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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찬수 Nov 14. 2023

게임을 넘어서 : C2E(Create to Earn)

게임은 메타버스와 가장 관련이 깊은 분야이다. 특히 미국의 유명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는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논의가 되는 것에 큰 영향을 준 인기 게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2019)에는 미국 10세~17세 청소년의 40%가 매주 한 번 이상 포트나이트에 접속해 전체 여가시간의 25%를 사용하는 게임으로, 특히 10대인 Z세대에서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내용이 있다. 미국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의 이러한 인기 때문에 2019년 1월에 넷플릭스가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넷플릭스의 최대 라이벌은 HBO가 아닌 포트나이트다"라고 하며, 게임 소비로 인해 영상 콘텐츠 소비가 미래에 줄어들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는 얘기도 많이 알려져 있다. 2020년 전 세계 포트나이트 게임 이용자가 3억5천만 명을 넘어섰고, 미국의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들이 열광적 팬으로 게임 속 중요 동작을 방송이나 경기장에서 따라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며 하나의 문화현상을 만들어냈다. 미국의 10대들에게 이 게임이 이렇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그들이 게임을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또래들과의 소통을 위한 플랫폼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카카오톡이 메시징 서비스의 기능을 넘어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것처럼, 포트나이트 게임도 미국의 10대들에게 그런 서비스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들은 게임 세계에 아바타로 머물며 또래들과 대화하고 소통한다. 게임 속에서 또래들과 음악을 같이 듣고, 영화를 함께 본다. 유명 스타들의 게임 속 아바타 공연은 10대들 사이에서는 이미 최고의 콘텐츠 상품이 되었다. 이러한 10대들의 열렬한 지지와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상황이 겹쳐지면서 포트나이트 게임은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물결의 최고 기대주로 각광을 받기도 했었다. 게다가 이 게임을 만든 에픽게임즈는 언리얼엔진이라는 게임엔진의 개발사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비상 상황이 끝나고 정상적인 대면 생활로 사회가 돌아오면서 온라인 게임이 누렸던 특수가 사라져 버렸다. 거기에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 떨어져 버렸다. 이런 환경의 변화에 포트나이트 게임은 아직도 건재할까? 게임은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큰 인기를 누렸다가도 새롭게 출시되는 경쟁 게임에 밀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포트나이트가 오래된 게임처럼 10대들에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 그런데 게임 이용자나 게임 이용 시간 등 데이터를 살펴봤을때, 포트나이트의 인기가 최고였던 2021-2022년과 비교해보면 정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2023년에도 포트나이트는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메타버스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직 막강한 인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 게임은 자신들의 게임을 메타버스 세계라고 표현하며 꾸준히 가상세계를 확장하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포트나이트의 메타버스 확장 전략의 핵심은 메타버스 제작 도구인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UEFN : Unreal Editor for Fortnite)'과 크리에이터 지원 수익 모델이다. ‘UEFN’은 포트나이트 게임 내에서 크리에이터나 개발자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는 전용 도구이다. 누구나 게임이나 게임 속 아이템을 만들 수 있으며, 자신의 창작물을 포트나이트에 올려 이용자들이 많다면 그에 비례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참여도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 '참여 기반 수익금(Engagement Payouts)'제도를 만들었다. 이제 포트나이트 아이템 상점 등에서 발생한 순수익의 40%까지를 크리에이터는 분배받을 수 있다. 

포트나이트 크리에이터 예상 수익 (그림출처:포트나이트 크리에이터 포털)

이처럼 게임 이용자가 메타버스 환경에서 게임이나 아바타용 의상, 도구 등을 만들어 사고 팔 수 있는 콘텐츠 창작으로 수익을 얻는 방식을 C2E(Create to Earn)라고 한다. 이 방식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게임이 바로 ‘로블록스(Roblox)’다. 미국의 Z세대들이 모이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포트나이트’ 게임이라면, 그들의 후배 세대인 알파(Alpha)세대들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로블록스’다. 전 세계적으로 1억 5천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 게임의 핵심 이용자층은 7세~12세로, 주로 초등학생들이 열광하고 있다. 그들은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직접 게임을 만들어 돈을 번다. 자신만의 가상 세계를 창조적으로 디자인하고 친구들과 공유하고 즐기면서 돈까지 버는 것이다. 이런 이용자 창작 콘텐츠로 로블록스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 되었다. 로블록스의 대표적인 사업 모델이었던 C2E가 이제는 메타버스를 지향하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필수적으로 도입하는 전략으로 채택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단순한 참여를 넘어 가상세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창작자들이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국내 게임사들도 C2E 모델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한풀 꺾인 메타버스 열풍에도 게임업계는 메타버스를 미래의 시장 개척을 위한 기회로 보고 있는 듯하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월드’를, 크래프톤은 네이버제트와 합작해 ‘미글루’를 개발하고 있으며, 엔씨소프트와 넷마블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월드’는 넥슨 게임 중 가장 많이 알려진 ‘메이플스토리’를 기반으로 누구나 본인만의 월드(콘텐츠)를 직접 제작하여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플랫폼 내의 제작 툴을 활용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창작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콘텐츠 창작에 메이플스토리 아트, 배경음악(BGM) 등 방대한 게임 리소스와 UGC(User Generated Content)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일반 이용자들은 본인만의 아바타를 만들어 친구들과 게임 속에서 소통하며, 메이플스토리 월드에 만들어진 많은 월드를 탐험하면서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게임도 가능하다.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이 제작한 월드 내에 직접 비즈니스 모델을 넣을 수 있으며, 다른 이용자들이 월드에서 결제한 금액을 출금해 수익화 할 수 있다. 또한 개발자나 크리에이터들이 ‘메이플스토리 월드’에서 보다 원활하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개발자 센터를 운영하고, 월드 제작에 대한 개발 지식을 기초 단계부터 얻을 수 있게 단계별 학습 콘텐츠와 가이드 영상을 제공하는 등 상당히 세심하게 C2E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은 제페토를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제트와 메타버스 플랫폼 ‘미글루(Migaloo)’를 개발 중이다. 2023년 연내 출시를 목표로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는 이용자가 메타버스 환경에서 아바타용 의상, 도구 등을 NFT로 만들어 사고 팔 수 있는 C2E(Create to Earn) 플랫폼으로 선을 보일 예정이다. 넷마블의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와 엔씨소프트의 ‘미니버스’도 이용자의 창작으로 가상세계가 만들어지는 메타버스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성공 포인트를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생각하는 게임 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초의 메타버스 서비스라고 여겨지는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에서도 강조되었던 전략이었다. 적극적인 참여자들을 함께 메타버스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인정하며 적극적으로 그들의 창작을 지원했다. 세컨드라이프를 만든 CEO 필립 로즈데일은 “나는 게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가를 만든 것이다. (I’m not building a game, I’m building a new country.)” 라고 말했었는데, 세컨드라이프의 이용자들은 함께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주인공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개척되지 않은 신대륙에 먼저 도착한 탐험대처럼 가상공간인 세컨드라이프의 개발을 자발적으로 추진했다. 메타버스 내에 갖춰진 콘텐츠 생성 도구로 받은 땅 위에 건물을 짓고, 집 안에 필요한 가구나 전기제품 그리고 아바타가 입을 옷들도 만들었다. 가상공간의 토대는 기업이 만들었지만, 그곳을 사람들이 사는 공동체로 만들어 간 것은 바로 크리에이터들이었다. 이용자들의 참여가 메타버스의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라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게임사들은 자신들의 게임을 이용하는 게이머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사의 메타버스를 함께 창작해 나갈 크리에이터가 되도록 환경을 만들고 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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