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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힐 Nov 03. 2023

만추

1화

만추.


완연한 가을이었다.


지하철역 출구를 빠져나와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길 건너 공원이 보였다.


바랜 연두색, 식은 카레색 같은 짙은 노란색, 묽은

 적색.. 색색의 잎을 끌어안은 나무 여럿이 공원을 채우고 있었다.


다소 이른 감으로, 잎을 모두 떨구고 나신을 드러낸 나무도.


가을이 지나간다는 것은 한 해가 저물고 있음이라, 괜스레 서운해져 버렸다.


나는 한 치도 진보하지 못하는데 계절은 어찌하여 염치도 없이 근면성실한가. 기실 염치가 없는 것은 나였다.


더 감상에 들어보았자 좋을 것이 없다. 의식을 두드렸다.


병원을 다닌 지는 2년 즈음이 되었다.


6개월 전부터는 좀 괜찮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서서히 약을 끊어야 하지 않을까. 집에서 가까운 좀 작은 병원으로 옮기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던 차였다.


지금에 와서는 다시 자신이 없어져 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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