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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아재 Feb 06. 2023

그림 초보의 준비물 1. - 종이

200g 이내 저널형태의 스케치북

  작년 연말 첫 단체 전시회를 마무리 했습니다. 3년 간 활동해 오던 어반스케치 동호회에서 진행한 첫 단체전이었습니다. 덕분에 여러 매체를 통해 전시회 소식도 알려지게 되고 새로운 회원분들도 오픈채팅방에 오셨습니다. 거기에 새해가 시작되면서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결심을 하고 들어오신 분도 많으실 겁니다.


  오픈 채팅방에는 길게 공지를 올려놓고, 어반스케치에 대해 소개하고, 채팅방은 그림을 알려드리는 곳이 아니라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곳임을 알리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교류할 것을 권하고 있지만... 그게 또 잘 안됩니다.     

  분명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채팅방에 찾아오셨을텐데, 시작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 분들이 그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여러 생각하지 말고, 일단 시작! 제일 첫 번째 단계는 '마음가짐'이지만, 그거야 내 마음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우선 '그림을 그려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돈을 들여 재료를 준비하세요. 재료가 아까워서 조금이라도 끄적거려보게 된다면 그걸로도 시작은 충분합니다.

              


  그림 그리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분이라면 우선, 마음에 두고 있던 재료를 마련하세요.

  기본적으로 종이와 필기구가 필요합니다.

  종이는 아무런 종이나 상관없지만, 낱장보다는 책 형태의 ‘저널’을 추천합니다.

  ‘저널’을 사용하면 좋은 점은 첫 번째, 꾸준히 그리면서 쌓여가는 그림을 보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 장까지 그림을 채우면 마음에 안 들던 첫 장의 그림도 즐겁게 추억할 수 있는 그림이 됩니다.

  두 번째, 그림을 그리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찢어낼 수 없어서 끝까지 그리게 됩니다. 끝까지 그린 그림은 어떤 식으로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저널’은 항상 소지하고 다닐 수 있는 크기와 재질로 골라보세요. 조금은 멋스럽고 고급스러운 외피, 손에 들고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A5 크기, 너무 두꺼워서 질려버리지 않을 30매 내외의 적당한 두께, 양면에 그려도 뒤로 잉크가 배어나오지 않는 200g 이상의 중량이면 적당합니다. 마지막으로 찢어버리거나 내팽겨쳐 버리기엔 아까운 정도의 가격이면 더 좋습니다. 그래야 그 안에 담긴 자신의 그림이 못나 보이더라도 버리거나 포기하지 않게 됩니다.


  수채화 채색을 하기에 적당한 300g이상, 100% 코튼 종이의 저널은 대부분 2만원이 넘어갑니다. 처음 저널을 구입하시는 분이라면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걸 바로 아시게 될 겁니다. 채색을 안 하시거나 가볍게 하시는 분들에게는 15,000원 내외의 스틸만앤번이나 하네뮬레 13.5x21 cm, 혹은 다이어리로 많이 알려진 몰스킨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채색을 하기 전에 200g 내외의 저널에 펜드로잉을 충분히 연습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조롭다고 느껴지시면 하늘 등을 마카나 색연필로 부분 채색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스케치의 ‘형태력’을 키우신 후에 300g 종이에 수채화 물감을 써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결국 수채화도 스케치가 70%, 채색이 30%정도라고 생각하거든요. 서두르지 않고 설계도를 그리듯 차근차근 디테일을 높여 스케치를 하면 그만큼 채색도 쉬워지고 그림 그리는 재미가 꾸준함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물을 많이 사용하는 수채화는 300g 이상 평량의 종이에 단면으로만 사용하여야 하지만, 처음에는 펜 드로잉부터 시작하셔야 하니 200g 정도를 추천드립니다. 물론, 연필로 그린다면 120g 내외여도 괜찮습니다만, 연필을 사용하면 종이를 찢어 구기는 대신 계속 지우개를 쓰다가 끝내 완성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끈기나 실력이 아니라 ‘포기’만 차곡차곡 쌓일 수 있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작품을 그릴 종이’가 아니라 ‘끝까지 그려서 제대로 연습할 수 있는 끈기’입니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제안을 할 수 있지만 제가 초보일 때는 그림을 그린지 반년이 넘어서야 제조사를 알 수 없는 중국제 싸구려 저널에 공들여 그림을 그렸습니다. 처음에는 아이의 스케치북이나 크로키북 등에 크레파스, 색연필, 오일파스텔, 연필, 볼펜 등의 여러 가지 재료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그림에 대한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볼펜으로 그리는 것이 단조롭게 느껴지면, 노란 색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오일파스텔로 채색하고, 지저분한 부분은 다시 색연필로 보완하거나 외곽선을 그려넣었습니다.


  다음에는 펜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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