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상
글 쓰는 일이 거창한 일이 되면 안 되는데, 요새는 벼르고 별러야 글을 몇 자라도 쓰게 된다. 전에는 인스타그램에라도 그날의 일들을 끄적여보곤 했는데, 최근엔 그마저도 피하게 된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전시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불특정다수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다 보니 그리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글을 쓴다는 행위를 통해 생각도 정리되고, 되는대로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게 하는 장치가 되니, 글을 쓰는 일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금요일 밤부터 아이가 아팠는데, 모든 스케줄이 올스톱되고, 심리적으로도 다른 일들이 다 부담스럽고, 체력은 말해 무엇하랴, 목감기만으로도 이런데, 아이가 정말 아픈 부모의 마음은 상상만으로도 힘겹다, 몸이 힘드니 가족 간에도 마음 부딪힐 일이 많다.
오늘 아침엔 좀처럼 그러는 법 없는 아기가 가지 말라고 우는데 맘이 짠했다, 아이도, 일도 소중하니, 현명하고 소중하게 이 시기를 보내야 한다.
밤새 열을 재느라 주말 내내 쪽잠을 자고, 월요일부터 야근을 했더니, 살짝 우울하다, 내게 주어진 많은 축복을 감사해야 하는데, 여전히 부족한 부분에 마음이 다친다, 예민해서 스트레스가 많은 거라는 소릴 들었는데, 그 말에도 맘이 다치는 걸 보면 예민하긴 한 걸까 싶기도. 그럼에도 그 예민함이 나로 하여금 글 쓰는 사람이 되게 하니, 이것은 버릴 수 없는 본성의 영역.
점심에는 우연히 이전 직장에서 알게 된 활동가가 우리 조직에 들어온 걸 알게 되어 반갑게 식사를 했다. 이해관계가 없고, 잘 되길 응원하는 담백한 만남이 내게도 약간의 활력이 되었다, 아직은 젊고 막 일을 시작하던 시기가 떠올라 그가 그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서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기쁘다, 대화를 나누며 나의 미온적인 신앙생활도 반성하게 되어 고맙기도 했다.
내일도 일찍 나가야 하는데, 속이 울렁거려 몇 자 적어본다. 자야 해. 자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