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소식
독자분들께 오랜만에 소식 전합니다.
2016년부터 연재해온 매거진 "프랑스식 식탁"의 글들이 "외로워서 배고픈 사람들의 식탁"이라는 제목으로 어떤책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글이 뜸했던 지난 몇 달 동안 제게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7년을 몸 담아온 회사가 갑작스럽게 문을 닫아 퇴사를 해야 했고, 그와 거의 동시에 두 번째 책의 출간 계약도 하게 됐습니다. 갑작스러운 퇴사는 그다지 좋은 사건이 아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오랫동안 꿈꿔왔던 "온전히 글쓰기에만 몰입하는 일상"을 보낼 수 있었네요. 그런 글감옥 속의 하루하루는 기대만큼 고요하거나 평화롭지 않았고, 자괴감과 불안, 열망과 절박함으로 달떠 있었지만, 그럼에도 황홀한 고통이었습니다. 브런치 작가분들은 너무 잘 이해하시겠지요.
말이 통하지 않아 자기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방인에게 이국의 음식은 가장 쉽고 친절한 외국어였다.
낯선 나라에 혼자 떨어져 사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내가 도착한 곳은 미식가의 고향이라는 프랑스였고, 다행히 나는 식탐이 많았다.
식탁 앞에서 많은 시간을 견뎠다. 어느새 18년이 지났고, 나에게 식탁은 음식을 놓는 공간을 넘어서서 프랑스 사회를 읽고 통찰하는 장소가 되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가장 자주 들었던 의문은 "한국에 있는 독자들에게 프랑스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울까? 굳이 책으로 낼만큼 가치가 있을까?"였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시 들여다보는 지금, 이 책이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지점은 프랑스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랑스라는 먼 나라의 식탁에 앉아 감각하고 관찰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방인으로 사는 한국 여성의 고민과 관점으로 쓰인 글이므로 결국 먼길을 여행하고 돌아온 이야기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전기밥통도 없이 혈혈단신 프랑스에 떨어져 먹는 일이 가장 큰 고민이던 18년 전 저의 유학생 시절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이 책에는 수많은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먼 곳에서 국경을 넘어온 사람을 이방인이라 지칭하지만,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이방인이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가까운 곳에 살아도 예의를 갖추어 서로의 국경을 넘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만나 동물적인 속내를 보이며 함께 식사를 하는 일이 각별하게 느껴진다. 이 책이 먹는 일, 함께 먹는 일, 그리고 멀고 가까운 이웃의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일의 의미에 대해 문득 새롭게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길 바란다.
252쪽, <책을 마치며>
살아가면서 인간은 얼마나 자주 먹고 마시는가. 음식 이야기만으로도 그 사람이 안겨 있는 세계와 삶의 모양이 눈앞에 그려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유학생으로 찾은 파리에서 소울메이트를 만나고 파리지엔으로 사는 곽미성 작가는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프랑스 요리의 이면에서 미슐랭으로 상징되는 높은 외식비와 계급화된 미식문화를 들여다보며 프랑스 사회의 모순과 욕망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이방인의 눈에는 나르시시즘으로 느껴질 정도로 자부심은 여전하지만, 역동적인 영미권의 문화를 동경하는 젊은 세대의 등장은 프랑스의 식탁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식을 통해 한 국가의 문화와 시대의 조우를 짚어 낸, 또한 갓 나온 수프만큼이나 따뜻한 시선이 가득한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니 마음에 쏙 드는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저녁 한 끼를 대접받은 느낌이다.
김소영 (방송인. 당인리책발전소 대표)
매거진 "프랑스식 식탁"은 이렇게 마감하겠습니다.
브런치에 공개하지 않았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책 구경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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