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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금주 Oct 11. 2017

“정직한 원료가 진품을 만든다.”

고창군에서 친환경 베리를 생산하는 하랑농장 곽춘근 농부


그 이름도 참 예쁜 하랑농장.

하랑은 네 아이의 아빠인 곽춘근 농부의 늦둥이 아들 이름이다.

금쪽같은 내 자식들에게 먹이고 싶은 안전하고 정직한 베리만 생산하겠다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다. 곽춘근 농부는 5년 전 고향 고창에 귀농해 6천여 평의 농장에서 무농약으로 블루베리와 아로니아를 재배하고 있다.

생과뿐만 아니라 이를 가공한 100% 원액과 분말도 판매한다. 도시 생활을 접고 귀농을 고민하던 곽춘근 농부에게 아로니아와 블루베리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오랫동안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하다가 우연히 아로니아를 먹고 두 달 만에 눈이 좋아진 것이다. 아로니아와 블루베리에는 안토시아닌과 항산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아로니아의 안토시아닌 함량은 포도의 약 80배, 블루베리의 7배나 된다. 특히 고창은 지리적으로 베리류 작물을 재배하기에 아주 좋은 지역이라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서해안의 해풍을 맞고 황토 땅에서 자라는 고창의 과일은 단맛이 강하고 미네랄 같은 영양 성분도 아주 풍부하다.

처음부터 친환경으로 재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슈퍼 푸드인 베리는 건강을 위해 먹는 식품인데 몸에 해로운 약을 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친환경으로 해서 다음 해에 바로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무농약 인증이기 때문에 일반 농가의 30% 까지는 화학 비료를 쓸 수 있지만 아예 화학 비료도 쓰지 않고 자연 그대로 베리를 재배했다.



“블루베리는 무농약으로 재배하기 까다로운 작물이에요. 산성 땅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적절한 부산물로 흙을 만들어줘야 해요. 생선 액비나 야생풀 등을 이용해 거름을 만들어 뿌려주죠.  블루베리 원액을 짜고 남은 부산물들을 발효해 다시 밭으로 돌려줘요. 블루베리를 끓이지 않고 짜서 원액을 만들기 때문에 부산물에도 영양소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어 땅을 좋게 만들거든요.”


하랑농장은 이렇게 건강하게 자연 그대로 생산한 원료를 가지고 맛과 향은 물론 영양소까지 고스란히 담긴

100% 원액과 동결건조파우더 제품을 만들고 있다. 하랑농장 제품의 특징은 베리의 맛과 향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영양소의 파괴를 최소화했다는 것. 원액의 경우 당이나 향, 색소, 물 등을 전혀 첨가하지 않고 80도 아래에서 저온 착즙 방식으로 원액을 추출한다. 분말 형태인 동결건조파우더 제품은 박춘근 농부가 몇 년을 연구한 끝에 개발해낸 것이다.


“베리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과 항산화 성분은 온도가 1도만 올라가도 영양소가 많이 파괴됩니다.

그런데 시중에 나오는 제품은 대부분 다 끓여요. 저는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끓이지 않고 80도 아래에서 살균을 한다는 개념으로 원액을 만들고 있습니다. 분말 형태도 동결 건조를 하면 영양소의 파괴를 막을 수 있어요. 동결건조파우더는 영양뿐만 아니라 맛도 정말 기가 막힙니다.”

     

곽춘근 농부는 하랑농장의 제품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자신보다 더 잘 만들고 좋은 제품이 있다면 언제라도 배우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이렇게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있음에 불구하고 그는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슈퍼 푸드의 선풍적인 인기로 시중에 저가 제품이 대량 유통되면서 그의 제품들이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곽춘근 농부가 가장 안타까운 점도 이 부분이다. 제품의 품질이나 정성, 가치 같은 것은 눈으로 보이는 게 아니다 보니 소비자들이 제품을 결정할 때 가격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


“친환경으로 정직하게 생산하는 제품은 그만큼의 가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반 농산물에 비해 생산 비용은 많이 드는데 수확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시장에서는 아직 이런 현실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 농사를 5년째 짓고 있는데, 솔직히 힘에 부칩니다. 아마 저도 물과 당 같은 것을 섞어 저렴하게 만들었으면 많이 팔았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그렇게 만들지를 못하겠어요. 그렇게 혼합한 제품에는 블루베리와 아로니아 성분이 거의 없어요. 내 아이가 먹고, 내 식구들이 먹는 건데 그렇게 만들 수는 없잖아요.”


그는 소비자들에게 정직하게 만드는 자신의 제품을 많이 알리기 위해 6차산업 인증도 받고, 체험 프로그램들도 운영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수출을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외 식품박람회에도 열심히 도전해본다.  일본의 한 바이어는 하랑농장을 5번이나 왔다 갔을 정도로 관심을 갖고 있지만 계약 성사까지는 기다림의 연속.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아직 “농업은 희망이 있다”고 믿는 곽춘근 농부.


그동안 저온착즙 원액, 동결건조 등 남들이 하지 않는 일에 도전해온 그는 지금 블루베리 잎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바로 블루베리 잎을 가공하는 것. 잎에는 열매에 비해 안토시아닌이 5배,  항산화 성분이 30배가 많이 들어 있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부부의 배웅을 받으며 돌아오는 길. 무엇인가 울컥하고 고맙고 미안하기도 한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정직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들이 있어 감사하고 이들의 귀한 땀과 눈물 그리고 열정이 녹아 있는 농산물이 아직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진짜 제품’이 그 가치를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www.enviagro.go.kr

친환경농산물 인증정보를 넣으면

지역에서 생산자 정보까지 한 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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