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가뭄으로 손 씻기, 세탁 등 위생 활동이 줄어
이제 나파밸리 와인이 귀해지겠다. 캘리포니아 산불이 올해는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나파 카운티까지 덮쳤다. 나파밸리의 대표 양조장인 '샤토 보스웰'과 1860년대부터 와인을 생산하는 세인트 헬레나 포도밭이 불에 탔으며, 나파 밸리의 475개 와이너리가 피해를 입었다.
최악의 가뭄에서 비롯된 산불이다
올해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발화는 8,300건이며, 산불 피해 면적이 1만 6,187㎢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주 산불 피해 규모를 우리나라 대한민국 면적(10만 401㎢)에 비교해보면 대한민국 국토의 약 15%가 화마에 휩싸인 셈이다.
미국의 산불은 올해 만의 일은 아니고, 2000년부터 20년 동안 크고, 작은 불이 계속되고 있다. 산불이 나는 이유는 자연 발화, 낙뢰, 풍등 등 다양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가뭄이다. 이 가뭄은 캘리포니아 주가 생긴 이래 최대의 가뭄이며, 전문가들은 엘리뇨와 인간의 장기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가뭄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 연방 정부가 운영하는 가뭄완화센터(National Drought Mitigation Center)에서는 캘리포니아 가뭄의 정도를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가뭄의 수준을 왼쪽 그림과 같이 비정상적인 건조 상태(D0)부터 고도의 가뭄상태(D4)까지 5단계로 나누었다. 오른쪽 그림에 캘리포니아 면적을 100으로 보고 면적당 가뭄의 영향을 받고 있는 면적들을 색깔로 상태를 표현했다. 2007년부터 2008년, 그리고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극도의 가뭄에 시달렸고, 가뭄이 심했던 기간에 산불로 역대 최대 면적을 태운 기간이기도 했다.
2012년에 시작된 가뭄은 땅 위에 있는 물을 줄이고, 지하수를 고갈시켰다. 수천 개의 우물이 마르고, 가뭄으로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죽었다. 캘리포니아 내륙 산기슭에 있는 Mariposa 카운티는 산림파괴가 심각했다. 카운티 내 소나무, 전나무와 참나무의 사망률이 30~50 %로 추정된다. 최근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가뭄으로 캘리포니아에서 264조 리터의 지하수들이 사라졌고, 엄청난 무게로 지각을 누르고 있던 지하수가 사라지면서 미서부 지역의 지층이 융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은 일상을 바꿔버린다
2014년부터 2015년 11년까지 Edmund G. Brown Jr. 주지사는 64개 카운티에서 비상사태를(Emergency Proclamation)을 선포해야만 했다. 2015년부터 물 사용량을 25% 이상 감축하는 '강제 절수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자치단체별 절수 비율을 할당하는 시행규칙까지 제정했다. 또한 가정과 골프장 등에서 잔디 대신에 절수형 식물로 대체하고, 물청소와 세차 등 2017년까지 야외 물 사용을 요일별로 제한했다.
또한, 가정에서 물 사용이 많을수록 요금이 할증되는 누진제로 수돗물값의 인상이 되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는 물을 쓰지 않고 머리를 감을 수 있는 드라이 샴푸나 물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세척제의 소비량이 가뭄 전과 비교해 다섯 배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주정부에서는 샤워기, 욕조 및 세탁기에서 나오는 폐수를 재사용하는 시스템인 Graywater System 설치를 장려하기도 했다.
긴급 보건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사, CASPER
(Community Assessment for Public Health Emergency Response)
가뭄에 대한 연구는 대개 개발도상국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 가뭄이 구성원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규명되지 않았다. 2015년 10월과 11월, 캘리포니아 보건 당국(California Department of Public Health는 Mariposa County Health Department)은 가뭄이 인구집단에 영향을 어떻게 끼치는지 정량화하고, 공중 보건 상의 결정과 조치에 필요한 조사를 진행했다. Tulare와 Mariposa 두 개의 카운티에서 가뭄에 관한 지식, 태도 및 관행, 물에 대한 접근 및 사용, 물 절약 관행을 조사했다. 약 2만 명, 600 가정에서 설문에 참여했다.
