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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젤라 Sep 26. 2023

알래스카여행기

알래스카 4일차

이제 발데즈를 떠나 다시 앵커리지로 돌아가는 길이다. 올 때 스쳐지나온 톰슨패스, 산꼭대기에 여전히 눈이 쌓여있는 산맥이 이어지는 풍경을 차에서 내려 파노라마처럼 한 눈에 담아본다.

구름이 산봉우리아래로 깔리는 곳에서 피쉬앤칩스로 점심식사를 하고 마다누스카 육지빙하체험을 하러 간다.

여기서부터는 현지가이드가 안전모와 아이젠을 착용시키고 일렬로 일행을 안내한다. 중간중간 크레바스(crevice)가 있는지 안전을 확인하면서 걷는데 이 아래로 330m나 더 빙하가 있다고 한다. 근데 느낌은 그냥 겨울 설산을 걷는 정도(?!) 였다.

렝겔 세인트 엘리어스 방문자센터에서 확인한 표시판에 따르면 이 밑에 에펠탑높이보다 더 깊이 빙하가 있다는 건데 육안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보이지 않는 영구 동토층(permafrost)을 상상하기는 사실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tip of the iceberg) 그 자체다.

여름이 되면 원래 빙산은 녹는다. 그렇게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빙하라고 하고 얼음만 녹아 내리지 않고 당연히 바위와 돌도 같이 쓸어 내려 빙하와 퇴적물이 함께 쌓이는 것을 모레인(moraine)빙하라고 한다.

크레바스를 보고 궁금해서 한번 만져봤다. 그냥 얼음덩어리! 전혀 무섭지 않았고 얼음과 빙퇴석이 번갈아가며 쌓인다고 하고 빙퇴석 아래 얼음이 푸른색일수록빙하가 더 단단하다고 한다.

거뭇거뭇한 것이 빙하가 녹아 빙퇴석이 드러난 것인데요즘은 예전에 비해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져 빙퇴석이 더 많이 드러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지금껏 상상만 했던 영구 동토층(permafrost)을 조만간 우리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실제 여기 마다누스카 육지빙하체험도 제대로 할려면 안쪽으로 얼음동굴도 있고 해서 하루 꼬박 걸린다는데 우리는 시간관계상 맛보기체험만 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쉬운 마음에 빙퇴석이 녹은 빙하에, 걸쭉한 회색시멘트물처럼 고여있는 곳에 손을 가져다 대보니, 부드러운 머드팩을 만지는 듯한 촉감이었다. 혹시 모를 엄청난 세월과의 조우였을지도 모른다.

마다누스카를 떠나 순천만습지같은 철새도래지, Potter Marsh에 도착했다.

이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여행에서 나에게 무엇보다 영향을 준 ‘연어의 일생’이 여기서 한 마디로 정리된 듯하다.

다큐멘터리영상으로만 보다가 내 눈앞에서 치열하게 강물을 거스르는 연어떼들을 보면서 연어한테 감정이입이 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컸었다면, 여기서 나는 연어가 곰과 바다사자, 갈매기의 먹이가 되어주니, 이 또한 돌고 돌아 여러 생명을 살리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life goes on! ’(삶은 계속된다!) 이 표어를 되새겨본다.

저녁식사를 위해 들른 레스토랑 옆 개울에서 사람들이 플라잉 낚시를 즐기는데 이들에게 플라잉 낚시는 또 다른 일상이다. 특이한 것은 잡은 후, 가져가지 않고 다시 풀어준다. 주변을 살펴보니, snagging prohibited라고 쓰여져 있는 간판이 보인다.

연어입이 아닌 아가미등 다른 부위를 낚아채는 것은 금지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다가가서보니 그냥 맨손으로도 때려잡을 정도로 강물아래 가까이 있었다.

그러니 손맛만 즐기고 다시 풀어주는 게 그들의 일상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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