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2
“석 줄 일기를 써라.”
유명한 방송인이 말했어.
첫 줄에는 오늘 일어난 일 가운데 가장 안 좋았던 일을,
두 번째 줄에는 오늘 있었던 일 가운데 가장 좋았던 일을,
마지막 줄에는 아주 사소한 것이더라도 내일 할 일을 적으라고 말이야.
처음에는 첫 줄을 쓰고 나서 두 번째 줄을 채우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했어.
그렇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스위치’가 켜질 것이라고, 아무리 안 좋은 일이 있었더라도 하루 가운데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그날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나면 내일은 새로운 날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이야.
그런데 있잖아,
첫 줄도, 두 번째 줄도, 마지막 줄까지도.
내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문장은
‘너를 그리워하는 일’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석 줄 일기>
가장 안 좋았던 일:
네가 여전히 그립다.
가장 좋았던 일:
네가 여전히 그립다.
내일 할 일:
여전히 너를 그린다.
오늘도,
못해도 24번을 널 그만 그리워하겠다고 생각하고 슬프다,
25번을 그래도 그리워하겠다고 생각하고 안도했어.
있잖아,
닿지 못할 말이란 거 아는데 말이지,
너무 보고 싶어. 나랑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