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청 Jun 25. 2021

[쓰담쓰談04]이발사의 일곱 번째 금단지

완물상지(玩物喪志)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사는 이발사가 있었습니다. 이발을 잘하던 그는 궁궐에까지 소문이나 왕실 이발사가 되어 임금의 총애를 한 몸에 받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임금님의 머리를 깎고 문을 나서는 길에 궁궐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금단지를 주겠다는 음성이었습니다. 이발사가 뒤를 돌아보았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또다시 이발사의 뒤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니 금단지 일곱 개를 주겠다는 소리였습니다. 이발사는 임금이 주는 선물인가보다 하고 그는 흔쾌히 받겠다고 응답을 했습니다.     


이발사가 집에 도착해보니 이미 금단지 일곱 개가 방안에 놓여있었습니다. 이제 이발사는 남 부럽지 않은 부자가 되었습니다. 평생 쓰고도 남을 금이 항아리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금단지를 가만히 살펴보니 단지 여섯 개는 금이 가득 찼는데 나머지 한 개에는 절반밖에 차 있지 않았습니다. 순간 이발사는 절반밖에 차지 않은 금단지에도 금을 가득 채울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이발사는 금단지를 가득 채우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일곱 번째 금단지는 언제나 절반밖에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일도 더 열심히 하고 그 덕에 봉급도 올려 받았습니다, 그래도 일곱 번째 금단지는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이발사는 급기야 먹을 것, 입을 것을 줄여가며 마지막 금단지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시 마지막 금단지는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금단지를 일곱 개나 가졌지만, 마지막 단지를 채우지 못한 이발사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졌습니다. 그리고 가난했지만 자기 일에 성실하며 행복해 보였던 이발사의 모습은 이제 더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금단지를 가진 후 이발사를 하면서 모두를 고무시키는 미소도 짓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머리를 손질하며 건네는 덕담도 찾아볼수 없었습니다. 조용히 흥겹게 노래하며 가위질을 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이를 본 임금이 이발사에게 “월급도 몇 배나 오르고 살림살이도 나아졌을 텐데 왜 행색이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이발사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발사의 이야기를 들은 임금이 말했습니다. 예전에 악마가 임금에게도 금단지를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임금은 금단지의 금을 쓸수 있게 해달라고 했답니다. 모으기만 하면 소용이 없으니 쓰고 누리며 살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악마는 임금에게 주었던 금단지를 들고 사라졌답니다. 바로 이발사에게 준 그 금단지입니다.     


임금이 이야기했습니다.


행복해지려거든 자네도 그 금 단지를 버리게.
평생 우리의 마음을 금단지에 묶어 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채워지지 않은 일곱 번째 금단지는 바로 우리의 욕망과 허영심입니다. 금이 여섯 단지나 있음에도 채워지지 않은 일곱 번째 금단지 때문에 만족이 되지 않습니다. 절반밖에 채워지지 않은 일곱 번째 금단지 때문에 여섯 개의 금단지는 보이지도 않는 것이지요. 이렇게 욕심은 또 다른 욕심을 낳고 욕심으로 가득 찬 마음은 삶을 각박하게 하고 불안하게 합니다. 욕심을 품을수록 인간은 욕망에 구속되기 때문입니다.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소유하면 소유할수록 여유로워지거나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욕망에 예속됩니다. 마치 채워지지 않은 악마의 일곱 번째 금단지 와 같습니다.     


완물상지(玩物喪志)라는 말이 있습니다. 뭔가를 소유하게 되면 그것에 모든 마음을 빼앗긴다는 뜻입니다. 물건이나 재물은 면적을 차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속에도 자리를 틀고 앉아 관심과 여유를 빼앗습니다. 무엇인가를 소유하게 되면 그때부터 더 채우고 싶고 더 갖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는 비단 물건뿐만 아닙니다. 모든 일이 잘돼 풍요가 생기면 감사의 마음을 빼앗기고, 좋은 직장과 일을 얻어 그것에 열심을 내다보면 가족과 이웃들의 소중함을 잊게 됩니다. 절대 다른 것들이 마음을 비집고 들어올 공간이 없습니다.     


무엇이 그토록 삶의 소중한 것들을 대신할 만큼 중요한 것일까요? 가진 것들에 자족하고 처한 현실에 먼저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곱 번째 금단지에 채워지지 않을 욕망을 채우기보다는 우리의 인생에 정말로 중요한 것들을 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카를 힐티는 “인류 최대의 불행은 농사가 잘못되었거나 화재를 당했다거나 또는 나쁜 사람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것보다 개개인이 서로 화목하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라고 했습니다. 부모와 형제와 이웃, 그리고 친척이나 친구들과 화목한 것이 행복의 출발점이라는 것입니다. 채워지지 않은 일곱 번째 금단지는 그대로 비워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부드러운 미소와 명랑한 언어,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로움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채워야 합니다.     

채워지지 않은 일곱 번째 금단지의 빈 공간은 자족과 감사의 마음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더 많이 가졌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현청 : 콘텐츠기획자, 스토리마케터, 브랜드저널리스트, 언론인, 국제구호개발가, 로푸드연구가, 오지여행가, 서울리더스클럽회장, 블루에이지 회장

www.hyuncheong.xyz

작가의 이전글 [쓰담쓰談03]No Where, Now Her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