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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azing Grace YJ Sep 04. 2023

응고롱고로 사파리 투어

Tanzania, Ngorongoro Conservation Area


아프리카 사파리를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노래가 있지.

Nants ingonyama ma baki thi Baba
Sithi uhm ingonyama                        
Nants ingonyama ma baki thi Baba
Sithi uhm ingonyama
Ingonyama
Siyo Nqoba
Ingonyama
Ingonyama nengw' enamabala

여기 사자가 옵니다, 아버지
그렇구나, 사자로구나
여기 사자가 옵니다, 아버지
그렇구나, 사자로구나
사자로구나
우리는 정복할 것이다
사자로구나
사자와 표범이 이 널따란 곳으로 오는구나

The Lion King OST <Circle of life>




아프리카에서 진짜배기 사파리라 얼마나 감동적일까? 생각하면서 고생한 팀원들을 위해서 서프라이즈로 선물을 해주고 싶었어.     

서프라이즈 선물을 위해서 복선을 좀 깔아놨어야 했는데, 그게 좀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이야기였지. 그 복선이 뭐였냐면 킬리만자로 베이스캠프부터 아루샤(Arusha)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길에 10km 걷기 체험을 한다는 것이었어.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옛날에 어떤 팀이 10km를 걸었다더라. 아주 고생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을 워낙에 들었던지라 그러려니 하고 있었지만 막상 뙤약볕에서 걸을 생각을 하니 다들 아찔했던 것 같아. 팀원들 표정을 보니 다 죽어가는 표정이었거든.      

하지만 우리 팀장단들은 그 표정이 환희로 바뀌는 것을 상상하며 나름 즐기고 있었어. 왜냐면 10km 걷기 체험이 아닌 응고롱고로(Ngorongoro) 분화구로의 사파리 투어(Safari Tour)였으니까.     


가기 전날 숙소에서 여기저기 한숨을 푹 푹 쉬는 소리들이 났어. 그래도 내일이면 다들 신나 하겠지 하면서 은근히 그 상황을 즐겼어. 다음날 아침이 되자 다들 잠을 설쳤는지 부스스한 모습들로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어. 팀장님은 그때도 웃음기 없는 얼굴로 팀원들에게 다그치기도 하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지.      


일단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팀원들이 다들 멍 때리고 있더라고. 진짜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것 같았어. 사파리 차량으로 갈아타려고 휴게소에 잠시 들렀는데, 다들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챘는지 수군거리기 시작했어. 그때 사파리 차량이 등장하고 팀장님이 짜잔 서프라이즈라고 외쳤는데 다들 반응이 미지근한 거야. 우리는 '어, 이런 반응이 나오면 안 되는데!' 생각했지.      


몇 초의 정적이 흐른 후 우리는 팀원들의 폭주하는 소리를 듣고 말았어. 너무 현실감 있게 으름장을 놓았던 걸까? 사파리 투어를 가는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제일 더럽고 후줄근한 옷을 입고 왔다는 거야. 미리 좀 알려주지! 하는 원망의 소리를 듣고야 말았지. 게다가 촬영 담당들은 걷는데 무겁게 무슨 카메라가 필요해하며 카메라를 충전해 놓지 않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어. 그래도 다들 걷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안도와 아프리카의 진짜 사파리를 본다는 기대감에 팀원들의 화는 누그러졌어. 이럴 줄 알았음 내일 뭔가 이벤트가 있다는 걸 조금이라도 알려줄 걸 그랬나 봐.                


사파리 투어 차로 갈아타고 8명씩 한 조가 되어서 2대의 차로 이동했어. 에버랜드의 사파리 버스와는 차원이 다른 차였어. 짙은 카키색의 차였는데 도로에서는 앉아서 이동하다가 국립공원으로 들어가서 동물들을 볼 때에는 차의 뚜껑을 위로 올려서 바깥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차였어. 뚜껑을 위로 올리면 의자 위로 올라가서 동물들을 가까이 볼 수 있게 되어 있었어. 각 차에는 드라이버 겸 가이드들이 동행했는데 가이드들이 영어를 할 줄 알아서 이런저런 설명들을 해 주었고, 설명이 어려우면 차에 비치해 놓은 동물도감을 보여주면서 지금 보는 동물들의 이름을 알 수 있게 도와줬어. 그리고 사파리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가이드가 우리에게 주의사항을 하나 줬는데 동물을 봐도 절대 소리 지르면 안 된다는 거였어. 여기는 자연 그대로에 살아가는 동물들이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거나 하면 놀랄 수 있기 때문이었지.                


사파리 투어 차량

도로를 달리다가 국립공원이 가까워 왔는데, 갑자기 차가 속도를 낮추기 시작했어. 다들 영문을 모르고 왜 그러지 하면서 창 밖을 바라보는데, 가이드의 주의사항도 잊어버리고 나도 모르게 우와! 하고 소리를 내고 말았어. 왜냐하면 내 눈앞에 너무 아름다운 기린이 나타났기 때문이야.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고고하게 목을 치켜들고 나뭇잎을 먹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어. 동물원에 있던 기린들과는 다른 모습이었지. 좀 더 여유롭고 멋있었다고 해야 하나? 입구에서 기린을 본 것이 굉장한 행운이라고 했어. 다른 곳보다 가까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지.      

