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품은 사람들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선사하는 강인한 생명의 맛
거제 바다가 허락한 이만이 오직 거제 바다의 보물을 캘 수 있다.
남해의 끝자락 하늘과 바다, 바람이 키우는 섬
찬 바람이 불면 미식가들의 발걸음은 거제도를 향한다. 겨울을 몰고 온 대구잡이 배가 출항을 하고 석하와 키조개도 원 없이 먹을 수 있으며 돌멍게와 해조류도 제철의 맛 품고 등장한다.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거제도를 드라이브하면 굽이굽이 시선 가는 곳마다 바다와 섬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에 연신 감탄이 쏟아진다. 단단한 암석 산에 바닷바람이 닿으니 파도가 제 몸 부시며 춤을 춘다. 자글자글 촤르르~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몽돌이 반짝인다.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자 700리 해안선을 자랑하는 거제도는 사계절 내내 사람들 발길 붙잡는 천혜의 관광자원으로 넘쳐나는 곳. 온화한 기후에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없어 소철, 종려나무, 동백나무 등 아열대식물이 잘 자라니 남해의 파라다이스라 불린다.
휘이~
해녀의 숨비소리에 망사리마다 문어, 뿔소라, 멍게, 전복이 묵직하게 담긴다. 문어를 건져 나올 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거제도 해녀 3년 차 이혜정 씨의 물질을 보니 잡아주는 수고스러움에 해산물을 편히 먹을 수 있는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혜정 씨는 거제 칠천도에서 채취 잠수사 남편이 잡아 온 조개를 팔며 한켠에 조개 식당을 운영하던 금실 좋던 젊은 부부였다. 워낙 손재주가 좋아 조개 손질과 조개 요리에 달인이라 조개 죽순 삼겹살을 함께 먹는 조죽삼이라는 메뉴를 개발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던 중 무리한 조업으로 남편에게 잠수병이 생기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4년 전 잘 나가던 식당도 불황에 문을 닫게 됐다. 이대로만은 있을 수 없어 해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41세에 도전한 직업을 위해 1년을 꼬박 수영, 스쿠버다이빙, 프리다이빙을 배우며 해녀가 나오는 모든 영상을 섭렵하며 간절하게 용왕신께 기도하며 물질을 배웠다고 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남편은 잠수병을 치료하는 감압실 전문 치료사로 아내는 해녀 3년 차가 되어 거제도 바다를 누비며 살고 있다.
" 물속에 있을 때 가장 신이 납니다. 해산물을 채취할 때의 기쁨, 손님들이 맛있다고 주문해줄 때의 고마움 무엇보다 우리 가족이 살 수 있는 생명의 터전이 되어준 거제도에서 해녀로 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성난 파도를 넘는 용기도 잔잔한 파도를 즐기는 지혜도 경험에서 나온다. 노련하게 인생의 파도를 잡으며 해녀를 업으로 삶을 개척하는 그의 모습이 눈 부시게 멋있다.
청정 해역에서 잡아 올린 소라 멍게 해삼 등의 해산물은 싱싱한 바다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에서 자연산 다시마와 바다이끼, 미역을 먹고 자라 살이 매우 차지고 맛이 옹골차다. 양식 전복이 2-3년 키워 출하라면 해녀의 전복은 자연의 상태에서 자라 손바닥만큼 크고 차진 식감이다. 자연산 전복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생산량의 1% 정도에 불과. 명품 중의 명품 전복인 셈.
바다에 한번 들어가면 4시간은 물 속에 머물며 1시간에 30번씩 자맥질해 해산물을 건져 올린다. 봄부터 여름은 성게, 가리비, 꽃멍게를 가을 겨울은 돌멍게, 해삼, 미역, 톳나물을 전복과 뿔소라는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다.
머구리가 길어 올린 바다의 맛
2001년 함흥 흥남 앞바다, 스무 살의 앳된 청년은 살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이 머리만 한 성게를 주우면 가족의 생계는 이어갈 수 있었다. 변변한 잠수복 없는 맨몸의 어린 잠수부에게 한여름 바다 자맥질은 여간 추운 것이 아니다. 20년 전 북한 흥남 앞바다에서 채취 잠수사였던 이광성 씨는 남한 거제도에서도 채취 잠수사가 되었다. 갈라진 한반도의 바다를 모두 누빈 행운의 바다 사나이. 목숨 걸고 넘어온 기회, 몇 번의 고비마다 바다는 그를 살렸다.
부산 가덕도를 거쳐 거제시 장목면을 잇는 거가대교 앞바다.
거친 바닷바람과 파도, 조류가 센 이곳이 거제 잠수사의 일터로 사계절 내내 자연산 왕우럭조개, 코끼리조개, 키조개, 바지락조개가 채취된다.
수심 25-35m의 깊은 바다에서 조개를 건져 올리는 일은 생각보다 고된 작업이다. 등에 35kg의 추를 짊어지고 가슴에 단 조명 하나에 의지해 앞이 보이지 않는 바닷속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 조개를 채취하는 배는 선장과 잠수사 2인 1조가 되어 서로의 생계와 생명을 책임진다. 노란색 줄은 숨을 쉬게 하는 공기관과 배 위와 소통하는 전선 줄이고 검은색 줄은 조개를 잡을 때 쓰는 분사기다. 마치 생명을 잇는 탯줄 같다.
