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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May 30. 2020

언제쯤 퇴원할 수 있나요?

코로나-19 평균 입원기간

1월 21일, 우리나라 최초의 코로나-19 (처음에는 ncov-Novel Coronavirus Disease로 불렀다) 환자가 진단되었다. 1월 30일부터 서울의료원 국가지정격리병상에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하기 시작했다. 2월 마지막주부터는 본관 병동에도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하기 시작했다.


https://imnews.imbc.com/news/2020/society/article/5672803_32633.html

(3월 16일 기사다. 지금은 맞지 않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세 가지다. "진단명이 무엇인가요?", "이런 병 걸린 사람이 또 있나요?", "치료하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코로나-19는 치료기간동안 격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세 번째 질문의 답변이 제일 중요했다.

방송과 뉴스에서는 2주일 정도의 격리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 병원의 첫 번째 환자도 17일만에 격리가 해제되어 퇴원했다. 격리 해제를 위해서는 하루 간격, 두 번 연속으로 바이러스PCR 검사 음성이 나와야 한다. 실제로는 16일째에 치료가 된 셈이다.


그런데 3월 말이 되도록 퇴원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았다. 당연히 환자들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치료하고 있는 것 맞나요?" "이 병원 검사가 이상한 것 아닌가요?" "혹시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중환인가요?"

의료진 내부적으로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병원의 시설이나 검사 능력에는 의심이 없었다.(서울의료원 진단검사의학과의 코로나-19 양성검체 보고건수는 의료기관중 1위이다) 그럼 우리가 치료를 잘못하고 있나?


http://www.hani.co.kr/arti/area/yeongnam/936309.html

(4월 9일자 기사다. 이 때만 해도 대구지역의 어려움 때문으로 알았다)


뭔가 과학적인 근거를 찾기 위해서 통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4월 21일 기준으로 129명이 퇴원했는데, 평균 입원기간은 23.6일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맞는 통계가 아니다. 이 중 36명은 바이러스 음전이 되지 않은 상태로 생활치료센터로 전원되었다. 또 격리해제되지 못하고 23일 이상 입원중인 환자들도 많았다. 이 사람들이 포함되면 평균입원기간은 더 길어질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데이터를 찾아보았다. 매일 매일의 확진자 수와 격리해제 수는 발표가 되지만, 평균 입원일수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래서 먼저 환진된 사람이 먼저 퇴원했을 거라고 추정하고(사실은 그렇지 않다), 각각 환자의 입원일수를 계산했다. 이렇게 만든 데이터는 사실과 다르지만, 전체의 합과 평균은 사실과 거의 일치하게 된다. 4월 22일 기준으로 10,683명이 확진되었고, 이 중 8277명이 회복되었다. 사망은 238명이었다. 회복한 사람 8277명과 사망하신 238명을 더한 8515명의 총 입원일수는 211,436일이었다. 평균 입원일수는 25.8일, 사망하신 분들도 회복한 것으로 추정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좀 더 길 것으로 생각되었다. 우리 병원의 통계와 다르지 않았다. 이제 환자들에게 정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 "3주에서 4주 정도의 격리기간을 생각하세요"


5월 23일 기준, 우리 병원에서는 193명이 격리 해제되었다.(생활치료센터로 전원하신 40명과 재확진 이력이 있는 9명은 제외한 숫자다) 평균 32.1일만에 퇴원할 수 있었고, 최초 증상이 있던 날부터 계산하면 평균 37일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이제는 입원하시면 이렇게 말씀드린다. "30일 이상 걸립니다. 5주 생각하세요"


치료 방법은 변한 것이 없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증상이 생긴 다음 검사를 받고 확진되신 분들이 많았다. 아래 그림의 B 기간에 입원하신 분들이 많았던 것이다. 요즘은 역학조사를 통해서 선제적으로 검사를 받고 입원하신 분들이 많다.(그림의 A 기간) 입원하고 나서 증상이 시작되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격리해제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자료가 사람들을 오히려 더 두렵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그래도 의사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0527097200051


82세 어르신이 며칠 전 3개월만에 무사히 퇴원하셨다. 3개월간의 격리생활을 생각하면 끔찍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길어져도 결국은 격리 해제되어 퇴원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기사로 볼 수도 있다. Typhoid Mary*와 같은 코로나-메리는 없다는게 의료진들의 생각이다.



Typhoid Mary: 1869~1938, 본명은 메리 맬런(Mary Mallon)으로 장티푸스에 감염되었으나 증세를 보이지 않는 건강한 보균자였다. 공식적으로 53 사례의 장티푸스 감염의 원인이었다. 하필이면 직업이 요리사였고, 결국은 감염병 병원에 사망할 때까지 격리되었다. 전염성 질병에 감염되어 타인을 전염시킬 수 있지만 본인은 발병하지 않는 건강 보균자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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