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3
사진 한 장을 보았어.
오래된 철길인가.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풀이 무성히 자라 있어. 풀색. 풀은 말 그대로 풀색인데 조금 축축해 보이기도 하고. 키는 저마다 달라서 많이 자란 것은 사람 종아리를 스칠 정도.
한국인지, 외국인지 모르겠어.
사실 내 눈길을 잡아 끈 것은 따로 있었어.
철길(로 추정되는) 기둥의 반대편에 각각 등을 대고 앉은 젊은 연인.
등 뒤로 팔을 뻗어 서로의 손을 잡고 있어. 여자는 정면을 보며 상념에 든 듯해. 턱을 괴고 있거든. 남자는 고개를 돌려 그런 여자를 보고 있어.
왜 이 모습이 애틋했을까.
그냥 조금, 명치끝이 따갑고 코끝이 찌르르했어.
너는 나를 그렇게 바라보아준 적이 있었을까. 잠시 이 도시에서 벗어나, 나만의 세계의 빠져있는 모습을, 나의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잠자코, 옆에서.
‘잘 다녀왔니, 어디에 다녀왔니. 즐거운 여행이었니. 난 여기에 있었어. 걱정 말렴. 언제고 네가 다시 노를 저어 피안의 세계로 떠나더라도 난 네 곁에 있을 거야.’라고 말하듯 나의 손을 꼭 잡은 채.
만약 있었다면 말이야. 지금이라도 내게 말해주지 않을래? 그 이야기를 듣는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 것 같아.
“그대 춤을 추는 나무 같아요. 그 안에 투박한 음악은 나예요. 네 곁에만 움츠린 두려움들도 애틋한 그림이 되겠죠.” - 카더가든,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