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제외하고, 행성 아닌 특정 위성만을 탐사하는 최초의 우주선
| 20241014
SF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목성의 위성 유로파로 탐사선이 간다. 유로파는 얼음 껍데기 아래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유로파에 혹시 생명이 존재할 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수 많은 돈을 들여서 행성도 아니고 작은 위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이유이다. 우주선의 이름은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 , 인류 역사상 달을 제외하고 행성이 아닌 특정 위성만을 탐사하는 최초의 우주선이다.
나사(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는 유로파 클리퍼를 이르면 14일 오후 12시6분(한국시각 15일 오전 1시6분)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엑스의 팰컨헤비 로켓에 실어 발사할 계획이다. 50억달러를 들여 제작한 유로파 클리퍼는 나사의 역대 행성 탐사선 가운데 가장 큰 우주선이다. 지구∼태양 거리의 5배나 되는 먼 거리에서 햇빛으로 동력을 얻기 위해 너비 30m나 되는 커다란 태양전지판을 달았다. 유로파 클리퍼는 지구에서 평균 7억7천만km 떨어져 있는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를 탐사하기 위해 5년 반을 걸려 29억km에 이르는 거리를 날아가게 된다.
유로파는 지구의 달보다도 약간 작다. 지름은 3,130km 이다. 태양으로부터 엄청나게 멀리 떨어졌고 보온 효과가 있는 대기도 없지만 유로파는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15~25km의 두터운 얼음 표면층 아래에 염분이 많은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물의 양이 적지도 않다. 바다의 깊이가 60~150km 이를 것으로 관측되며, 물의 양이 지구의 2배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태양 빛을 얼마 받지도 못하는 데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할 수 있는 건 목성의 강력한 중력이 유로파 내부에 마찰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물 뿐만이 아니다. 앞서 목성을 지나쳐간 탐사선 주노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로파 표면에서는 하루에 약 1천톤의 산소가 생성되고 있다. 이게 가능한 건 우주에서 날아온 하전 입자가 얼음 표면층에 부딪히면서 일종의 전기분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H2O)이 수소(H)와 산소(O)로 분해되는 것이다. 지구 생명체의 기준에서 보면 생체의 근간을 이루는 물과 호흡의 필수요소 산소, 두 가지를 다 갖춘 셈이다.
그렇다고 유로파 클리퍼가 유로파의 바다에 직접 들어가는 건 아니다. 얼음 지각 틈 사이로 뿜어져나오는 물 입자를 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탐사선에는 카메라, 분광계, 자력계, 레이더 등 9가지 과학장비가 탑재돼 있다. 우주선이 근접비행을 하는 동안(총 80만km) 지하 바다의 존재는 레이더가, 바다의 깊이와 염도는 자력계가 파악하는 식이다.
유로파 클리퍼는 2030년 4월 목성 궤도에 도착해 4년여 동안 3주에 한 번씩, 49번에 걸쳐 유로파를 근접비행한다. 표면 25km까지 접근한다. 과학자들이 걱정하는 건 방사선이다. 태양이 내뿜는 게 아니라 거대한 가스행성 목성이 내뿜는 방사선이 문제다. 목성은 지구보다 2만 배나 강한 자기장이 있고, 이 자기장이 입자들을 포획하고 가속하기 때문에 방사선이 생긴다. 과학자들은 유로파 클리퍼를 보호하기 위해서 우주선 위에 보호판을 씌우고 목성의 방사선을 직접 쐬지 않는 길로 다니도록 했다.
은이은 기자 unyiun@outlook.kr
출처 : NASA, Europa Clipper
https://science.nasa.gov/mission/europa-clipper/
https://science.nasa.gov/jupiter/moons/europa/
https://en.wikipedia.org/wiki/Europa_(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