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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콴 Oct 29. 2023

눈을 보면, 건강을 알 수 있다?

AI가 만들어내는 Oculomics 혁명

 집집마다 하나쯤 가지고 있는 지압 슬리퍼는 디자인이 무척 요란하다. 지압점 설명과 함께 올라와 있는 돌기를 보자면 하루종일 발만 문지르면 무병장수할 것만 같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언급되지 않은 곳이 없고, 불면증부터 심근경색, 변비, 알레르기 거의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발이 건강의 척도라는 허황된 이야기가 가까운 미래에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그 주인공은 '발'이 아니라 '눈'이다. 눈 뒤에 있는 망막에서 정보를 얻어, 눈 이외에 질환까지 연관성을 찾는 학문을 'Ocuomics'라고 한다. 눈을 뜻하는 'ocular'와 대량의 생체데이터의 연관관계를 분석하는 'omics'의 합성어로서, 아직까지는 올바르게 번역가능할 수 있는 한글 단어는 없어 'oculomics'라고 표기한다.


출처1.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dig/article/PIIS2589-7500(23)00047-X/fulltext


- 왜 하필 눈일까?


 올해 3월 Lancet Digital Health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Ocuomics가 매우 유망한 분야(promising field in the oculomics revolution)가 될 것'이라고 소개하였다. 눈과 관련된 질환을 진단하는 데 쓰이는 망막 사진을 AI들이 학습하고, 다른 전신적 질환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언급되고 있는 분야는 혈액(해모글로빈, 백혈구, 혈소판), 뼈와 미네랄(칼슘), 갑상선, 간, 콩팥, 신경계 등이 있다.


 피를 뽑아야 하는 혈액검사, 장시간 걸리는 MRI, 피폭의 위험이 있는 CT에 비해 망막 사진은 비침습적이고, 짧은 시간에 검사가 가능하다. 개인적인 경험상, 망막 사진을 찍는데 대기만 없다면, 10초도 안 걸렸던 것 같다. 대신, 필수는 아니지만, 눈의 상태를 좀 더 명확하게 보기 위해서 동공을 확장하는 '산동'이라는 과정을 하게 되는데 6시간 동안은 초점에 맞지 않아 운전이나 휴대폰 사용은 할 수 없다.


 안저검사는 3대 실명 질환을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검사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안저검사는 눈의 뒤쪽에 해당하는 망막을 1/1000mm까지 정밀하게 측정해 3D형태로 구현해 낸다. 이러한 이미지는 망막 아래의 세포층까지 확인해 해부학적으로 망막의 세부적인 층을 정량화하고, 정면과 측면으로 다양한 각도로 구현해 낸다. MRI나 CT 검사와 비교하면 안저검사는 장치가 작고, 1초도 안 되는 시간이 걸려,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할 수 있고, 자세히, 그리고 숫자로 측정까지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AI를 생성하는데 훌륭한 연료 역할을 하고 있다.

 


- AI는 안과 질환을 얼마나 잘 진단할까?

 

 이세돌이 알파고에 패배하고 2년 뒤인 2018년, '구글 Deep Learning vs 인간'의 재밌는 매치업이 있었다. 태국에서 23,326명 당뇨병성 망막병증, 당뇨병성 망막부종 환자의 망막 사진을 가지고, 중증도 분류를 누가 잘한 것인지 비교하는 논문이었다. 실제 환자 사진을 보고, 환자라고 판단하는 민감도(Sensitivity)가 인간은 74%, 딥러닝은 97%로 딥러닝의 큰 승리였다. 반대로 환자가 아닌 사진을 보고 환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특이도(specificity)는 인간은 98%, 딥러닝은 96%로 인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2)


 2023년, 이러한 비슷한 형태의 논문들을 모아 분석한 메타분석 논문을 보면, 2018년에 발표된 논문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안저 사진을 학습한 AI가 당뇨병성망막부종을 진단하는 민감도는 96% (95% 신뢰 구간 [CI]: 0.94-0.98)였다. 안저 사진을 이용하여, 당뇨병성망막부종 진단하는 민감도는 94% (95% CI: 0.90-0.96)였다. 3)



 안과가 아니더라도, 이미지를 학습하고, 질병을 확인하는 대결은 AI가 인간을 압승 분위기다. 흉부 CT로 폐결절, 폐암을 발견하거나 유방 사진을 학습하고 유방암을 진단하는 형식의 디지털 보조 진단 도구는 이미 상업화를 시작했다. 정확도뿐만 아니라 AI가 대량의 이미지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 눈 사진으로 다른 질병 예측까지? 

