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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젤라 Apr 16. 2022

맨발로 걷다

민속촌을 발길 닿는대로 걷다 보니 황토길이 나온다. 첨엔  민속촌을 벗어나는 건가 궁금해하면서 발길을 들였는데 생뚱맞게 발씻는 곳이 나온다.

이게 뭐지하면서 걷다가 울창한 숲길에서 이게 힐링이구나 싶다.  사람도 없고 오직 울창한 숲길만이 마치 레드카펫마냥 날 위해 준비했다는 듯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중간에 커다란 등받이나무가 길을 가로막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나뭇잎이 하늘을 가릭고 푸르른 잎사귀는 햇빛에 반짝이며 싱그러운 연두빛을 품어낸다.

바로 앞에 석탑이 보이고 그 뒤로 정승돌조각이 무덤을 보고 있고 그 앞에 사리탑인듯 다양한 돌상들이 줄지어 서있다.

순간, 인적없는 곳에 무덤이라 섬뜻했지만 이내 죽은 사람도 살아서는 사람이었고 죽은 사람이 어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모든 게 생각일 뿐이다는 믿음으로 계속 걷기로 한다.

진한 자주빛의 커다란 목단 꽃이 우아하게  피어 있고 커다란 꽃잎안을 들여다보니 꿀벌이 노오란 화분대를 연신 비벼대고 있다.

까치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홀연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다시 발씻는 곳이 나타난다.

이 참에 표시판을 자세히 읽어본다. 맨발로 걸으란다. 첨엔 주저했지만 시키는 대로 하고 싶어졌다. 이 길의 사용설명서인 셈이다.

로퍼를 벗고 스타킹을 벗고 첫발을 내딛는데  차갑고도 신선한 느낌, 항상 시도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했을 때의 묵직한 느낌,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남 따라 하는 게 아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주체적인 느낌...

사실 그 어떤 느낌보다 내 안의 거대한 호모 사피엔스가 우리밖을 처음 나갈 때의 수줍은 발자국을 느낀다.

'개미랑 벌레가 나오면 어떡하지 ' 하는 어린 아이의 기우를 떨쳐버리고 코끼리의 육중한 발이 된  듯, 아님 공룡이 지축을 흔들 듯 쿵, 쾅, 쿵, 쾅!

이렇게  한 발짝씩 천천히  내디뎌 본다.

신발을 신고 아무리 흙길을 걷는다 해도 기존의 쌓여왔던 피로감 때문인지 신발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쿠션감이 이미  내 발안에 있었던 거마냥 제 짝 만난 신짝처럼 밀려온다.

내안의 살아숨쉬고 있는 데도 문명의 우리속에 가둬버린 내 안의 원시성을 느껴본다.

그렇게 가던 길을 되돌아 또 다시 등받이나무에 다다른다.

말 그대로 등받이를 해 본다. 딱이다. "나무야 고마워"하고 소리내어 말해 본다.

이렇게 되돌아 와서, 첨에 생뚱맞았던 그 발씻는 곳에서 발을 씻어 본다.

평상에 앉아 바람에 발을 말리고 신발을 신으며 난 쥐라기시대의 아기공룡과 이별하고 현재로 돌아온다.

공룡아, 우리 가끔은 이렇게 또 만나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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