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좌절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에, 하고 싶은 일도 없음에 좌절했다.
은행에 갔고 마트에 갔다. 밥을 지었다. 요리를 해서 밥을 먹었다. 설거지를 했다. 빨래를 갰다. 책을 읽었다. 필사를 했다. 노트북을 켜서 이것저것 찾아봤다. 아무 데도 답은 없었다. 매트에 누웠다. 잠깐 잠을 자다가 불안함 때문인지 발작하듯 팔을 움직였다. 그리곤 얼마 있다가 또 저녁밥을 차려 먹었다. 운동을 했다. 샤워를 했다. 그리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그저 주어진 하루에 고개 숙여 충실히 산다. 운동을 갈 때 '가기 싫다' 생각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간다. 그냥 운동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그냥 헬스장으로 향해 걸어간다. 그렇게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며 운동기구를 돌아가면서 해치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것'이다. 슬퍼지지 않기 위해, 무력해지지 않기 위해, 그저 오늘을 충실히 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