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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콴 Apr 01. 2020

투석의 진보, 환자와 공동체를 위한 필요한 걸음

2020년 <NATURE> 3월호 중심으로 

 얼마 전 종영한 ‘동백꽃 필 무렵’은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받은 동백이가 기구한 삶을 이겨내는 드라마이다. 극 중에 느닷없이 찾아온 동백이 엄마는 '다낭성 신질환'을 앓고 있어서 딸에게 병을 숨기려고 어디를 가는지 말하지 않고, 투석을 받으러 다닌다.


 신장은 하루에 180리터의 혈액을 걸러내는데 '다낭성 신질환'처럼 질병으로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인공적인 방법인 '투석'으로 이를 대체해야 한다. 하지만 혈액투석은 일반적으로 병원 내 인공신장실에서 하루에 4시간씩, 주 3회씩 시행한다. 사회복지 서비스가 좋아지고 있지만 장기 치료로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적 고립감도 잇따르는 게 현실이다. 그러므로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이가 엄마에게 신장이식을 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처럼 현시점에서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는 '신장이식'이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의 엄마가 투석실에 누워있다 ©KBS

만성신부전증에 의한 사망자 많지만... 절반 정도만 치료받아


<NATURE>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20만 명의 사람들이 신장이 망가지는 신장 부전(kidney failure)으로 세상을 떠난다. 보통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은 고혈압과 당뇨병을 동시에 앓고 있는 사람이 많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작은 혈관 실타래로 이뤄진 신장을 압박하여 손상시킨다. 생존율은 옛날에 비해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미국의 혈액투석환자 5년 생존율은 42%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20만 명의 사람들이 신장질환으로 세상을 떠난다 ©NATURE

 우리나라는 어떨까? 대한신장학회에서 발행한 '2019년도 신대체요법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환자 수는 약 10만 명이다. 혈액투석환자 7만 7617명, 신장이식 2만 119명, 복막투석 6,248명으로 최근 5년간 26% 증가했다. 1) 우리나라가 생존율에서는 미국을 앞선다. 미국의 혈액투석환자 5년 생존율이 42%였다면, 우리나라 혈액투석환자 5년 생존율은 61%, 10년 생존율은 40%이다.


 <NATURE>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540만 명이 '투석이나 이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치료를 받지 못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5년에 <LANCET>에 실린 논문에선 전 세계에서 최소 400만 명에서 최대 900만 명정도가 '투석과 이식' 같은 신대체요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2)


 특히, 국가별 보건 환경에 따라 투석에 대한 접근이 불평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아시아에서는 신대체요법(투석과 이식)을 받아야 할 환자 중 약 3분의 1 정도만 투석을 받고, 아프리카에서는 그것보다 더 적은 16%로 추정하고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환자들은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몇 개월 이상 치료를 지속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3)

전 세계적으로 투석이나 이식을 받아야 할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네이처

환자와 공동체 그리고 환경을 위해서 투석 기술의 진보가 필요하다


 투석의 접근성이 낮은 이유는 '투석 기술의 한계'와 '비용'을 꼽을 수 있다.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를 100kg가 넘는 기계에 연결해, '1회 4시간, 주 3회'에 걸쳐 혈액에서 독소를 여과한다. 여과된 체액이 체내로 들어왔을 때 재조정된 염(salt), 칼슘, 칼륨, 인 같은 미네랄 수준을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이나 투석 클리닉을 방문하는 수고로움과 치료에서의 피로함을 피할 수 없다.


 투석은 공동체 입장에서도 꽤나 사회적 비용이 드는 치료다. 미국에서 투석 치료는 환자 당 연간 91,000달러(한화로 약 1억 원)가 소요되고, 모든 말기신부전 환자들의 치료비용은 최소 350억 달러(한화로 42조 원) 이상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심평원이 일부 공개한 2018년 혈액투석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5년 1조 9000억 원 수준이었던 진료비는 2021년 3조 원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고가의 치료법은 당연히 의료 환경이 척박한 동남아시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서 받기 힘들 것이다.


 또, 투석에는 많은 자원이 소요된다. 투석 4시간 동안 120~180리터의 여과수가 필요한데, 한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제공되는 투석은 1,560억 리터의 물과 약 16억 2,000만 킬로와트시의 전력—이것은 유럽의 소도시 하나를 1년 동안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과 얼추 비슷하다—을 요구한다"라고 한다. 투석에 사용되는 소모재들은 플라스틱 재료로 사용하고 있어 엄청난 플라스틱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4) 환경적인 관점에서도 투석에 있어서 기술 발전이 꼭 필요하다.


