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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롱 Aug 06. 2022

Be yourself

레베카솔닛의 <길잃기 안내서>와 연애와 연구에 대한 단상


맥락과 깊이는 다 다르지만, 많은 에세이들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너 자신이 되라"


나 자신이 되는 것이란 무엇일까. 나 자신이 되는 것은 물론 나 자신을 알아야 가능한 것일테고, 그것은 너무나 견고한 나를 만들어서 고립되라는 의미도 아니다. 


나 자신이 되는 것.


모처럼 한낮의 책읽기, 

레베카솔닛의 <길잃기 안내서>는 그 방법론으로 길잃기를 제안한다. 


연애란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요새 다시 하면서, 

연애는 어쩌면 나 자신조차 몰랐던 나 자신을 알아봐주는 누군가를

그래서 나 자신이 형성되는 과정에 일조해주는 누군가를 염원하는 것

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고 하는 연애에서는 이미 견고해진 자신들이 

부딪히기 일쑤이고, 더러는 사는 게 팍팍해서

그 부딪힘을 패스하고 싶어 그저 멀어지는 일을 택하기도 한다.


나 자신이 되는 것,

내가 하는 일이 나 자신이 될 수 있을까

짧은 시간의 경험을 통해서

그것으로 내가 쥘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감지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보다 확실한 돈과 결혼이라는 증서와

어떤 불안감으로 부터 벗어나려는 선택과 결정을 하는 구나 싶다.

그나마 확실한 것들. (현명한 이들이 하는 것들)


솔닛은 불안으로 나아갈 것을 제안하면서도 

동시에 그 과정이 어떤 곳으로 돌아와야 할지를 알아야 함과

그것이 어떤 과정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럼 우리가 돌아와야 할 곳은 어디란 말인가

라는 질문으로, 다시 원점으로.


신앙적으로는,

예수를 믿는 일이 이 모든 것을 단순하게 만들기 보다

보다 깊이 있는 질문으로 재정의하는 과정이 되었으면 하기도.

연애의 감정을 가지며 내가 나를 그저 단순한 사람으로 가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조금 울적해졌다.


연구란 어떤 관계짓기

관계없는 줄 알았던 것들의 관계를, 상관성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이론화 하는 작업.

나는 무엇을 관계짓기하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을지 

모처럼 생각이라는 걸 할 시간이 주어진 주말 오후,

그냥 마음이 산란하기만 하다. 


길읽기 안내서를 읽으며 

신앙생활하는, 연구하는 그러면서 동시에 밥벌이 하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 자신이 된다는 것에 대하여.*





결혼을 하고, 학위논문을 쓴다는 핑계로 그동안 글 한자를 쓰지 못했다. 

책이나 영화도 흥미위주로만 보다 보니 깊이 있는 생각을 하기가 힘들어진 요즘이다.

오랜만에 글을 끄적여보고 싶은 맘에 들춰본 지난 일기장에서 발췌한 글을 올려본다.

*2019.6.29 일기로 부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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