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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Jul 04. 2020

코로나의 봄날은 갔다.(1)

지난 3개월간 감염병 전담의로서 지낸 개인적인 이야기

글을 쓰기 시작하는 오늘은 7월 1일이다. 벌써 2020년의 절반이 지나서, 오늘부터는 2020년 하반기이다.

오늘부터 재활의학과 외래진료를 다시 시작한다. 3월 16일 마지막 진료 보면서 환자분들께는 두 달 정도를 말씀드렸는데, 얼추 예상보다 두 배의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환자분들, 건강 걱정을 해주시는 어르신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2020년, 코로나의 봄날은 지나갔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남긴 계절이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 이후 달라진 삶에 대해서 예측하고 있다. 어쩌다가 코로나-19 진료 현장에 있었던 1인으로서, 지난 4개월의 삶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2020년 겨울에는 두 건의 해외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처제와 조카들을 동반한 싱가포르 여행과 마다가스카르 방문이었다. 싱가포르 여행은 작년 3월에 계획해서 항공권 예매를 마쳤고, 마다가스카르 방문은 5월에 일정을 계획하고 7월에 항공권 예매를 마쳤다. 10월에 함께하기로 했던 한 분이 부상으로 빠지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반년 이상 준비했던 여행이었다.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00122/99359769/1


우리 가족의 출국은 1월 11일이었고, 중국 보건당국이 WHO에 우한 지역의 폐렴을 공식적으로 보고한 것은 12월 31일이었다. 우리는 홍콩을 경유하는 항공권이었다. 살짝 걱정이 들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 4박 5일간의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에도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한국에서 첫 환자가 진단된 날은 1월 21일이었고, 이후 싱가포르 회의에 참석했다가 감염된 환자분이 계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쨌든 우리 가족의 일정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1월 30일부터는 서울의료원 국가지정 격리병상에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하기 시작했다.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전문의들이 전담 의료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지만, 나머지 환자들과 의료진들에게 큰 영향은 없었다. 단지 예정되었던 학회를 연기해야 했고,(결국 취소했다) 병원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2월 8일 한국 내 누적 확진자는 24명이었지만, 모두들 조심하는 의미에서 신규 전공의 교육 워크샵을 취소했다.  


2월 14일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확진되었고, 2월 20일 58명의 확진자가 한꺼번에 발생했다.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는 없었지만, 나는 2월 21일 밤에 인천공항에 갔었고, 면세품을 번호표 없이, 줄도 서지 않고 바로 찾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다가스카르 여행은 현지 선교사님을 돕기 위해서 8개월 전에 계획된 여행이었다. 4명의 의사와 1명의 간호사, 두 명의 기업가(사장님들)가 함께 했었다.(한 분은 대구 출신이시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까지 13시간 비행을 하고, 환승을 해서 다시 5시간 30분을 더 가는 먼 여정이었다. 기내식 세 번을 먹는 비행은 처음이었다. 마다가스카르에 입국할 때 한 번의 검역과 도착비자 발급, 두 번의 입국심사, 한 번의 세관검사를 포함해서 한 시간 30분 이상 시간이 걸렸었다. 마다가스카르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계속)


에티오피아 항공의 기내식은 맛있었다.



https://youtu.be/O9rpWEvy7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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