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폐암, 위암, 대장암 적정성 평가 지도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아직은 큰 병을 앓아본 적 없다. 7월부터 직무가 바뀌면서 회사느님께서 암환자의 치료 여정에 도움 되는 일을 하라고 하셨지만 갑갑한 마음이었다. 암환자의 마음과 생각, 행동을 상상조차 하기 어렵고, 마음도 힘든 일이니까.
올해 하반기는 이런 무거운 마음으로 회사를 다녔고, 수업을 들었다. 그 와중에 대학원 수업에서 개인 프로젝트를 하나 해야 했기에 암환자의 첫 여정이라고 할 수 있는 병원을 고르는 것부터 고민해보기로 한다.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지만 암 같은 큰 병이라도 걸린다면, 어떤 병원에 가야지 좋은 걸까?
첫째,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게 우선이고, 친절하면 금상첨화일 테다. 의료는 정보격차가 큰 산업군이다. 공급자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소비자는 내 몸에 일어난 일인데도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다.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치료를 잘해줬으면 좋겠다.
둘째, 집과 가까웠으면 좋겠다. 부동산대한민국에서는 큰 병원이 있는 곳은 불변의 호재 요소더라.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지만 코앞에 있는 큰 병원에 빠르게 도착하며 조그마한 후유증만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살 곳을 고를 수 있다면 병원 근처에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꼭 그런 응급상황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헬스장 고르는 마음으로 자주 가지는 않을 거지만 일단은 근처에 있으면 빨리 치료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나름 뇌피셜로 암환자들이 병원 고르는 법을 열심히 주절주절 해보았으나 현실에서는 답이 명료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큰 병을 고치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 그러니깐 빅5로 가야 한다.
현재 빅5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계신 교수님의 칼럼은 이런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방 환자분들의 빅5 병원에 대한 믿음은 거의 종교와도 같습니다. 일류 치료를 하는 병원에 가야지 마치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져서 불치병이 나은 환자와 같은 기적을 경험할 거라는 믿음입니다.”
"맹목적인 빅5 선호 현상이 통제되지 않으면서 수용 가능 범위를 넘어 진료를 하고 있는 이들 병원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다."
개인이 보는 한 단면이 아니라 데이터에서도 '빅5 쏠림현상'이 나타난다. 작년 8월 기준으로 근 5년간 병원에서 치료받는 암환자들이 172만 명이라면, 이 가운데 40만 명, 5명 중 1명 꼴로 빅5 병원에 진료를 받았다.
우리나라에 암 진료하는 곳이 최소 100개는 넘는데 이렇게 암환자가 특정 병원들에 쏠리게 되면, 정말 치료받아야 할 다른 중증, 응급환자에게 제대로 의료자원이 배분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지방병원에서는 지속적으로 환자 누출이 있으니 경제적인 타격이 온다. 그러다 폐업이라도 하게 되면, 우리나라 전체 의료 접근성에 영향을 줄 수 도 있다.
의료 접근의 효율성과 평등은 환자들이 본인이 필요한 의료자원을 맞게 찾아갈 때 시작된다. 2차 병원과 지방병원에서 경증 환자와 중증환자를 분류하고, 암이 덜 진행된 경증 환자를 치료한다. 빅5에서는 고위험, 희귀 질환, 말기 암 환자들에 집중해서 치료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렇지만 지방 병원과 2차 병원에서는 큰 병원으로 가는 중간 단계로 소견서만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까지는 환자들이 지방 병원, 중소병원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듯하다.
우리나라에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라는 데이터가 있다. 적정성 평가는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건강보험으로 제공된 의료서비스 전반에 대해서 병원을 평가한다. A병원은 유방암 평가 1등급, B병원은 대장암 2등급 이런 식으로 평가받는다.
적정성 평가는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향상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보건의료체계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함이다(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9). 과거에는 '어떤 명의가 어느 병원에 있다'정도로 의료의 질을 평가했다면, 이제는 암 치료에 있어서 갖춰야 할 시스템이 있는지를 판단한 수 있다. 특히, 국가에서 진행하는 평가 자료라서 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신뢰하고 치료하는데 참고할만하다.
그러나 적정성 평가에도 한계가 있다. 건강보험으로 제공된 약제, 행위만을 평가하기 때문에 최신의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같은 건강보험 밖에서 쓰이는 영역은 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 병원은 환자들을 잘 살린다' 같은 환자의 건강 결과를 구체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현재 나와 있는 '근거기반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잘 따르는지를 평가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적정성 평가는 환자와 의료계의 정보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는 귀중한 데이터다. 앞으로 적정성 평가는 아래와 같은 지표로 평가한다. 치료법이 암종별로 달라 평가지표가 각각 다르지만 대장암, 위암, 폐암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12개 지표를 찾아봤다.
적정성 평가는 나름 병원에서도, 심평원에서도 많은 노력으로 만들어진 데이터임에도 일반 환자들이 혼자 찾아가기가 정말 힘들게 되어 있다. 일단 검색 페이지를 찾기가 힘들고, 지역 검색이나 병원 검색으로 되어 있어 있다. (심평원 병원평가 페이지 - https://www.hira.or.kr/re/diag/getDiagEvlList.do?pgmid=HIRAA030004000100) 암환자가 대부분 고령에 발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보에 접근하기 매우 어려운 허들인셈이다.
가장 최신의 적정성 평가 자료는 유방암과 위암이 2020년에 발표됐고, 폐암과 대장암이 2021년에 발표됐다. 이 데이터로 환자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지도를 만들었다.
빨간색이 1등급, 파란색이 낮은 등급을 받은 병원이다. PC에서 마우스 커서를 올리거나 모바일에서 터치를 하면 병원명이 표시가 되게 만들었다.
환자가 직접 본인이 알고 싶은 지역을 휠마우스나 확대 축소 버튼으로 찾아갈 수 있고, 모바일에서는 일반 지도 어플을 사용하는 것처럼 이용할 수 있다.
4대 암 적정성 평가 지도
유방암 - https://metcon7.github.io/hospital-map/breastcancer.html
폐암 - https://metcon7.github.io/hospital-map/lungcancer.html
대장암 - https://metcon7.github.io/hospital-map/colorectalcancer
위암 - https://metcon7.github.io/hospital-map/uppergi.html
암 환자의 치료는 짧지 않고,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일 것이다. 항암치료 시기에 매번 맞춰 캐리어를 들고, 1박 2일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건 너무나도 불합리하고, 피곤한 일이다. 반대로 환자가 가까운 거리에서 통원 치료를 한다면 교통비, 숙박비, 체류비를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적정성 평가는 의료기관, 심평원, 복지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간 데이터이다. 귀중한 자료가 많은 환자들이 스스로 치료 여정을 결정할 수 있는 의료주체가 되도록 돕고, 부디 보통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도움되길 바란다.
참고자료:
심평원, 적정성 평가 자료 - https://www.hira.or.kr/re/diag/getDiagEvlList.do?pgmid=HIRAA030004000100
F. Wang(2020), Why public health needs GIS?
한국일보, [김선영의 의(醫)심전심] 빅5는 무조건 좋은 병원인가, https://n.news.naver.com/article/081/0003232363
메디게이트, 상급종합병원 암 환자 37%, 빅5병원에 쏠려...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대 순, https://www.medigatenews.com/news/1417002671
데일리메디, 적정성평가 개편···반발감 커지는 의료계, http://www.dailymedi.com/detail.php?number=868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