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첫 소개팅
올해 들어 첫 소개팅을 했다. (나름 자만추라 사실 올해가 아닌 살면서 받은 첫 소개팅이라 해도 무방하지만) 회사 사람 소개로 업계 사람을 소개받았고 아무 생각 없이 호기심에 받아보기로 했다. 나는 딱히 외모를 볼 때 기준이 없다. 무쌍을 선호한다던지, 피부가 까만 사람이 좋다던지 아무리 얘기해 봤자 그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안다. 대신 분위기를 본다. 분위기라는 건 너무나도 주관적이라 일일이 묘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실 너무 어렵다. 사진으로 느껴지는 그 사람은 내 느낌에 딱 이렇다 할 임팩트가 없었지만 카톡 프로필만 보고 판단할 수 없기에 한번 만나보기로 했다.
회사 끝나고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외모를 볼 때 기준은 없다고 했지만 첫인상이 사진과는 조금 달라서 기대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내 예상과 다소 다른 느낌이었달까.
7시가 조금 넘은 강남은 퇴근한 사람들과 놀러 온 사람들로 너무 북적여서 어디든 웨이팅을 해야 했다. 우리는 간단히 덮밥을 먹기로 했고 테이블을 배정받고는 어색하게 물을 따르며 자기소개를 했다. 그리고서는 자연스레 음식 얘기로 시작해서 회사 얘기를 나눴다. 밥을 먹는 모습, 대화를 나눌 때의 눈빛과 말투, 질문하는 대화 주제 등을 토대로 짧은 탐색을 거친 결과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그 말은 즉슨 좋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식성이 아예 안 맞진 않았지만 술과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이었고, 다소 식상한 주제인 취미와 영화 이야기도 나눴지만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나 영화 취향도 묘하게 달랐다. 소개팅이란 게 원래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서로 일 얘기, 취미, 살아온 얘기 등을 하는 거라지만 어쩐지 나는 이런 모든 과정이 이상하고 따분하게 느껴졌다. 사석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요구와 수준에 맞춰 분명한 목적을 가지는 만남이라는 게 나에게는 그리 낭만적이지가 않았다.
아무튼 소개팅이라는 게 처음이라서인지 그 사람이 나와 맞지 않았던 것인지 일찍 자리를 떠나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사실 나는 그날 집으로 바로 가지도 않았지만)
그 후 딱히 애프터 신청이랄 것도 없었는 데다 그렇다고 해서 딱 잘라 거절할 방법도 몰랐기에 서로 어색한 인사와 가끔 타이밍 늦은 답장을 몇 번 주고받다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역시 소개팅은 나랑 안 맞는 건지, 그렇다고 해서 어디서 누굴 만나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그런 거일 수도 있겠고, 누군가를 만날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거일 수도 있겠다.
Lesson 3. 소개팅은 너무 잘 되려고, 또 너무 기대를 해서도 안 된다. 서로의 온도가 맞아야 성사되는 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