투석의 시작과 미래


 2020년 3월 12일에 발행된  <NATURE>에서는 'Turbocharging Dialysis'라는 특집 기사를 실었다. 신장질환은 HIV나 결핵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내지만 환자들에게 필요한 투석 기술은 개발된 지 70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라고 비판한다.


 처음으로 혈액투석치료에 성공한 사람은 미국 오하이오 클리브랜드병원 내과의사였던 빌렘 요한 콜프(Willem Johan Kolff)이다. 1942년, 그는 목제 드럼통, 세탁용 싱크대(Laudary tub), 소시지를 싸는 데 썼던 셀로판 튜브로 투석기를 만들었다.(좌측 하단 사진 ) 실제로 15명의 환자들에게 써보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이 사망했고, 16번째 투석기를 사용한 환자는 신장 투석 효과를 보이며 인류 처음으로 인공신장의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현대의 투석기는 과거의 투석기와 비교하여 발전하지 않았다. 물론 멋진 LCD 화면과 현대적인 컨트롤러를 장착했지만 투석기의 기본적인 작동원리는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CDI(Center for Dialysis Innovation)의 의장인 Buddy Ratner는 “1960년대의 기계 (우측 상단) 그림을 보십시오. 오늘날 기계와 작동 원리는 매우 비슷합니다.”라고 Nature와의 인터뷰에서 꼬집었다.

1942년 목제 드럼통, 세탁용 싱크대로 만들어진 최초의 투석기(좌) 1960년대 투석기(우) ©네이처

 세계에 많은 엔지니어, 의사, 기업에서 정체되어 있는 신장 치료에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소형화된 투석기이다. 투석기를 소형화해서 휴대할 수 있거나 나아가 입고 벗을 수 있는 'wearable' 투석기까지 개발하려고 한다. 만약 성공한다면 만성신부전 환자들은 일주일에 세 번, 4시간씩 병원에 누워있을 필요가 없다. 투석에 대한 접근이 쉬워져 환자가 원할 때 투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길 것이다.


두 번째는 외과적으로 이식할 수 있는 '인공 신장'을 개발하는 것이다. 만성 신장환자에게 신장 이식은 축복이다. 이식만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많은 경우가 정상인과 같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신장을 줄 공여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축복을 누리는 사람들은 극히 적다. 우리나라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3만 4187명이지만 실제로 이식받은 사람은 2,810명(8.2%)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와 미국신장학회(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가 주도하는 KidneyX 파트너십을 통해 인공 신장에 대한 연구를 장려하고 있으며 향후 5년간 2억 5천만 달러를 모금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갈 길을 멀다. 작년에는 미국의 15개 연구팀이 다양한 투석 장치와 신장 이식 관련 연구를 통해 총 110만 달러를 지원했을 뿐이다.


 KidneyX 운영위원회 의장을 맡고 John Sedor(Nephrologist at the Cleveland Clinic in Ohio)는 "향후 5년 내에 훨씬 더 많은 ‘휴대용 기기’가 출시될 수 있고, 다음 10년 내에 첫 번째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투석의 최종 미래인  Wearable 투석기가 한창 연구 중이다


진화하고 있는 투석 기술들.. 상용화는 아직


 <NATURE>에 특별 기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휴대용 투석 장치들은 진보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투석 장치에 대한 임상 연구가 마무리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들은 말기 신부전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의료 관련 법안들과 비교하였을 때 훨씬 경제적이다.


 투석기 소형화를 하기 위해서 가장 큰 허들은 투석에 필요한 필요한 물의 양을 상당히 줄이는 것이다. 시애틀에 있는 CDI(Center for Dialysis Innovation) 연구원들은 빛을 이용하여 카트리지를 통해 사용된 투석액을 밀어내 요소를 제거한다. 요소를 질소와 이산화탄소로 변환하여 투석 용액을 재활용할 수 있게끔 개발했다. 이 방법으로 24시간 안에 15g의 요소를 제거할 수 있으며, 이는 대부분 신부전 환자에게 충분한 양으로 750ml의 용액만 있으면 된다.


