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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다올 Apr 01. 2022

모든 희망은 빗나갔지만,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14회 엔딩의 여파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주인공 남주혁, 김태리는 덕후몰이를 하고 있다. 극 중 백이진과 나희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리고 그 사랑의 결실을 1회부터 14회까지 시청자들은 열렬히 응원해왔다. 다만 마음에 걸렸던 것은 희도의 딸이 백민채가 아닌 김민채였다는 점이다.


아니었으면 했지만 14회 엔딩에서 백이진 앵커의 입에서 나와선 안 될 말이 오고야 말았다.


"늦었지만 결혼 축하드립니다, 나희도 선수."


귀를 틀어막았어야 했지만 훅 들어온 대사에 맥이 빠졌다. 그렇다. 이 드라마 덕후들이 간신히 부여잡고 있던 희망을 백이진이 직접 날려줬다.



엔딩 클립 영상 댓글 반응이다. 난리가 난 거다.


나도 설마설마하며 결말 뇌피셜 영상도 찾아봤다. 백이진이 김이진이었다, 백이진이 죽게 된다 등등 어떻게 해서든 이진, 희도가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떠도는 뇌피셜들이었다.

드라마 제작사도 이렇게 떠도는 추측들이 부담되었는지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결론은 그들이 헤어진다는 것이고, 그 과정과 이유를 남은 2회 동안 지켜봐 달라는 것이다.


그들이 결국 그토록 사랑, 사랑 노래를 하다 서로 비켜가는 인연이 된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작가는 어쩌면 이루어지지 않는 첫사랑에 대해, 그 가슴 아픈 잔인한 현실에 대해 조금은 애틋하며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간지러운 사랑보다도 서로를 향한 찬사와 응원으로 두 인물이 얼마나 높이, 아름답게 성장해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무조건 이루어지는 엔딩이 아니라서 새롭기도 하다. 사랑의 결실로 웨딩마치까지 올리는 경우보다 서로 사랑하다 헤어지게 되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 게 사람들의 숱한 사랑 이야기 아닐까. 그래서 시청자들은 더 분노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겪은 걸 여기서까지 봐야겠니?'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2009년, 이진과 희도는 33살, 29살 되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어설프고 때로는 찌질했던 청춘이 사회에서 입지를 굳혀 가고 있는 모습이 낯설기도, 대견하기도 했다. 어찌 됐든 나는 두 인물을 응원한다. 그들의 사랑뿐 아니라 그들 각자 삶의 성장이 아름다웠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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