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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Jun 13. 2024

고객은 니즈를 충족시켜주면 지갑을 열까?

마케팅, 소비심리, 사업, 전략, 인사이트, 고객, 영업

결핍의 시대에서 풀소유의 시대로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상륙 당시 그림 / 디오스코로 푸에블라 작품 (1862)


무슨 그림이죠? 콜롬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했을 때를 묘사한 그림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마케팅이나 사업 기획, 상품 기획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관련한 대부분의 이론들이 70년대 80년대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서 90년대까지 정돈이 되어 나온 게 대부분입니다. 그때는 기본적인 속성이 그거였어요. ‘아직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고객의 니즈를 찾으면 그 니즈에 맞춰서 우리가 괜찮은 제품 서비스를 만들면 팔릴 거야’라는 전제로 모든 이론이 나왔습니다. 지금도 사실 그 이론은 기본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그 이론대로 안 돌아가는 케이스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저 그림을 보여드린 겁니다. 아직 아무도 찾지 못한 신대륙 같은 고객의 니즈를 찾자는 생각은 옛생각이고 21세기인 요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거를 고객들의 모든 니즈가 아직은 충족되지 않았던 ‘결핍의 시대’라 말한다면, 요즘은 개발도상국 이상 정도면 이미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왠만한 니즈가 다 충족되어 있는 ‘풀(Full)소유의 시대’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결핍의 시대에 나온 이론을 풀소유의 시대에 적용하려고 하다 보니 더 이상 잘 안 먹힌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freepik


이 사진을 보시면 충격적이게도 사진 속에 쓰레기는 없습니다. 쓰레기통에 있는 쓰레기 이외에 다 쓰는 물건들이에요. 글을 읽고 계신 일부분들은 우리 집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부끄러운 거 아닙니다.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일단 물건을 다 샀을 겁니다.


잘 팔리는 제품과 서비스의 비밀을 먼저 공개하면, 여러분들이 상대하셔야 될 현재 시장과 고객은 없는 니즈를 찾아서 그것을 만족시켜줘서 물건을 팔아야지가 아니라 고객이 이미 있을 거 다 있는 상태에서 더 사게 만들어야 하는 게 요즘의 상품 기획과 신사업의 핵심입니다. 사진 속에 있는 고객이 물건을 더 사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당신이 고객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 3가지


이런 고객들한테 내 물건과 서비스를 팔기 위해서 여러분의 시각을 전환시켜드릴 겁니다. 일단 여러분들이 고객에 대해서 갖고 있는 편견을 3가지를 깨드릴 거예요.


1. 고객은 니즈를(Needs) 충족시켜주면 지갑을 연다? 이것은 마케팅에서 거의 기본적인 이야기죠. 재미있는 것은 요즘은 고객 니즈를 아무리 충족시켜줘도 고객이 왠만해서는 지갑 안 연다는 겁니다. 풀소유를 하고 있다 보니 왠만해서는 우리 집에 다 있습니다.


2. 고객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한다? 그렇죠, 사실 저 전제조건이 없으면 사업모델과 제품, 서비스를 설계하기 너무 힘들어져요. 왜냐하면 합리적인 고객이어야 우리가 좋은 제품을 만들 때 그것을 살 거라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합리적이고 능동적일까요?


3. 고객은 반드시 필요해야 물건 제품과 서비스 산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과연 저럴 때만 뭔가를 살까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최근 한 달 동안 산 물건들 중에서 내가 진짜 이거 아니면 이 물건 없으면 나 진짜 불편해서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제품이 몇 개나 될까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앞서 말한 1, 2, 3번은 당연히 받아들여야만 하고 이 전제를 깔고서 사업을 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안에만 갇혀 있으시면 정말로 팔릴 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고객은 니즈가 아니라 욕망과 판타지에 반응하고 자극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이 필요해서 살거라는 수동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고객이 내 제품과 서비스를 소유하고 싶게 만들어야 됩니다.


첫 번째, 고객은 니즈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실제로는 판타지에 반응한다.


오늘은 앞서 이야기한 3가지 중 첫 번째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친환경 제품이면 가격이 10%가 더 비싸도 산다고 고객들은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친환경 제품 내보고 팔아보신 분 계신가요? 얼마까지 가격을 높여서 팔아보셨나요? 같은 효용을 주지만 친환경 제품이 아닌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서 얼마나 비싸게 팔아보셨나요? 실제로는 10% 비싸면 고객은 안 삽니다. 그게 고객이에요. 내가 사고 싶은 제품이 있고 원래 사려던 것과 똑같은 가격인데 친환경이라고 하면 특정 고객군이 아닌 이상 친환경이라는 말에 마음은 갈 지 몰라도 10% 비싸다고 하면 망설이게 됩니다. 즉 친환경이라는 속성 자체가 제품을 사야 할 첫 번째 이유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친환경 의식조사 결과 / 출처: KB 트렌드 보고서 ‘소비자가 본 ESG와 친환경 소비 행동’ (’21.9)


다른 예시도 볼까요? 식품 업계에서의 비건 음식, 혹은 건강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리서치 돌리면 자기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 구매할 거라고 말하는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죠. 흥미로운 점은 그런 리서치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을 출시했던 식품회사들은 거의 다 예외 없이 실패했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손해 본 곳 중에 국내 기업 중 하나가 식품 대기업 A사입니다.

