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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젤라 Mar 27. 2022

의사소통


 갓난 아이들은 말은 못해도 서로 대화는 한다. 자고로 '대화'라 함은 얼굴을 마주보고 말을 주고 받는 행위를 말한다. 그렇게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생각과 감정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행위, 즉 메시지의 송신자와 수신자의 역할이 끊임없이 교대로 순환하면서 일어나는 행위를 우리는 '의사소통'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의사소통'은 일방적인 행위가 아닌 교환행위(give and take)로 주로 대화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우리가 '인간관계가 힘들다'라고 말할 때는 사실 의사소통이 잘 안된다, 다시 말해, 말의 교환행위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방적으로 말한 사람도 돌아서면 뒤가 찝찝하고, 일방적으로 듣기만 한 사람도 피곤하다. 그게 현실이다.

이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 따라 눈치껏 말의 교환행위, 즉 의사소통을 해야 하니 순수한 의미에서의 인간적인 결속을 위한 의사소통이라기보다 사회적 관계, 그 자체를 위한 의사소통이다 보니 힘들다고 한다.

 




 우리가 대화를 함에 있어 말 그 자체 ( Verbal effect )보다는 말 외적인 요소( Non-verbal effect ) 즉, 말투, 목소리, 표정 이런 것들에 훨씬 더 많이 영향을 입는다. 인간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감정적 동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말이 갖고 있는 순수한 메시지의 역할은 그다지 크지 않다. 말은 음성과 의미를 가진 단어의 조합인 구조, 문장으로 표현되는데 의사소통에 있어 무엇보다도 '단어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음성학적인 요소와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사회적인 의미로 상대방의 뇌에 이미지를 형성하고 그것은 상대방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똑같은 말도 어떤 목소리, 어떤 톤으로 어떤 단어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감성을 자극하는 정도가 극과 극이 될수도 있다.

상대방의 감성, 즉 비위에 크게 반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사람을 우리는 그야말로 '말을 잘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말의 '양'이 아닌, 양'질'의 단어선택으로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사람인 것이다. 쉽지 않다. 고도의 기술자들이다. 그런데 타고난 친구들도 많다.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잘 못 어울린다라고 했을 때 사람은 매우 복합적인 존재라 한 마디로 이래서 그렇다라고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중 한 요소로 의사소통에 있어서 어떤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왕따'라는 단어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왕따를 당해도 당한 줄 인식하지 못했고, 왕따를 시켜도 내가 왕따를 한 건지도 몰랐다. 설령 왕따가 존재했다 해도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인식하지 못했고, 한 마디로 모르고 살았다. 이것은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처럼 '왕따'라는 단어가 생겨서 '왕따'현상이 생겨난건지, 아님 '왕따'현상이 있어서 '왕따'라는 단어가 생겨난 건지 모른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지금의 아이들은 '왕따'라는 단어가 있기에, 현상에 대한 민감도도 매우 크다.





 현대사회로 갈수록 인간관계는 '의사소통'이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의사소통'을 부르짖지만, 우리 주변에서 사실 '의사소통'이 잘 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고독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에게 '고독'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약간 생소하고 부정적인 이미지이다. 당장 '고독사'라는 단어와 연관되고 심지어 국립국어원 사전에도 그렇게 연관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누군가 흔히 "나 오늘 고독하다" 이렇게는 잘 말하지 않는다. '고독하다'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사용빈도는 그리 높지 않다. 일반적으로 '고독하다'라는 단어는 '외롭다'의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요즘은 이런 외로움에 대한 글도 많고 해서 고독과 외로움의 의미를 구별한다. '고독(Solitude)'은 말 그대로 혼자 있음이다. '외로움(loneliness)'은 쓸쓸한 감정상태이다.

 그럼에도 '고독'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1.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2.부모 없는 어린아이와 자식 없는 늙은이. 라고 검색된다. 1번의 사전적 의미 해석은 혼자 있어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해서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해도 2번은 가히 충격적이다. 단어의 의미 자체가 요즘 사회에 맞지 않는 편견을 소유한 폭력성을 내포한다고 본다. 1인 가구가 인구의 38%가 넘는 시대에 특정 집단을 의도치 않게 타켓화해서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국립국어원 사전의 의미도 시대에 맞춰 바뀌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사소한 의미규정이라 할지라도 언어는 또 하나의  '사회적 함의'이어서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이미지를 반영해야 기존관념에 갇혀, 사람들에 의한 편견에서 고통받을 사람들을 구할 수도 있다. 언어의 역사성을 감안한다면 앞으로는 홀로 있음이 더 이상 외로움이 되지 않고, 당당한 개인주체로서 자리매김하여 사회적 연대성을 확장할 수 있는 많은 기회 창출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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