 

 망막은 인체 장기 중 유일하게 동맥과 정맥을 직접 의사가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눈의 혈관이 다른 질환에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1898년, 스코틀랜드의 안과 의사인 Marcus Gunn은 망막 동맥 경화증과 고혈압과의 연관성을 발견하였다.1) 망막에 있는 혈관 형태로 심혈관이나 콩팥에 대한 질병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논문도 AI가 등장하면서 가속화되었다.


 최근에는 노화와 심장병,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 예측까지 넓혀가고 있다. 망막 도파민 감소와 시력 장애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특징으로, 망막 신경 섬유층이 얇아지는 것은 파킨슨 병의 발병 기간과 심각도와 상관관계가 있다. 4)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안과 외 다른 질병 예측도는 높지는 않다. 2023년 네이처에서 망막사진으로 다른 질환을 예측하는 논문이 게재되었다. 160만 개의 망막 사진을 학습한 AI가 심근경색, 심부전, 허혈성 뇌졸중, 파킨슨병을 예측했지만 예측정확도가 0.7을 넘지 못했다. 안과적 질환을 진단하는 데는 높은 민감도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5)


출처5- https://doi.org/10.1038/s41586-023-06555-x


- 중증도 분류와 이상소견 예측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


 영화 톰 크루즈가 주연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특정 시점에 특정 사건, 질병이 일어나리라 예측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정말 영화처럼 미래를 아는 것이 가능하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아는 세상이 아닐 것이다. 아직까지 질병을 예측하기에는 멀었지만, 망막 사진을 보고, 심혈관 중증도를 평가하거나 이상소견을 예측하는 것에는 높은 예측도를 보였다.


 2023년 3월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망막 사진을 학습한 딥러닝 모델과 심장 CT로 관찰한 결과가 얼마나 동일한지 비교하고, 5년간 심혈관 위험을 평가하였다. 딥러닝모델은 심혈관 중증도를 평가하는데 심장 CT와 유사한 일치지수 (concordance index, 0.71)를 나타냈다. 또, 딥러닝 모델은 5년 동안 심혈관 위험평가의 고위험군에서는 28건의 심혈관 질환 사례가 발생했으며, 심장 CT에서 분류한 고위험군에서는 27건의 심혈관 질환 사례가 발생했다. 6) 망막 사진은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되지 않고, 짧은 시간에 비슷한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2년 한국 의료진이 개발한 딥러닝 모델 논문도 눈에 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한림대성심병원 3,726개 망막사진을 학습한 딥러닝 모델이 MRI에서 뇌백질 초강도(white matter hyperintensity; WMH)를 예측할 수 있는지 연구하였다. 뇌백질초강도는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여 MRI에서 상에서 하얗게 나타는 이상소견으로서 뇌혈관질환, 혈관성 치매와 연관 있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망막 사진으로 뇌백질 초강도가 있는 환자를 실제로 뇌백질 초강도가 있을 것으로 예측도는 73%였다. 위의 모델과 마찬가지로 딥러닝 모델이 비침습적인 안저 촬영만으로도 부분적으로 MRH 예측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7)



- 기술을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로


 망막 사진을 학습한 AI는 학문의 문턱을 넘어 산업계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개 회사가 눈에 띈다. 첫 번째 회사는 뷰노이다. 안과 전문의들이 3중 판독한 안저 사진 수십만 장을 학습해, 실제 환자의 안저 검사에서 비정상 소견을 탐지한다. 판독의의 진단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이다. 미국에서 특허를 획득했고, 대만, 태국, 싱가포르 허가 획득했다.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녹내장 등 8개 질환에 대해서 에서 안과 전문의와 동등한 수준의 진단 성능을 보였다. 모델 예측도가 내부 데이터 기준으로 0.98, 외부 테스트셋 기준으로 0.95였다고 홍보하고 있다.   

