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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금주 Nov 19. 2017

“어릴 때 먹던 바로 그 귤 맛”

서귀포에서 친환경 감귤을 생산하는 김민수 농부


가을이 깊어지면 제주는 귤빛으로 물든다.

고향 서귀포의 1,000 m2 농장에서 1년에 약 40톤의 귤을 생산하는 제주 자연농원 김민수 농부의 손길도 더욱 바빠진다.  제주의 상징이라 할 정도로 많이 생산되는 감귤. 그 가운데서도 김민수 농부의 감귤이 특별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제주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람이 준 선물 그대로의 맛이기 때문 아닐까요. 친환경 농법이라고 해도 지역과 토질에 따라 아주 다양하거든요. 저는 거의 모든 자제를 자연에서 활용하는 자연농법을 추구하고 있어요. 미생물이나 퇴비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쓰지 않고 자연에서 나는 천연 재료를 추출해서 사용하죠. 가령 아미노산 영양분은 바다 생선에서 그 성분을 추출하는 식으로요.” 


김민수 농부의 감귤을 먹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어릴 때 먹던 바로 그 귤 맛이라고.

그래서 매년 가을이 되면 그의 귤을 기다린다고. 



김민수 농부가 귤 농사를 시작하면서 목표로 삼은 것도

“어릴 때 먹던 그 귤 맛을 재현하자”는 것이었으니 그의 꿈은 이미 이루어진 셈이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시도는 멈추지 않는다. 20년 전 처음 친환경 농사를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최신 농법을 배우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며 공부를 한다. 


“이렇게 모든 것을 직접 하니까 늘 바쁘고 힘은 들죠. 그래도 저는 이걸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이 모든 것들을 재미로 해요. 이렇게 하나하나 배우면서 식물에 대한 심미안도 생기고 자연의 신비로움과 고마움 그리고 두려움을 깨달으면서 성숙해지기도 하고요.  이런 저를 보고 아내는 이제 그만 제발 철 좀 들라고 하지만, 저는 변화무쌍한 섬 제주의 아들이라 그런지 가만히 앉아서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제주의 아들. 지금도 그렇지만 그가 어릴 때는 더더욱 자식을 뭍으로 학교 보내 도시에서 직업을 갖길 바라는 게 많은 제주도 부모의 꿈이었다. 김민수 농부도 도시에서 대학을 다니고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후 도시에서 청년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삶은 도시와 맞지 않았다.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제주로 돌아와 농사를 짓겠다고 하니 부모님의 반대가 극심했던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유행가 가사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평생 살고 싶다”는 그의 꿈을 꺾지는 못했다. 낭만적인 기질과 특유의 뚝심으로 그는 지금의 농장에 아내와 함께 직접 집을 짓고 터전을 일구었다.



“저도 처음에는 부모님을 따라 관행으로 농사를 지었어요. 그런데 IMF 이후 귤이 대량 생산되면서 가격이 폭락했어요. 힘들게 농사지은 귤을 다 버리는 사태가 벌어졌죠. 안 되겠다 싶어서 좀 더 가치 있는 찾아보자 해서 농사일을 다 내려놓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친환경 농법을 배운 거죠.”


그의 귤은 이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확하자마자 백화점 납품이나 직거래를 통해 모두 판매된다. 하지만 그의 20년 친환경 농업 스토리에도 10년의 암흑기가 있었다. 


“판로도 없지, 농협 공판장에서도 경매 자체가 안 됐어요. 무조건 최하품으로 인정됐지. 박스당 만 원도 안 나왔어요. 지금도 일반 시장에서 경매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지만 급식이라든가 이런 데로 가져가면서 조금씩 살아나고 있죠.”



20년 동안 감귤 농사라는 한 길을 걸어오면서 1년의 계획이 머리 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지만 아직도 친환경 농사는 너무 어렵다고 고백한다. 거대한 자연의 힘을 인간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땅에 관심이 많은 농부들은 민감하게 이상 기후를 느끼고 있다. 이전에는 없던 벌레가 하나둘 생겨나는데 방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현상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친환경 농사는 어렵다.

하지만 김민수 농부는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오히려 그 변화를 즐긴다. 그래서 그가 택한 전법이 바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농업’이다.


“대량 생산 체제에 맞춰서 귤 재배 땅이 늘어나다 보니 가격 경쟁력도 없어지고, 귤 부가가치도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에요. 예전 귤 맛을 되살리기 위해 전통적인 농법을 계승하는 한편으로 망고 같은 신품종을 개발해 미래를 대비하자는 거죠. 노지에서는 자연 그대로 감귤을 재배하는 과거가 펼쳐지는 한편 고소득 작물인 신품종이 자라는 하우스에서는 보조 에너지 같은 미래의 최첨단 시설을 볼 수 있죠.”



김민수 대표는 농사는 하늘이 준 자신의 길이라고 말한다. 먹고살기 위해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나고 재미있는 천직이다. 그가 생산해낸 감귤이 형언할 수 없는 깊은 풍미를 머금고 있는 것도 이런 그의 건강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 35-3-529호


www.enviagr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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