진심을 다했다. 일잘러 인상이 새겨지고 나서부터는 회사의 크고 작은 일들을 도맡아 하기 시작했고 대기업이라면 부서로 나뉠 여러 일들이 모두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올해 프로그램 기획, 디자인, 굿즈 제작, 홍보마케팅, 홈페이지 관리 등 내가 안 건드는 일이 없을 정도로 나의 업무량은 어마 무시하게 늘어났다. 2021년도 한 해 동안은 업무강도에 스트레스도 받고 너무 힘들었지만, 회사에서 나의 노고를 인정하고 알아줬기에 그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작년보다 업무량은 더 늘어났고, 많은 업무는 당연히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간단하고 쉬운 일들조차 나의 일이 되어버렸다. 내가 열심히 이루어낸 성과들이 얼마나 큰 성과인지 요즘 트렌드를 잘 모르는 상사들은 알지 못했다. (열심히 쓴 결과보고서도 제대로 안 본다.) 나랏돈을 받는 회사였기에 시의원들이 좋아할 만한 일이나, 우리가 아닌 그들의 성과가 될만한 허상에 집착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여기서 더 성장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퇴사를 반복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상사 외 업무 스킬적으로 배울 수 있는 상사가 없다는 것. 쉬는 날 업무 문자가 계속 오고, 주말 근무가 잦다는 점. 과도한 업무량에도 당연시하는 것. 주말 근무에도 주말 수당을 못 받고, 월차 역시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 친했던 직원의 시기 질투로 인간관계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점.


한 해가 지나도 나의 월급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고 10개월 계약직으로 앞으로도 지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그동안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온 이유는 나의 조건에서 내가 하고 싶은 기획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회사 사람들이 나를 지지해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사람들에게 상처받았고, 너무 많은 일에 지쳤다. 이제는 나의 능력을 나 자신에게 쓰고 싶다. 안정적인 수입이 없다는 것이 제일 두렵고 어렵지만, 퇴사가 올해가 될지, 1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나의 기반을 마련해 둘 생각이다.


회사에서 더 이상 성장하는 나를 찾을 수 없다면, 회사가 나를 아프게 한다면 퇴사를 준비하자. 그것이 1년 후가 되었든 2년 후가 되었든 회사를 다니는 동안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동안) 나의 에너지를 나에게로 돌려 나의 능력을 키우자. 더 이상 회사가 필요하지 않은 그 순간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표를 던질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도록.



2022/07/27 퇴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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