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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azing Grace YJ Aug 03. 2023

아프리카 매직

Kilimanzaro, Tanzania(1)

아들.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어. 이렇게 더운 날이면 생각나는 게 하나 있어.

미지근한 탄산음료의 어마어마한 시원함.

에이 이 무슨 말이 안 되는 이야기냐고?

아프리카(Africa)에선 가능한 일이야. 한번 들어볼래?


2008년 1월 교회에서 아프리카 탄자니아(Tanzania)로 타문화권 선교훈련을 떠났어.

인천을 출발해서 태국(Thailand)의 방콕(Bangkok), 케냐(Kenya)의 나이로비(Nairobi)까지 비행기로, 나이로비에서 국경을 넘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Kilimanzaro) 베이스캠프까지는 버스로 이동했어. 어마어마한 대장정이었지.


내가 처음에 예상했던 아프리카는 찌는 듯한 더위에 나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벌판이 펼쳐진 곳이었어. 그런데 도착해 보니 푸른 나무들이 무성하고 다채로운 색이 가득한 곳이었어.

푸르름이 가득했던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첫 풍경
알록달록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1월은 건기에 속해 있어서 매우 건조하고 바삭한 날씨였어. 한국의 여름은 습하고 더운 반면, 탄자니아의 건기는 낮엔 태양이 작열해서 타는 듯 한 뜨거움이 있긴 하지만,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 시원한 날씨라고 하더라고. 하지만 우리 팀은 나무 그늘 아래 자리 잡고 쉴 새도 없이 계속 땡볕을 걸어 다녀서 그늘 아래 시원함이 뭔지는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어.


우리가 지냈던 곳은 YWAM(Youth With A Mission) 킬리만자로 베이스캠프였어.

사실 우리 팀은 원래 케냐로 가기로 했었는데, 2007년 12월 초에 케냐가 대통령선거 관련해서 폭동과 소요사태로 팀이 가기에 위험한 상황이라서 정말 급하게 나라가 변경되었어. 원래 탄자니아로 가는 팀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아프리카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갈 뻔했지만, 모두가 너무나 원했던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가게 되었어.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한국보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귀가 먹먹했어.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을 가르며 장장 8시간을 이동해서 킬리만자로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어. 킬리만자로 산이 아름답게 보이는 멋진 곳이었지.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식사를 하기로 했어. 현지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식당에 들어갔어. 점심식사는 현지식인 우갈리(스와힐리어: Ugali)였어. 전에 아프리카 다녀온 팀 사람들이 이야기해 주기를 우갈리를 먹는 게 쉽지 않다고 들었어. 일단 아무 맛이 안 나고(단맛, 짠맛, 쓴맛, 신맛, 떫은맛 등이 전혀 안남) 입에 들어가면 퍽퍽해서 마치 모래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서 바짝 긴장을 하고 있었지. 그리고 아프리카도 손으로 식사를 한다고 해서 손을 깨끗이 씻고 식당으로 들어갔어.


우갈리와 채소 볶음인 수쿠마(스와힐리어 :Sukuma), 그리고 콩을 삶아 만든 기데리(스와힐리어 : Githeri)를 함께 곁들여 점심으로 먹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어. 우갈리는 정말 아무 맛도 나지 않는 퍽퍽한 백설기 같은 느낌이었는데 짭조름한 수쿠마와 기데리와 섞어 먹으니까 나름 먹을만했어.

근데, 우리 팀장님이 좀 엄격한 분이어서 현지인들도 포크와 스푼을 사용하는데 굳이 손으로 먹은 건 안 비밀이야. 현지인들이 오히려 왜 손으로 먹냐고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그 뒤로는 포크와 스푼을 잘 사용했지.

현지식 우갈리(Ugali)와 기데리(Githeri), 수쿠마(Sukuma)


첫날은 그렇게 지나가고, 아프리카의 새벽이 밝아왔어.

숙소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서 새벽예배를 드리고 나오는데 맞이하게 된 킬리만자로 산은 너무나 아름다웠어. 킬리만자로 산은 영산(靈山)이라서 자신의 얼굴(산봉우리)을 잘 보여주지 않는대. 그래서 거의 구름에 가려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그날 새벽엔 우리에게 얼굴을 떡 하고 보여주는 게 아니겠어? 그래서 그런지 앞으로의 일정이 매우 기대가 되더라고.

Hello, Mt. Kilimanzaro

기대했던 일정이긴 하지만 덥고 건조해서 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을 걸어 다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 게다가 의사소통의 오류로 인해서 물 마시는 걸 제한한 팀장님 덕택(?)에 우리는 늘 좀비처럼 '물, 물, 물'을 외치며 걸어 다녔어. 오죽했으면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을 보고 팥빙수를 생각했겠어.


걸어서 학교로, 공터로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했어. 부채춤, 소고춤, 워십댄스, 드라마 킹오브 하트, 그리고 성악 솔로 공연을 했어. 공연에 필요한 짐은 차로 보내고 우리는 계속 걸어 다녔어. 나중엔 내가 걷는 건지 길이 움직이는 건지 모를 정도로 힘들더라고. 그래도 탄자니아의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은 너무나 즐거웠어. 같이 스와힐리어로 찬양하고, 노래 부르고 손잡고 춤추던 시간은 잊지 못할 거야.

안녕! 친구들!
Jambo! Jambo Bwana!

그렇게 며칠을 계속 강행군을 했어. 그날도 아주 힘든 날 중에 하나였어. 신기하게도 공연할 때는 구름이 가려서 그늘이 만들어지곤 했었는데 그날은 구름 한 점 없이 아주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라 팀원들이 다들 녹초가 되어 있었어.

공연을 끝마치고 짐 정리를 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가기 전에 잠시 쉬고 있는데, 현지 교회분들이 박스를 가져다주시더라고. 뭔가 하고 봤더니 병콜라, 환타, 스프라이트였어. 우리나라를 생각하고 당연히 시원하겠거니 하고 만져봤는데. 아뿔싸. 공기만큼이나 미지근하다 못해 뜨겁기 직전의 탄산음료였어. 근데 너무 힘들고 지쳐서 뭐라도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귀한 걸 챙겨주신 거에 감사해서 병을 하나씩 따서 마시기 시작했는데. 정말 눈이 번쩍 띄는 것만 같았어.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는 탄산음료는 처음 마셔보는 것처럼 시원하게 다들 원샷을 했지. 한국에서는 탄산음료 원샷은 해본 적도 없었는데 그냥 꿀떡꿀떡 목으로 한순간에 넘어가버리더라고. 그때 먹었던 탄산음료가 태어나서 먹었던 것 중에서 제일 시원하고 달콤했던 것 같아.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던 탄산음료

지금 다시 미지근한 병 탄산음료를 마시라고 한다면 그때처럼은 못 마실 것 같아. 그건 그때 그 자리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마법 같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매일매일 주어진 시간을 잘 보내고 즐기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오늘은 아주 더운 날이라 탄자니아 생각이 많이 나니까 냉장고에 시원한 탄산음료를 한번 마셔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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