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정말 추진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본 분들은 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실제로 사용처가 그리 많지 않을 거라는 것에는 다들 동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어야 할까요? 찬성 의견을 던지는 분들은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전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한국의 화폐인 원화의 통화주권이 완전히 무력화되면서 금융 당국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거라 주장합니다. 달러 스테이블 코인에 대항하기 위한 일종의 대항마로서, 당장 사용처가 불분명하고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더라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해야 된다 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얼마전까지만해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은데요. 최근 점점 많은 분들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해야 된다 라고 하는 의견을 얘기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얼마 전 있었던 대선에서도 대부분의 후보들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 긍정적인 얘기를 했고, 집권당이 된 민주당에서도 당연하게 추진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통화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한다라고 하더라도 고민해야 될 부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첫 번째는 특혜 시비 문제입니다. 이 사업은 누가 하게 되는지 간에 엄청난 수익을 얻게 될 거라고 하는 게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자칫 잘못하면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가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모두가 하고 싶어 하는 사업이고 미래 황금알을 낳아줄 일이기에 수많은 기업들이 서로 하려고 할텐데, 어떤 기준을 갖고 선정을 해야 문제가 없을까요? 선정 과정에서 분명히 특혜 시비가 불거지고, 누가 선정이 되든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아마도 결국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공적인 기관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한국은행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CBDC 같은 형태의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형태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당국의 의지가 확고해서 민간에서 발행하도록 한다고 하더라도, 그 형태는 한국은행에서 통제가 가능하도록 기존 은행들이 주축이 되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행들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면, 은행에서 만들어낸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통제가 가능하니까요. 이렇게 되면 스테이블 코인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는 있지만, 어쨌든 통화주권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어내야 된다고 하면 결국 은행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간기업들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를 하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두번째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사용처가 많지 않을 거라는 문제입니다. K-POP이라든지 한국의 한류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에 사용하도록 하자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게 어디까지 확장력이 있을지는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할 부분일 것 같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생각지도 않은 쪽에 활용이 되면서 정책 당국이 대비하지 못한 부작용 등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해야 되는 부분입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여겨지고 있는 지금, 우리 정부와 사회가 이걸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정책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너무 쫓겨서 발생할 문제점에 대한 점검 없이 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미 자국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고 있는 국가들의 현황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민간회사 주도의 스테이블 코인보다는 공적기관이 주도하는 디지털 화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