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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면 Nov 05. 2018

노력형 극잼주의자의 최후

재미는 노력으로 찾아지지않더라


 서울에서 회사다닌 지 3년 정도 지났을 때, 사는게 너어어어어어무- 재미없어서 '더 이상 이렇게 살 순 없다. 주체적으로 재미를 찾아 살아보자.' 하고 노력형 극잼주의를 지향하며 살아 간적이 있다. 매일같이 사람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모임에 나갔다. 그걸로도 성에 안차서 난생처음 파티를 기획하는가 하면, 어느 날 갑자기 텐트를 들고 이름 모르는 섬에 들어가서 비박을 하기도했다. 그렇게 매 주 주말을 "노오력"해서 재미를 찾으려 바쁘게 보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주말에 잠시 잠깐 느낄 수 있는 그 즐거움 뒤에는, 폭풍처럼 몰려오는 상실감이 되려 나를 그 전보다 더 공허하게 만들었다. 바보같은 나는 그 때의 그  "새로운 자극"들을 "즐거움" 이라고 착각했고, 그 자극들은 코에 필러넣어주듯 주기적으로 넣어줘야하는 것들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살아온 날들이 참으로 재미있어서 이런 핵노잼의 삶을 사는 건 도무지 적응이 안되는거다.


 "늘 재미있을 순 없어. 그게 인생이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당시엔 그 말은 죽어도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처럼 노잼으로 그렇겐 안 살거에요.' 하고 속으로 건방진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재미가 노력으로 찾아지는 줄 알고...



 하지만 너무나 슬프게도 재미는 노력으로 찾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떠났다. 이걸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그래서 지금 많이 두렵다. 나의 이 여행이 내 인생의 강력한 히로뽕이 되어, 평생 이 시절만 그리워하다 다시 살아가야 할 노잼의 일상들을 망쳐버릴까봐.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때의 나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것을. 그렇게라도 찾아야했다. 히로뽕을 맞으니 비로소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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