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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호 그리고 보람 Apr 25. 2020

[보] 치앙마이 맛 기행 (2) - 마실거리 편

단언컨대, 치앙마이의 1주일은 짧습니다.

Tinder에서 만나 결혼을 한 커플로, 말레이시아에서 거주 중입니다.
함께 글을 쓰면서 번갈아 가며 올리고 있습니다. 제목의 [윤]은 윤호의 글, [보]는 보람의 글입니다.


먹을 시간도 부족했는데 마실 시간은 더 부족했던 치앙마이 여행. 커피 매니아로서 아무 커피에게나 쉽사리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나와, 칵테일 성애자로서 깐깐한 입맛을 가진 윤호를 사로잡은 바가 있었던 치앙마이의 '마실거리' 리스트를 살짝 공유해보고자 한다.


영상으로 보는 치앙마이 마실거리 기행은 여기서!

https://www.youtube.com/watch?v=oCoEiJ2Nzn0&t


1. Pa nong orange juice

- Nimmanahaeminda Road, Suthep,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Thailand    

- 오렌지 주스 40밧


채보 : 도자기 클래스를 듣는 중 점심 먹으러 나왔다가 들렸던 곳인데 아... 여기 진짜 찐이다. 여행 첫날 길거리 오렌지 주스 먹고도 무릎을 탁 치며 도대체 이건 무슨 엄청난 오렌지를 갈아 만들기에 이런 맛이 나오나 싶었는데 여긴 심지어 더 맛있다. 오렌지 주스에 정확히 무엇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가지의 시럽을 섞어 큰 통에 얼음과 함께 담아주는데 눈이 번쩍 뜨일 맛이다. 음료수 마시면서 나도 모르게 주인아주머니께 엄지손을 몇 번이나 치켜세웠는지 모른다.


유노 : 원래 보람이의 성격대로라면 식사 후 커피를 마셨어야 일반적인데, 이 날따라 커피보다는 과일주스가 먹고 싶다고 하여 급하게 구글 맵에서 찾아본 곳. '명색이 태국인데 과일주스 그까이꺼 대애충 아무데서나 먹어도 되는 거 아냐?'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 날이 치앙마이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날이었어서 한 끼(?)라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찾아간 곳이었다. 님만해민에서 살짝 외각 쪽이어서 일반 관광객이 도보로 쉽게 찾아갈만한 곳은 아니지만, 만약에 스쿠터 등을 대여했다면 한 번 가볼만한 곳.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주문 정도는 무리 없다) 저 정체불명의 시럽이 뭔지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구글맵 리뷰에 따르면 20년이 넘게 운영했던 곳이라고 하니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찾아내신 최적의 레시피라고 믿고 싶다.



2. Khunkae's Juice Bar / Healthy Juice By Khunkae

- 19/3 ถนน มูลเมือง ซอย 3 Tambon Si Phum,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Thailand

- 각종 과일주스 50밧 내외


채보 : 여기도 치앙마이 여행기를 찾다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라 우리도 근처에 간 김에 짬을 내서 들렸다. 수많은 채소와 과일 주스들 그리고 그걸 조합한 또 다른 주스들까지 메뉴가 정말 정말 많았다. 신선한 재료들을 그대로 갈아 주는데 가격도 저렴해서 숙소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자주 들렸을 것 같다. 아사이 볼도 메뉴에 있었는데 그것도 맛있어 보였다. 아.. 치앙마이 7박 8일은 너무 짧다.


유노 : 치앙마이에서는 이제 너무나도 유명한 주스 바. 관광객들에게만 유명한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각종 과일주스와 스무디가 40밧부터 시작하는 아름다운 가게이다. '과일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의 주스가 이렇게나 다양한가?' 싶을 정도로 메뉴가 많아 저절로 선택 장애가 오는 곳이니, 요청해보지는 않았지만 커스터마이징도 당연히 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게는 소박하지만 다양한 메뉴를 구경하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



3. Ristr8to

- 15/3 Nimmanahaeminda Road, Suthep,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Thailand

- 커피 100밧 내외


채보 : 치앙마이를 가기 전부터 점찍어 놨던 곳. 치앙마이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안 가본 사람이 거의 없는 듯 보였고, 벌써 치앙마이 방문이 세 번째인 윤호도 단연코 이곳을 치앙마이 베스트 중 하나로 추천하기에 꽤나 기대를 하고 방문했던 곳이다. 대부분은 기대를 너무 많이 하면 그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기대를 이미 꽉 채워했음에도 기대를 훨씬 웃도는 만족감을 안겨줬던 곳이다. 한국에서는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 외에는 거의 마시지 않는데, 여기는 여러모로 새롭고 재밌어 보이는 메뉴들이 많아서(심지어 그것들이 다 맛있어서) 이곳 메뉴에 있는 커피를 다 마셔보지 못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게 여행 내내 아쉬웠다.


유노 : 나는 평생 살면서 여기보다 맛있는 라테를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4. Graph

- 41 Siri Mangkalajarn Rd, Tambon Su Thep,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Thailand

- 커피 150밧 내외


보람 : 치앙마이 카페로 검색하면 꼭 나오는 카페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트레토에 흠뻑 빠져서 굳이 가볼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하울링 와이 낫'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친구가 낮엔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면서 커피가 맛있다고 하길래 다음날 리스트레토를 포기하고 갔던 곳이다. (이번 여행에서 하울링 와이낫 없었으면 어쩔 뻔...) 커피는 실험적인 것보다 클래식한 게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여기에서 파는 메뉴들이 나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꽤 괜찮았다. 숯 커피는 생각보다 달지 않으면서도 보통의 바닐라 라테보다는 묵직한 느낌이라 좋았고, 아르바이트생 친구 추천으로 시킨 시그니처 커피도 괜찮았다. 그런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는 카페인지라 카페 내에 콘센트도 없고 와이파이도 제공되지 않는다.


