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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y 02. 2024

대한극장 폐업 소식을 접하고...

추억, 극장, 대한극장, 영화, 영화매니아, 헐리우드키드, 알군

최근 기사 중 가장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추억 속 극장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 소식은 1999년 CGV의 등장과 함께 수시로 들려온 소식으로 그 때마다 마음이 아팠지만 대한극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순간 정신이 멍해졌을 정도다.



1. 5살 때 극장이란 것을 처음 접하게 만들어줘서 5살 그 때 그 순간 그대로 머릿 속에 각인되어 있는 아세안 극장 - '손오공' 외, 


2. 극장이라는 귀한 경험과 품격을 경험하게 만들어준 국도극장 - '토탈 리콜' 외, 


3. 역사와 전통이 가진 아우라를 느끼게 만들어줬던 단성사 - '서편제', '드라큘라' 외, 


4. 극장이 단순히 영화만 보는 곳이 아니라 영화 세계를 체험하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피카디리 극장 - '스타쉽 트루퍼스' 외


5. 건물 옥상이라는 독특한 위치에서 도심 속 휴식처 같은 경험을 주었던 헐리우드 극장 - '클리프행어' 외


6. 그야말로 영화 나라, 영화 세계를 판타지를 넘어 현실 속에 구현해놓았던 서울극장 - '미녀와 야수', '알라딘', '터미네이터2' 외


7. 영화산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시기에 국내 최초 디지털 사운드를 필두로 세상이 바뀐 것을 온몸으로 소름끼치게 체감하게 만들어줬던 명보극장 - '더 록', '페이스오프', '워터월드' 외



모두 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거나 더이상 개봉관이 아닌 상황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추억 속 극장이 대한극장이었다. 예전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멀티플렉스로 변신하고나서도 성인이 된 내게 추억을 만들어줬었고 살아남아있었는데 말이다. (참, 굳이 '영화관'이라는 표현 대신에 계속 '극장'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예전에는 극장 이라는 표현만 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 남아있던 추억 속 대한극장이 폐업을 한다니...



앞서 7개의 추억 속 극장을 열거했지만 모두 대한극장에는 상대가 안되었다. 스크린 사이즈나 사운드 시설, 영화 선정이나 관객 동원력, 좌석 규모 등 객관적인 면에서도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내게 영향을 미친 정도로 봤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대한극장이 나를 지금의 헐리우드 키드, 영화 매니아로 만들어버렸고 지금의 커리어패스를 가져가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아동 시절 아버지나 어머니 손에 이끌려서, 혹은 혼자서 대한극장에 갔다. '마지막 황제', '그렘린', '로보캅' 등등등등...... 



그리고 스무살 넘어 성인이 되고선 대한극장이 멀티플렉스로 바뀌기 전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단관 시절 마지막 상영작이었던 '타이타닉'을 군대에서 첫휴가였던 100일 휴가를 나와서 부대에서 출발해서 집에도 안들리고 군복 입은채로 동서울인가 상봉인가 터미널에서 곧바로 대한극장에 가서 봤다. (영화 보고 집에 가니 저녁 때였는데 그제서야 부모님 얼굴을 봤다) 단관 상영 마지막이라 타이타닉 만을 위해 극장에 어마어마한 사운드 설비를 갖다 놓아서 중저음 음역대에서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을만큼 역대급 사운드 경험을 했던 느낌이 생생하다. (이후 그 정도의 사운드 충격은 삼성이 영화관 사업에 진출(?)해서 만들었던 예전 삼성플라자 태평로점내 씨넥스 1호점 정도였다. 4D가 아닌데도 피부에 소름 돋고 의자가 달달달달 떨리는 4D 경험을 시켜줬다. - 트리플 X 1편) 



지금의 멀티플렉스로 바뀌고 재오픈한 후에는 마침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삼성에서 근무할 때, 회사에서 가까워서 스트레스 받으면 퇴근후 도망치듯 와서 기분 전환을 하거나 20대 후반, 30대 초반 한적하고 오붓하고 분위기 좋은 데이트 장소로 애용했었다. 스파이더맨 1편, 황후화, 영웅, 연인, 다세포소녀 외...



그런 대한극장이 사라진다고 하니 내 머리와 가슴 한켠이 비는 느낌이다. 심장 한 곳에 묻어두고 있었던 첫사랑 소식을 우연히 갑자기 듣게 되었는데 얼마전에 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296223?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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