깊은 바닷속 조개 밭에 다다르면 분사기를 쏘아 진흙을 헤친 후 조개를 잡아 올리는데 작업은 산소 호스 줄에 의지해 장장 1시간 20분가량 이어진다. 이렇게 5-6차례 물속을 드나드는 동안 선장은 잠수부의 생명줄인 산소 호스가 꼬이지 않게 줄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깊은 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산소 호스 하나에 의지해 일하는 작업은 무척이나 외롭고 힘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이광성 씨는 말한다.
"죽을 고비를 넘겨 정착한 거제 바다는 어머니 품처럼 한없이 고마운 존재입니다. 이웃들은 제 가족과 같아요. 보답하는 마음으로 내일을 준비하며 살아가니 외로울 틈이 없습니다. "
가슴을 뛰게 하는 일
강인한 삶의 의지를 가진 이에게만 거제 바다는 곁을 내어준다. 2021년 밝은 새해 거제 바다가 선물한 수산물을 맛보며 강인한 생명 에너지를 채워보는 건 어떨까.
거제도 미식 여행 정보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주소: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산14-47
바람과 신선이 노니는 곳을 찾아가 보자. 해금강 가는 길 왼쪽으로 내려가면 도장포 마을이 나오고, 그 마을 북쪽에 자리 잡은 곳이 바람의 언덕이다. 원래의 지명은 ‘띠밭늘’로 불렸었다.
필자는 바람의 언덕의 맞은편 신선대 전망을 추천한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풍광이 멋진 곳으로 특히 일출과 해안 절벽의 풍광이 장관이니 새벽 드라이브를 추천한다.
공곶이
거제시 예구마을 끝머리에 있는 공곶이로 구순의 노부부가 아들과 평생을 일궈 만든 비밀의 화원. 50여 년 전 오로지 호미와 곡괭이로 산비탈을 직접 개간하며 피땀으로 만든 농원이 공곶이다. 2005년 종려나무 숲의 영화 촬영 장소로 알려지면서 알려지게 된 현재는 거제 8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관광명소. 숨이 차오를 만큼 가파른 언덕을 올라 걷다 보면 해안가로 내려가는 붉은 동백꽃 터널 계단이 신기루처럼 나온다. 노부부가 손수 쌓은 촘촘한 돌계단 위로 동백꽃 붉은빛이 예사롭지 않다. 겨울 동백꽃을 시작으로 이른 봄에 피는 수선화의 계절이 공곶이 풍경의 백미다. 정원의 끝에 다다르면 다시 몽돌해변이 펼쳐지는데 날이 좋으면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
다이버 수산
거제도 해녀의 해산물과 채취 잠수사의 조개를 구입할 수 있다. 잠수가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가장 최상의 싱싱한 상태의 해산물을 택배로 보낸다.
자연산 코끼리조개, 왕우럭조개, 바지락, 전복, 멍게, 뿔소라, 해삼, 문어 등 거제도의 제철 해산물 구입
055-634-2762
smartstore.naver.com/diversusan
다이버 수산 식당
장목항에 위치한 잠수사가 운영하는 직영 식당으로 거제도 해산물과 조개를 신선하고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4단 조개찜과 코끼리 조개 메뉴가 인기.
경남 거제시 장목면 거제북로 1207
횟집 소나무 횟집
거가대교 톨게이트에서 10 거리에 위치한 궁농항회센터 내에 있는 해녀가 운영하는 작은 횟집
테이블이 2개밖에 없는 곳으로 당일 잡은 자연산 회와 반찬, 탕이 맛이 좋아 포장으로 많이 사가는 곳이다. 모둠회 대 8만 원, 낙지, 회덮밥, 물회, 장어탕 이 인기 메뉴
주소:경남 거제시 장목면 거제북로 2633-14 주1동 1층 6호 소나무횟집
055-635-1239
카페 온더썬셋
가조도 가는 길에 있는 해안 카페로 일몰 풍경이 멋지다.
주변에 해안가를 산책할 수 있는 데크가 잘 조성되어 산책 코스로 인기 만점.
주소:경남 거제시 사등면 성포로 65
호텔올거제
지세포항에 위치한 신축 호텔로 거제 바다의 일출, 일몰을 볼 수 있는 오션뷰가 인상적인 곳
경남 거제시 일운면 거제대로 2631
055-736-3666
www.hotelallgeoje.com
글 I 안은금주
한국 농촌 자원과 식문화를 발굴하고 가치를 높이는 로컬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CJ푸드빌 계절밥상, 도심속 로컬 레스토랑 '하베스트 남산', 평창 로컬푸드마켓 ‘바우파머스몰’, 농촌형 코워킹 스페이스 ‘안동 스페이스 마’, '임실앤치즈 하우스'를 기획했다. @eungeumju.an
사진 I 이정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