 유럽의 NextKidney라는 회사는 2023년 출시를 목표로 휴대용 투석기계를 개발 중이다. 최근에 나온 프로토타입은 무게가 약 10킬로그램이고, 6리터의 투석액만이 필요해서 집에서 사용 가능하다. 이 장치는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흡수성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필요한 투석 용액의 양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싱가포르 의료기기 회사인 AWAK의 연구 팀은 무게가 3kg 이하인 투석 기계를 테스트하고 있다. 복막 투석을 위한 투석기로, 카테터를 사용하여 복강 내로 투석 용액을 보내 복막에서 혈액에서 독소를 걸러내 용액과 함께 빈 백으로 배출한다. AWAK 장치는 펌프와 카트리지를 사용해 재순환될 수 있도록 사용한 용액에서 독소를 흡수한다. 일일 치료 시간은 7-10시간이다.



카트리지를 통해 사용하는 AWAK© 사의 Wearable 복막투석기(좌) NextKidney©라는 회사에서 개발중인 휴대용 투석기(우)


 AWAK사는 2018년 싱가포르 종합병원에서 15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안전성 시험을 완료했다. 일부 환자는 복부 불편감이나 팽만감을 경험했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 복막 투석기는 FDA의 ‘breakthrough devices’ 프로그램으로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병원의 통제된 환경에서 시험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장치를 사용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고 지적한다. 또한 투석 용액의 지속적인 재순환으로 인해 미세하게 복막이 변형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인공신장에는 회의적이지만... 이종이식이란 방법도 있다


 UCSF와 밴더빌트 대학교 (Vanderbilt University)의 연구팀은 투석기계보다는 이식 가능한 인공신장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신장전문의 윌리엄 피셀 (William Fissell)은 "현재 만들어진 시제품이 주요 동맥에 부착되어 혈압에 의해 구동되기 때문에 인공적인 펌프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장치에 주요 기능은 신장과 비슷하다. 혈액여과시스템(blood-filtration system)과 재보정한 미네랄을 다시 주입(cell-infused recalibration module)하는 것이다. 작년 말, 미국 신장 협회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회의에서는 이 장치를 돼지에게 이식해 안전성을 확인했다. 면역반응과 혈액응고 등 이식 장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심각한 이상반응은 일어나지 않고, 첫 번째 안전성 시험을 마쳤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신장전문의들은 회의적이다. 사람에게 이식이 가능한 신장을 만들려면 설계가 더 복잡해질 것이고, 이식하는 사람과의 여러 가지 생물학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팀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FDA의 의료기기 및 방사선 건강 센터의 혁신기술 파트 디렉터 Sheldon은 "신장의 정교함을 재현하는 것이 너무 복잡하며 공학과 생물학이 함께 진보해야 하며 무엇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7년 9월 사이언스©

 최근에 각국에서는 돼지의 신장을 이식하는 이종이식을 연구하고 있다. 장기의 기능이나 크기가 사람과 비슷한 돼지는 이종 장기 이식에 가장 적합한 종으로 꼽힌다. 문제는 돼지가 가진 질병 바이러스였다. 2017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팀은 제약회사 이제네시스(eGenesis)와 공동으로 걸림돌로 꼽혔던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PERV·Porcine Endogenous RetroViruses)’를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유전자가위'로 없앤 돼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인류의 신부전 치료는 여기서 멈춰 선 안된다. 100kg가 넘는 투석기를 몸에 지닐정도로 가볍게 만들어져야 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식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 나아가 최첨단의 기술들이 세계 여러 지역에 도달하기를 희망한다. 과학이 쌓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불평등한 의료 접근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되었으면 한다.



Reference


원문) How artificial kidneys and miniaturized dialysis could save millions of lives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0671-8

1) 우리나라 신대체요법의 현황, 대한신장학회, 2019

2)Liyanage et al. Lancet 385, 1975–1982 (2015),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14)61601-9/fulltext)

3) Ashuntantang, G. et al. Lancet Glob. Health 5, e408–17 (2017),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glo/article/PIIS2214-109X(17)30057-8/fulltext

4) BRIC 바이오토픽, 소홀히 취급되는 만성신장병,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돼(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15301&Page=1&SOURCE=6&fbclid=IwAR2HMic9mg3sKrK7PQoMIcb0Dqcpi6QL3gKNrXbhskU0G-fLBlmojzPc7H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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