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zania, Kilimanzaro(2)
도시의 밤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여기저기 밝게 빛나고 있는 건물들, 간판들, 신호등에 가로등까지 밤인지 낮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 때가 많아. 그래서 도시에서 밤하늘의 별을 본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나 할 수 있지.
탄자니아의 밤하늘은 어땠냐고? 그건 우리가 고개를 들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어.
짧은 일정 가운데 매일의 고된 일정을 마치고 나면 늦은 밤까지 평가회가 진행되었어. 그리고 다음 날 사역을 위한 짐 준비, 새벽예배 때문에 숙소로 돌아와서는 잠 자기에 바빴어.
그날도 늘 그랬던 것처럼 다 같이 모여서 평가회를 하고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팟' 하는 소리가 나더니 방이 캄캄해졌어. 빛이 하나도 새어 나오지 않는 새카만 어둠가운데서 우리는 너무 당황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거든. 그래서 '으악' 소리를 지르면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어. 우리 방만 불이 꺼진 게 아니라 베이스캠프 전체가 불이 꺼져있었어. 보이는 건 없고 여기저기 웅성웅성대는 소리만 났지. 그때 현지 간사님이 우리 쪽으로 오셔서 정전이라고 알려주셨어. 현지 분들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그런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어. 캄캄한데 손전등도 없이 잘 다니시더라고.
이제 어떻게 하지? 고민하면서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그때 다른 팀 한국인 간사님 한 분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셨어. 거기 있지 말고 이쪽으로 와보라고 하시며 돗자리를 깔아주셨어. 그리고는 바닥에 누워보라는 거야.
평가회를 하며 약간 경직된 분위기에 있었던 우리들은 서로 눈치게임을 하면서 누가 먼저 눕나 보고 있었어. 그때,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 '에잇' 하면서 눕는 소리를 듣고 하나둘씩 돗자리 위로 몸을 뉘었어.
그때였어. 누군가 '우와' 하며 감탄사를 내뱉는 거야. '뭔데, 뭔데' 하면서 두리번거리다가 하늘을 봤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되었지. 새카만 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 쏟아지고 있었어.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별들이 지평선을 따라 하늘이 닿아있는 모든 곳에 촘촘히 박혀있었어.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밤하늘이었지.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고 은은한 별빛이 쏟아지는 걸 느끼게 되니 그제야 팀원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어. 밝은 빛 아래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었어.
정전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그 불편함 때문에 아름다운 밤을 보낼 수 있었어. 불평불만이 감사함으로 바뀌던 순간이었지. 우리의 삶도 그런 것 같아. 살아가면서 때로는 불편하고 어려운 순간들이 닥치곤 하는데,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어둠 속에서 잠잠히 바라보면 별빛처럼 빛나는 것들을 찾을 수 있거든. 밝을 때는 절대로 보이지 않고 어두워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야.
어둠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 안에도 빛은 있다. 작고 약하지만 너를 다시 일어서게 할 그 무언가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