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짧지만 강렬했던 4박 6일의 알래스카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늘 여행이 그렇듯, 여행이 주는 메시지가 있다.
그래서, 여행은 돌아오기 위함이고 나의 일상을 또 다른 시선으로 지키기 위함이다.
자연스럽게 추후 활동으로 ‘하나뿐인 지구 영상제’에 관심이 갔다.
벌써 2회차이고 기사를 확인하니 누적 관람객이 1만 4천여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관람할 당시만 해도 좀 더 많은 홍보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실상 이제 ‘기후변화, 기후 위기’라는 말이 일상이 되어 사람들이 둔감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참이다. 1년에 한 번 반짝별처럼 빛나는 BIFF와 더불어, 상업영화에 밀려 대중에게 얼굴도 못 내민, 다양한 소재의 또 다른 우리네 일상인 독립영화들이 좀 더 쉽게 소개되기를 바래 본다.
누구든 처음부터 프로는 없으니, 때론 아마츄어시절이 더 빛나기도 한다. 물론 그 때는 빛나지 않았지만…
내가 선택한 영화는 아무래도 알래스카와 관련된 북극해 지역으로 정했다. 그러면 알래스카와 같은 풍경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독립영화답게 스펙타클한 영상미보다는 오히려 잔잔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미리 Synopsis (요약본, 줄거리)를 읽고 가서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다큐멘터리인지를 찾으려 했다.
내용의 핵심은 영구동토층(Permafrost)가 녹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인간이 멸종시켜온 동물들이 살아나고 있다.
영구동토층 한가운데 ‘홀구트‘라 부르는 거대한 맘모스가 살아 있다는 상상이다.
그러면서 인상적이었던 대사는 ‘ Permafrost is beautiful!’ 였다.
마치 ‘호박(Amber)’안에 곤충이 들어 있는 것처럼, 호박이 보석으로 여겨져 장식품으로 쓰이듯이 , 홀구트를 품은 영구동토층이 아름답다는 감탄은 개인적으로 호박(Amber)을 연상케 했다.
홀구트를 살리고 싶은가? 당연히 홀구트를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경고의 메시지로 이해한다.
올 여름은 지구의 온도가 가장 높았던, 뜨거웠던 것으로 기록되었다. 지구 곳곳에서 홍수와 지진, 산불등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지구 열대화’라 한다. ‘기후 위기’라는 말은 다시 말해, ‘생존 위기’이다.
지금껏 우리 인간이 지구를 마음껏 써 온 만큼, 이제는지구가 우리 인간에게 응답하고 있다.
그것을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이 책에서 지구가 원시 지구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자하는 기후 위기를 지구 입장에서 ‘재야생화’, ‘ 회복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구가 얼마만큼 재야생화되고 회복할른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코로나’와 같은, 살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또 어떻게 막닥드릴 지도 아무도 모른다. ‘살아 있음’에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시대에 생각을 뒤집어보면, 살아 있기 때문에 생존을 걱정하는 것은 원시 동굴시대에도 있었던 당연한 것이다. 인류 역사가 그 두려움과 공포를 이기고 동굴에서 나와 이 만큼 인류 문명을 발전시켰지만, 여전히 인간은 대자연 앞에서는 무력해질수 밖에 없다. 그런 자연에 겸손하게 또 다시 ’적응‘ 하며 살아 남아야 한다.
지구 공동체, 인간 공동체, 동료생명체로서 서로 협력하고 여태껏 그러해왔듯이, 그 어느 때보다 서로를 지키기 위한 ‘공동체의식’, ‘연대의식’이 필요하다.
점점 더 개인화되는 세상에 이 뭔 시대착오적인 말이냐싶어도 ’나‘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우리 가슴속 저 깊이 박혀 있었던 영구동토층같은 ’우리‘ 의식을 회복해야 할 시기가 왔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나부터 자신의 위치에서 이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자연스럽게 답을 찾을 것이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