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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끝없는 써칭의 시작

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by Kay

그날 이후 저는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전환했습니다.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시간의 가치입니다. 직장인의 경우 어떻게 해서든 그날그날만 넘기면 됩니다. 간혹 야근이 있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건 하루의 끝인 퇴근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의 출근이 있습니다. 이렇게 출근과 퇴근을 20여 회 정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한 달이라는 시간이 쌓입니다. 쌓인 시간이 바로 직장인의 월급이 됩니다.



월급을 얻기 위해 근로계약서를 회사와 체결합니다. 하루 8시간 근무와 규정된 휴게시간과 휴가 등 나의 시간과 월급을 맞교환하지요. 하지만 프리랜서, 특히 헤드헌터에게는 시간은 불확실성입니다. 내가 하루 종일 포지션에 적합한 후보자를 서칭 한다고 해도 합격이라는 결과가 없다면 투자한 시간은 그대로 매몰비용이 됩니다. 물론 적합한 후보자를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내가 투입한 ‘상당한’ 시간이 그대로 나의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적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투입 시간 대비 엄청난 소득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경력이 쌓일수록 불확실성은 감소하지요.



결과만이 나를 증명하고 소득이 되는 프리랜서의 세계는 참으로 어색했습니다. 내가 하루 종일 일을 하지 않고 놀아도 책망하는 상사가 없습니다. 성과만 내면 됩니다. 반대로 불철주야 일을 했지만 성과가 없다면 당장의 자리 유지도 어렵습니다. 직장인 시절, 나를 나타내는 방법이 ‘성실’밖에 없었기에 새벽출근과 근태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간만 쌓으면 소득이 되는 직장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습니다.



헤드헌터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일단 적합한 후보자를 찾는 일이 최우선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각 채용플랫폼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력서를 검토해야 합니다. 기업에서 온갖 화려한 문서를 잘 만드는 직장인도 막상 자신의 이력서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행간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꼼꼼히, 하지만 빠르게 검토해서 포지션에 적합한 후보자들을 추려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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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이 처음 헤드헌터를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만만치 않습니다. 평소 인터넷 검색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력서를 검색하고 검토하는 것은 북극과 남극 그 이상의 간극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매일매일 최소 6시간 이상을 써칭에 저를 밀어 넣었습니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느라 자연스럽게 거북목이 되었지만, 거북이가 되어도 좋으니 하루빨리 소득을 창출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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