가뭄으로 가장 심하게 고통받고 있는 지역은 남부 Tulare였다. Talure 남부에서 응답한 사람들의 48%가 가뭄이 자신의 재산에 영향을 줬고, 20%는 자신의 건강에 영향을 줬고, 49%는 정신적 안녕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심지어 남부 Tulare에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 중 34%는 다른 곳의 이사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ariposa 카운티 사람들 중 61%가 가뭄이 자신의 정신적인 평화를 깨뜨렸다고 응답했다.
게다가 추가로 밝혀진 사실은 가뭄으로 손 씻기 같은 위생 활동이 줄었다는 것이다. 응답한 사람들의 58%가 샤워 횟수가 줄었다고 대답했다. 59%가 손 씻기가 횟수와 기간이 줄었다고 대답했으며, 54%가 음식을 씻는 횟수와 기간이 줄었다고 대답했다.
가뭄은 침묵 속에서 진행되는 재난
캘리포니아의 반대편인 미국 북동부는 허리케인으로 몸살을 앓는다. 2012년, 미국 북동부 해안선을 황폐화시킨 샌디는 뉴욕시의 홍수를 야기했고, 대규모 정전사태로 거의 2백만 명이 영향을 받았다. 병원과 요양원에서 6,500명의 환자를 강제 대피시켰으며, 110만 명의 어린이가 일주일 동안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미국 북동부의 허리케인은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로 발생 빈도를 늘리고 있으며, 강력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래 지속되고, 내륙 쪽으로 더 멀리 이동하고 있다.
가뭄은 태풍이나 폭설 같이 단시간에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시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다른 재난에 비해 그 심각성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가뭄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경제, 환경, 지역 사회, 사회적 결속과 광범위한 영역에서 영향을 미친다.
물이 부족한 세상을 상상해보자. 인간은 물을 마시지 않고는 제정신으로 하루도 버틸 수 없다. 씻을 수 있는 물이 부족해지면 위생 활동에 소극적이게 돼 다른 감염병에도 취약해진다. CDC는 손 씻기를 COVID-19에서 상황에서 '셀프 백신'이라고 할 정도로 쉽고, 효과적인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COVID-19이 아니더라도 장티푸스, A형 간염, 인플루엔자 같은 다른 질병에도 취약해진다.
캘리포니아 산불은 사건에 가까운 산불이 아니라 기후 위기의 결과였다. 산불에 깔려 있는 장기적인 가뭄은 아주 조용히 진행되는 만성적인 재난이고, 이러한 가뭄은 생각보다 빠르게 인간에게 영향을 미쳤다. 어쩌면 인류는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건기와 건기를 따지지 않고, 기후 위기 한가운데에 서있는지 모르겠다. 오늘의 나부터 리더가 바뀐 미국까지, 지구에 살아가는 모두가 기후 변화를 멈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참고자료:
Disaster epidemiology : methods and applications, Jennifer A. Horney, Elsevier, 2018.
CDPH. (2015a). Community Assessment for Public Health Emergency Response (CASPER) addressing the California drought - Mariposa County, California, November 2015. (https://www.cdph.ca.gov/Programs/CCDPHP/DEODC/CDPH%20Document%20Library/Mariposa%202015%20CASPER%20report.pdf)
CDPH. (2015b). Community Assessment for Public Health Emergency Response (CASPER) addressing the California drought - Tulare County, California, October 2015. Available from (https://www.cdph.ca.gov/Programs/CCDPHP/DEODC/CDPH%20Document%20Library/Tulare%20CASPER%20report.pdf)
**이 글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재난 역학' 수업을 듣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