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은금주 Nov 19. 2017

"25년 차 농부의 서른 가지 유기농 채소"

여수에서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는 이종균 농부


친환경 농사가 쉽다고 말하는 농부는 어디에도 없다.

적금처럼 쌓이는 실패담.

그것을 밑거름으로 새싹을 틔우는 것이리라.


인생 3분의 1을 땅과 씨름해온 25년 차 이종균 농부도 마찬가지다. 92년 농사를 시작해 2002년에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현재는 유기전환기 2년 차다.



“지금도 가끔씩 실패를 하고 그래요. 고온 건조한 바람 때문에 진딧물이 생겨서 브로콜리 밭을 싹 갈아엎었어요. 물 관리를 잘못한 탓이죠. 그래도 뭐, 25년을 하니까 단련이 됐습니다.”


손가락 마디마디처럼 마음에도 굳은살이 박이는 걸까?  그 밭을 갈아엎던 농부의 마음이 어땠을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거듭 자신의 관리 부족을 탓했지만, 한마디로 말해 ‘과로’였다. 한여름 더위에 노지와 하우스를 오가다 탈진해 쓰러진 것이다. 꼬박 2주를 병원 침대 신세를 졌다. 그 틈에 진딧물이 생겨버렸다.




“우리 몸에 좋은 채소들은 뭐가 다른지 관찰을 해봤어요. 그랬더니 빨리 자라고, 잎이 두텁고, 뿌리가 많더라고요. 활성탄 농법이라고 해서 저는 숯가루를 주로 쓰거든요. 그럼 뿌리가 1.5배나 더 많아져요. 줄기는 굵어지고, 마디는 짧아지고, 잎은 작고 두꺼워져요.”


모름지기 동물은 장이, 식물은 뿌리가 건강해야 오래 산다고 했다. 그러니 땅을 살리는 일이 농사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종균 농부는 땅을 살리기 위해 활성탄 농법 외에도 목초액과 미생물액 등을 적절히 사용하는데, 고약한 뿌리혹선충과 시드름병, 풋마름병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메틸알코올에 박하와 매운 청양고추를 우려내 뿌려주기도 하고, 목초액에 금강초나 계란 껍데기 난막을 우려 단백질과 칼슘을 제공한다. 누에고치에 소화 효소가 많은 생선 내장 등을 섞어 질소 거름으로도 쓴다.


그가 가장 많이 재배하는 채소는 브로콜리, 배추, 무, 양배추다.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어려운 작물을 기본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소량 다품목으로는 양파, 고구마, 마늘, 감자 등의 근채류와 얼갈이, 대파, 쪽파, 부추, 상추, 시금치 등의 엽채류, 애호박, 가지, 고추, 오이 등의 과채류는 물론 비트, 케일 등의 양채류까지 30여 가지나 된다.


좁은 면적에서도 수확량이 많은 작물 위주로 재배를 하다 보니 1년 내내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하우스를 치고, 수확을 하는 셈이다. 우리 밥상 위에 오르는 거의 모든 채소들이 총망라된 ‘채소 백화점’.  그곳이 바로 1만 2천 평의 대지에 그림처럼 펼쳐진 ‘회화 농원’이다.


“농사를 지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어요. 지금도 솔직히 말하면 안 하고 싶죠. 너무 힘드니까. 그래도 뭐랄까? 친환경 농사는 제게 숙명 같은 겁니다.” 김종균 농부는 친환경 농사만으로 먹고살기 힘들었던 초창기에는 택시를 몰았다고 고백한다.


지금이야 원예협동조합 학교급식지원센터로 납품 중이지만, 친환경이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당시에는 판로가 없었다. 무작정 ‘어린이집’을 찾아다니며 ‘체험학습’을 유도했다. 배추 잎벌레를 처음에는 잡다가 나중에 그냥 내버려두면, 배추에서 태어난 흰나비들로 가히 장관을 이루었다. 아이들은 꽃도 꺾고 잎도 따먹으며 친환경 농산물을 경험했다. 그렇게 급식 재료로 납품을 시작했고 거래처를 넓혀나갔다.



이종균 농부는 그때처럼 지금도 부지런을 떤다. 벤처농업대학, 농업인대학, 생명농업대학 등을 찾아다니며 친환경 농사법은 물론 온라인 유통판매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법을 전공한 아들 역시 아버지의 권유로 농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곧 오픈을 준비 중인 온라인 쇼핑몰은 소량이지만 납품도 시작했고, 여건이 갖춰지면 로컬 푸드마켓과 유기농 뷔페식당도 운영해볼 계획이다.


“요즘은 친환경 인증이 붙어 있어도 도통 믿지를 않아요. 재배하는 과정을 직접 보지 않았으니 믿기 어려울 수도 있죠. 친환경 농산물은 품질관리원에서 철저하게 검사를 하거든요. 320가지나 되는 잔류 농약들을 동시 검사로 전부 다 찾아내요. 그러니까 인증된 무농약 이상은 안심하고 드셔도 된답니다.”


당부의 말을 끝으로 배추밭으로 향하는 이종균 농부.

건강을 생각해 쉬엄쉬엄 하라는 아들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스프링클러의 전원을 올리자 시원한 물줄기가 꽃으로 피어난다.


땅을 사랑하는 농부의 정성스러운 손길은  머지않아 달고 맛있는 채소라는 또 하나의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새삼, 그 기적의 현장에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감사한 하루였다.









제31-3-2282호

www.enviagro.go.kr

친환경농산물 인증정보를 넣으면

지역에서 생산자 정보까지 한 번에 ~

매거진의 이전글 “따뜻한 녹차 한 잔이 그리운 계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