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주인공 남주혁, 김태리는 덕후몰이를 하고 있다. 극 중 백이진과 나희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리고 그 사랑의 결실을 1회부터 14회까지 시청자들은 열렬히 응원해왔다. 다만 마음에 걸렸던 것은 희도의 딸이 백민채가 아닌 김민채였다는 점이다.
아니었으면 했지만 14회 엔딩에서 백이진 앵커의 입에서 나와선 안 될 말이 나오고야 말았다.
"늦었지만 결혼 축하드립니다, 나희도 선수."
귀를 틀어막았어야 했지만 훅 들어온 대사에 맥이 빠졌다. 그렇다. 이 드라마 덕후들이 간신히 부여잡고 있던 희망을 백이진이 직접 날려줬다.
엔딩 클립 영상 댓글 반응이다. 난리가 난 거다.
나도 설마설마하며 결말 뇌피셜 영상도 찾아봤다.백이진이 김이진이었다, 백이진이 죽게 된다 등등 어떻게 해서든 이진, 희도가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떠도는 뇌피셜들이었다.
드라마 제작사도 이렇게 떠도는 추측들이 부담되었는지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결론은 그들이 헤어진다는 것이고, 그 과정과 이유를 남은 2회 동안 지켜봐 달라는 것이다.
그들이 결국 그토록 사랑, 사랑 노래를 하다 서로 비켜가는 인연이 된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작가는 어쩌면 이루어지지 않는 첫사랑에 대해, 그 가슴 아픈 잔인한 현실에 대해 조금은 애틋하며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간지러운 사랑보다도 서로를 향한 찬사와 응원으로 두 인물이 얼마나 높이, 아름답게 성장해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무조건 이루어지는 엔딩이 아니라서 새롭기도 하다. 사랑의 결실로 웨딩마치까지 올리는 경우보다 서로사랑하다헤어지게 되고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 게 사람들의 숱한 사랑 이야기 아닐까. 그래서 시청자들은 더 분노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겪은 걸 여기서까지 봐야겠니?'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2009년, 이진과 희도는 33살, 29살이 되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어설프고 때로는 찌질했던 청춘이 사회에서 입지를 굳혀 가고 있는 모습이 낯설기도, 대견하기도 했다. 어찌 됐든 나는 두 인물을 응원한다. 그들의 사랑뿐 아니라 그들 각자 삶의 성장이 아름다웠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