https://www.vuno.co/fundus

 두 번째 회사는 메디웨일로 심혈관 질환, 콩팥 질환까지 Oculomics를 현실화 한 회사이다. 안과전문의가 창업한 회사로 6) 위에서 언급한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예측하는 AI를 상품화하였다. 전 세계 22만 장의 망막 데이터를 통해 심장 CT와 동등한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영어 제품명은 Reti-cvd, Reti-ckd로 망막을 뜻하는 retina와 심혈관을 뜻하는 cvd, 콩팥을 뜻하는 ckd를 합성해서 이름을 만들었다. 회사 홈페이지에 학문적 성과를 게재하고 있어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https://mediwhale.com/ko/publication/


Reference

1)DeBuc DC. AI for identification of systemic biomarkers from external eye photos: a promising field in the oculomics revolution. Lancet Digit Health. 2023 May;5(5):e249-e250. doi: 10.1016/S2589-7500(23)00047-X. Epub 2023 Mar 23. PMID: 36966119.

2)Raumviboonsuk P, Krause J, Chotcomwongse P, Sayres R, Raman R, Widner K, Campana BJL, Phene S, Hemarat K, Tadarati M, Silpa-Archa S, Limwattanayingyong J, Rao C, Kuruvilla O, Jung J, Tan J, Orprayoon S, Kangwanwongpaisan C, Sukumalpaiboon R, Luengchaichawang C, Fuangkaew J, Kongsap P, Chualinpha L, Saree S, Kawinpanitan S, Mitvongsa K, Lawanasakol S, Thepchatri C, Wongpichedchai L, Corrado GS, Peng L, Webster DR. Deep learning versus human graders for classifying diabetic retinopathy severity in a nationwide screening program. NPJ Digit Med. 2019 Apr 10;2:25. doi: 10.1038/s41746-019-0099-8. Erratum in: NPJ Digit Med. 2019 Jul 23;2:68. PMID: 31304372; PMCID: PMC6550283.

3)Manikandan S, Raman R, Rajalakshmi R, Tamilselvi S, Surya RJ. Deep learning-based detection of diabetic macular edema using optical coherence tomography and fundus images: A meta-analysis. Indian J Ophthalmol. 2023 May;71(5):1783-1796. doi: 10.4103/IJO.IJO_2614_22. PMID: 37203031; PMCID: PMC10391382.

4)Ahn J, Shin JY, Lee JY. Retinal Microvascular and Choroidal Changes in Parkinson Disease. JAMA Ophthalmol. 2021 Aug 1;139(8):921-922. doi: 10.1001/jamaophthalmol.2021.1728. PMID: 34110357.

5)Zhou, Y., Chia, M.A., Wagner, S.K. et al. A foundation model for generalizable disease detection from retinal images. Nature 622, 156–163 (2023). https://doi.org/10.1038/s41586-023-06555-x

6)Yi JK, Rim TH, Park S, Kim SS, Kim HC, Lee CJ, Kim H, Lee G, Lim JSG, Tan YY, Yu M, Tham YC, Bakhai A, Shantsila E, Leeson P, Lip GYH, Chin CWL, Cheng CY. Cardiovascular disease risk assessment using a deep-learning-based retinal biomarker: a comparison with existing risk scores. Eur Heart J Digit Health. 2023 Mar 28;4(3):236-244. doi: 10.1093/ehjdh/ztad023. PMID: 37265875; PMCID: PMC10232236.

7)Cho BJ, Lee M, Han J, Kwon S, Oh MS, Yu KH, Lee BC, Kim JH, Kim C. Prediction of White Matter Hyperintensity in Brain MRI Using Fundus Photographs via Deep Learning. J Clin Med. 2022 Jun 9;11(12):3309. doi: 10.3390/jcm11123309. PMID: 35743380; PMCID: PMC922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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