출처: freepik


A사의 대표 브랜드인 B라면 중에 건강에 좋은 B라면이 있어요. 사실 건강에 좋다기보다는 원래 B라면보다는 낫다 정도가 보다 정확할 듯합니다. 그래서 ‘B라면 ㅇㅇ’이라는 이름으로 고급화해서 출시했습니다. 아마도 드셔보신 분이 계실 겁니다. 우리나라 건강이랑 비건 쪽이 엄청 커질 거라고 예상된다고 그리고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고객들이 원하게 될 거라고 10여 년 전부터 그 말이 나오는 바람에 과감하게 공장 생산 라인을 새로 만드는 과감한 투자를 했지만 수요가 그만큼 나오지 않아서 출시 후 5년여가 지난 지금도 가동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A사는 현재도 고생 중입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대비 훨씬 자원이 풍부하고 자금이 탄탄한 A사가 조사 없이 쉽게 의사결정을 내렸을까요?


A사가 ‘B라면 ㅇㅇ’ 개발을 위해 준비할 때 리서치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다른 사업계발 컨설팅 과정에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리서치 결과, 고객은 라면을 먹지만 건강을 챙기고 싶고, 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아서 몸에 더 좋을 것 같고, 면은 유탕면과 달리 쫄깃쫄깃해서 좋고, 일본에서 먹는 라멘 맛이랑 비슷하기까지 해서 너무 좋다는 완전히 초대박으로 결과가 나왔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A사가 공장을 새로 짓고 라인을 투자했지만… 지금도 그 라인 가동율이 낮아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고객들은 말을 그렇게 했지만 잘 안 사 먹었어요. 리서치에서는 그렇게 말하고 그냥 튀긴 면으로 만든 라면을 먹었고 먹고 있습니다. 그 라면의 면도 맛있긴 한데 기름기가 빠진, 그 무언가 2% 모자라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즉 고객 인터뷰와 리서치 아무리 돌려 봤자 이것만 갖고는 모자랍니다. 물론 참고해야 하고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 주기는 하지만 여기에 한 단계 더 깊게 들어가 봐야만 합니다.


여러분도 리서치와 인터뷰를 많이 돌리고 통계적으로 쓰고 계실 텐데, 마케팅과 사업전략 전문가들끼리 우스갯소리로 결국 고객은 다 싼 데서 산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국 ‘쿠팡’이라구요. 물론 지금은 쿠팡이 제일 싸지 않아요. 그런데 여전히 고객들 머릿속에서는 쿠팡이 꽤나 싸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 고객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가?


몇몇 경우를 떠올려보면서 구매하는 고객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고객의 말이 아니라 말과 행동 모두를 한 단계 더 깊게 들어가서 심리적 요인으로 분석해볼 수 있어요. 모두 반드시 이렇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추론해볼 수 있다 정도로 보시면 좋겠어요. 고객 니즈로 알 수 없는 부분을 논리적 추론으로 꺼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연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친환경 제품을 사는 고객을 예를 들어볼게요. 진심으로 친환경을 생각하고 생각과 행동이 항상 일치하는 소수 고객은 제외하고, 가끔 혹은 종종 친환경 제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세요.


‘자기가 친환경에 기여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살 수 있습니다. ‘나 되게 있어 보여’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이 앞서죠. 아프리카 난민을 돕는 모금을 할 때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같은 감정을 노골적으로 만드는 기법은 이미 고전적이죠. 이는 자기만족에 가까운데 이보다 더욱 노골적인 이유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친환경적으로 생각하는 의식 있는 나’입니다. 자기만족을 넘어 남에게도 자랑하고 싶은 심리죠. 이런 게 제일 잘 드러나는 경우가 어떤 거죠? 취미 활동 중에 요즘 놀러 가서 혹은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거나 바닷속에 들어가 다이빙하면서 쓰레기 줍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유심히 생각해 보면 진짜 그 활동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SNS에 그렇게 사진 많이 못 올려요. 그거 하는데 바빠 죽겠는데 언제 사직 찍고 올리고 앉아 있어요? 많은 사람들은 그 활동을 하는 자기 모습을 사진 찍고 SNS에 올립니다. 그야말로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거죠. 마지막으로 ‘환경 파괴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도 있을 겁니다. 환경 파괴에 대한 죄책감을 자극받는 경우, 즉 일반적으로 언제 죄책감이 제일 많이 들까요? 우리 생활에서 딱 이때는 진짜 내가 정말 지구를 정말 아프게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음식물 쓰레기 버릴 때 또 분리 수거할 때가 바로 그때입니다. 실제 이때 타이밍에 맞춰서 광고, 홍보활동 등을 통해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일은 흔합니다.


한마디로 고객은 결국 니즈가 아니라 자신의 속마음을 자극하거나 해결해주는 제품과 서비스에 지갑을 연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다음 번에는 고객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한다는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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