기린 안녕?

기린을 뒤로하고 우리는 분화구 쪽으로 내려갔어. 응고롱고로는 칼데라 지형으로 물이 많아서 동물들이 살아가기에 좋은 환경이야.      

어서 와! 이렇게 초록이 가득한 아프리카는 처음이지?

분화구에 내려가자마자 우리를 맞이해 준 동물은 얼룩말이었어. 초록초록한 초원에 깜장 하양 줄무늬가 가지런한 얼룩말들이 얼마나 예쁘던지! 엄마 젖을 먹고 있던 얼룩말 새끼는 얼마나 예쁘던지! 감탄의 연발이었어. 그리고 얼룩말을 보면서 하나 더 깨달은 사실이 있는데, 사람들이 왜 얼룩말 무늬 옷을 입는지 알게 되었어. 얼룩말 엉덩이가 어찌나 탱탱하고 탐스럽던지! 그 탄력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싶어서 얼룩말 무늬의 옷을 입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지.       

치명적인 뒤태를 지닌 얼룩말

그런데 말이야, 사람은 참 간사해. 다른 동물들이 나오지 않고 얼룩말만 계속 나타나자 얼룩말을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어. 초식동물 친구들인 얼룩말, 누, 톰슨가젤 임팔라가 계속 나오니까 왜 다른 동물들은 잘 안 나오냐고 투덜거렸어. 그때 우리 차 옆을 뒤뚱거리며 유유히 지나가는 동물이 있었어. 우린 가이드가 말해주지 않아도 대번에 어떤 동물인 줄 맞출 수 있었어. 라이언 킹에서 신나게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를 외치며 노래 부르던 품바(멧돼지)였거든. 라이언 킹에서 캐릭터를 정말 잘 만들었다 극찬을 하며 품바와 인사를 나눴어.      

투어가 시작되면 뚜껑을 올리고 고개를 빼꼼
하쿠나 마타타~ It means no worries for the rest of your days.

잘 달리던 차가 점점 속도를 늦추더니 길가에 차를 세웠어. 우리 일행뿐 아니라 다른 사파리 투어 차들도 서서히 차를 세우더라고. 무슨 일이지 궁금해하고 있던 차에 가이드가 손을 뻗어 한 곳을 가리켰어. 그곳을 차창 밖으로 바라보니 수사자가 여유롭게 풀밭에 앉아 있었어.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라 신기했어. 다만 망원경이 하나 있었으면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

빅 파이브 중 하나 보기 성공!     

사자야 안녕? 어흥~

다시 다음 스폿을 향해 이동했어. 지나가다가 진흙 웅덩이에 머리만 빼꼼 내밀고 있는 하이에나들이 보였어. 라이언 킹에서는 악역으로 나왔는데 실제로 보니까  진흙탕 목욕을 하는 중인지 신나 보이더라고.

생각보다 귀여웠던 하이에나

하이에나들을 지나서 우리를 맞이해 준 동물은 코끼리였어. 커다란 귀를 펄럭거리며 걸어가는 코끼리들이 아주 반가웠지. 전 세계적으로 코끼리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하는데, 인간의 이기심으로 죽어가는 코끼리들이 안타까웠고, 여기 살아 있는 코끼리들은 건강하게 잘 살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두 번째 빅 파이브 성공!     


코끼리 다음으로 본 빅 파이브 세 번째 동물은 버펄로였어. 버펄로는 마치 프링글스 아저씨의 콧수염모양 가발을 쓰고 있는 듯 보여. 초식동물이고 재밌어 보이는 겉모습 때문에 순해 보이지만 공격성이 강한 동물이라고 해. 어느 정도냐면 버펄로를 사냥하려던 사자도 버펄로 뿔에 받혀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      


금강산도 식후경. 우리는 응고롱고로에서 유일하게 차에서 내릴 수 있는 응두투(Ndutu) 호수에 도착했어. 준비해 온 주먹밥을 먹으며 호수에 있는 하마를 구경했지. 하마도 맹수 중 하나라고 해. 귀여운 캐릭터들이 많아서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단단한 이빨로 다른 동물들을 두 동강 낼 수 있어서 건드리면 안 되는 동물이라고 했어.     

평화로워 보이지만 언제 맹수들이 공격해 올지 모르는 곳이기 때문에 늘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어. 나무에 버려진 버펄로의 머리뼈가 그걸 증명하는 듯했지.      

금강산도 식후경

처음 출발 했을 때는 날이 좋았는데 점점 날이 흐려지기 시작했어. 분화구 쪽으로 안개가 끼기 시작했지. 안개가 끼니까 시야가 좁아져서 차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동물들 말고는 볼 수가 없었어. 그래서 안타깝지만 코뿔소와 표범은 볼 수 없었지. 그래도 빅 파이브 중에서 절반 이상 보는 것을 성공한 걸로 만족하기로 했어.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다음번에는 나머지 두 마리의 동물도 꼭 봐서 빅 파이브를 완성해 보려고. 누구랑? 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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