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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아재 Mar 05. 2023

그림 초보의 준비물 2. - 펜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두 번째 준비물은 펜입니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연필로 그림을 그려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가장 다가가기 쉬운 재료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펜을 추천드립니다.           


  초보일 때는 자신의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이제 시작인데 잘 할 수는 없지’ 계속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사람 마음이 또 그렇지 않습니다. 실망하게 됩니다. 그림 그리기가 싫어집니다. 펜을 놓아버립니다. 그렇게 며칠 지나버리면 오랜만에 다잡은 ‘그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저 멀리 날아가 버립니다.

우리동네 슈퍼입니다. 펜으로만 그려도 나름 느낌이 있습니다.

  한 장의 그림을 끝까지 그려야 성장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실수한 부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정확히 관찰해야 다음에는 그 실수가 줄어들고 조금씩 더 나아지니까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 ‘에이... 다시 그려야하지 않을까?’하는 실수가 생겨도 마음을 다잡고 ‘일단 끝까지 그려보자’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림을 완성하면 마음에 걸리던 그 실수가 생각보다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물을 발견하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을 마주하려면 용기와 끈기가 필요합니다.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할 때까지 종이를 구겨버리고, 지우개로 지우고 싶은 수많은 순간을 참아내야 하기 때문이죠.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A5 정도의 저널을 준비하셨다면, 물에 지워지지 않는 펜을 권합니다. 지금 제가 주로 사용하는 펜은 PIGMA MICRON입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종류의 만년필에 여러 가지 색상의 물에 번지지 않는 잉크를 사용하여 스케치를 하고 있습니다.     

  고탄성 섬유재질의 펠트 촉펜은 ‘피그먼트 라이너’란 이름으로 여러 브랜드에서 시판하고 있는데요. 스테들러, 사쿠라, 윈저, 코픽 등 가격대는 비슷하지만 색상 종류는 스테들러가 더 다양합니다. 아쉽게도 문방구 필기구 코너에는 써보고 살 수 있도록 진열하는 펜은 아닙니다. 한 가지씩 사서 써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 펜을 골라야 합니다. 

003 005 01 02 03... 여러 가지의 두께의 펜촉이 있는데요. 02 정도의 펜을 하나만 구입해서 써보세요. 제품설명에는 0.3mm 정도라고 나와있지만 쓰는 사람의 필압에 따라 굵기 차이가 나는 펜촉이기에 직접 써보면서 자신에게 잘 맞는 펜의 두께와 브랜드를 찾아야 합니다.      

  두꺼운 펠트 촉펜은 긴 선을 그리다가 잠시 머뭇거리기라도 하면 종이 위에 잉크가 살짝 번질 때도 있거든요. 볼펜은 종이 위에 누르고 있어도 잉크가 더 이상 나오지 않지만, 질나쁜 펠트촉펜은 계속 종이를 번지게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세세한 특징이 있으니 사기 전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꼼꼼히 따져보고 사면 되지 않겠냐구요? 제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문방구에 들릴 때마다, 인터넷 화방에서 화구를 구입하고 배송비 아끼려고 한 두자루씩 사모은 펜들이.... 2.5kg 짜리 커다란 플라스틱 김치통에 한 가득입니다. 

유니볼 시그노 주황색 펜으로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여기에 채색하면 또 다른 매력이 있긴 합니다.

  펜은 한꺼번에 여러 자루를 사서 제대로 갖추고 시작하는 것보다는 5개 정도의 두께로 세트로 판매하는 피그먼트 펜 세트를 사서 써보고 한 자루씩 사서 써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그림 동호회 등에 나가 다른 분의 그림도 보고, 그 분의 그림도구도 살펴보는 것입니다. 저 또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도 많았지만, 지금은 매월 정기모임을 나갈 때면 이런 저런 도구들을 꼭 챙겨가서 써보시라고 펼쳐 놓곤 합니다.     


  꼭 다른 분들의 펜을 써보세요.

1,000원 내외의 저렴한 펜이라고 ‘이거 하나 사볼까?’하고 문방구에 들릴때마다 사모은 펜들입니다. 

제가 그렇게 하지 않은 탓에 이렇게 펜이 많습니다.... 쿨럭.

이게 다가 아닙니다... 다른 미술도구와 잡동사니까지 제 책상 아래를 가득 채우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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