유노 : 여행 둘째 날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다가 '아니 저 힙한 느낌의 카페는 뭐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최근 치앙마이에서 너무나 유명해진 Graph 였다. 나 역시 보람이처럼 대체로 클래식을 추구하는 편이지만, 때로는 재밌는 변화를 주는 시그니쳐 메뉴를 탐험하는 것도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모험적인 메뉴들은 2%씩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인데, Graph의 커피는 맛의 상당히 밸런스도 잘 맞고 시각적으로도 탄성이 나올만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었다. 커피로 주는 변주는 폭이 넓지 않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 생각을 산산조각 내준 곳. 기회가 된다면 여러 번 방문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던 곳 중 하나.



5. Howling Why Not

- 62, 3 Samlarn Rd, Prasing,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Thailand

- 칵테일 300밧 내외


채보 : 이번 여행의 보물 같은 곳. 우리 둘 다 칵테일을 좋아해서 여행 다니면서 그곳의 칵테일바를 꼭 가보게 되는데 그간 우리가 가본 동남아의 바 중에서는 단연 이곳이 최고였다. 칵테일 맛도 물론 좋았지만, 그곳의 분위기, 친절하고 유쾌했던 바텐더 친구들까지 포함해서 너무나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곳이었다. 7박 8일 여행 중 총 4번 방문했는데 그중 하루는 저곳이 휴무라 못 갔던 것. 여기서 칵테일을 맛보고 이 친구들 무조건 맛잘알이겠다 싶어서 치앙마이 맛집도 함께 추천받았는데 역시나 성공적이었다. 낮 시간엔 카페로 운영되는데 커피 맛도 역시 훌륭하다. 모든 칵테일이 대체로 좋았지만, 그중 하나만 고르라면 시그니처 칵테일 중 'Island In The Stream'과 블랙핑크를 좋아해서 만들었다는 'Black Pink'가 특히 좋았다.


유노 : 이 곳을 방문했던 경험만으로도 글 한 편은 쓸 수 있을만한 바. 언뜻 둘러보면 인테리어가 부조화스러운데 전체적으로는 절묘하게 조화로워 특이한 매력을 발산하는데, 음악 선곡도 예사롭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클래식 칵테일에서 살짝살짝 비튼 시그니쳐 칵테일을 주력으로 판매하는데, 4번을 방문해서 메뉴에 있는 모든 칵테일을 다 마셔본 결과 '이 집은 칵테일을 참 잘한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백 바를 슬쩍 보면 기주들도 평범하고 리스트로 조촐한데 '아니 어떻게 이런 맛이...?' 싶을 정도로 칵테일의 맛을 참 잘 이끌어낸다. 시그니쳐 칵테일들은 정말 손 많이 가는 메뉴들만 있어서(칵테일 주조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기가 막힌다. 돈 조금 더 받아도 될 것 같은데...) 주문이 밀리면 살짝 기다려야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바가 크지 않아서 지루할 정도로 오래 기다리지는 않는다. 가게 문 닫으면 같이 몰려가서 술 한잔 하고 싶었던 재밌고 친절했던 바텐더 친구들 또한 우리의 즐거운 경험에 한몫했다. 참고로 두 명의 바텐더가 운영하는데, 한 명은 낮에 이발사로 일하고 다른 한 명은 바를 카페(사이폰 커피가 정말 수준급)로 바꿔서 일한다. 궁금해서 낮에 가서 머리도 잘라봤는데, 머리도 기가 막히게 잘 잘랐다.

https://www.youtube.com/watch?v=cYomIxIa0WE


나는 이 바가 더 잘 됐으면 좋겠다.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너무 잘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마음도 있다. 그러면 다음에 방문했을 때 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치앙마이에 가게 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첫 번째로 가고 싶은 곳. 부디 그들이 우리를 기억하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6. Bitter Truth Bar

- 10 Samlarn Rd, Tambon Si Phum,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Thailand

- 칵테일 300밧 내외


채보 : Howling Why Not에 이미 잔뜩 꽂혀버린 탓에 다른 바는 거의 가지 않았는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문했던 곳이다. 칵테일 맛 자체는 여기도 좋았다. 보통 바에 가면 항상 궁금한 마음에 시그니처 메뉴를 시키면서도 막상 먹어보면 '그냥 먹던 거 먹을걸' 하고 후회하기 마련이었는데 여기는 시그니처 메뉴가 꽤 괜찮았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토마토와 생강이 어우러진 블러디 메리 비슷한 칵테일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료들의 밸런스가 좋아서 맛있게 먹었다. 시간적 여유가 좀 더 있었으면 여기도 한두 번 더 방문했을 것 같다.


유노 : 이 곳 또한 클래식 칵테일을 기본으로 한 시그니쳐 칵테일을 판매하는 곳인데, 나쁘진 않았지만 내 마음을 확 사로잡는 메뉴는 없어서 한 잔만 마시고 나왔다. 맛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이 곳 또한 바텐더와 스태프들이 친절했지만 이미 Howling Why Not에 마음을 뺏겨버린 탓이 더 컸다. Howling Why Not보다는 더 차분한 느낌이니 분위기 따라, 취향 따라 가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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