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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cret Y Jan 08. 2024

서른에 만난 남자들 - 2월

Chapter 2. 재회

재회는 왜 어려울까. 왜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나지 말라고 하는가. 결국엔 똑같은 문제로 비슷하게 헤어지기 때문이다. 재회를 했으나 다시 만나보니 똑같은 문제(결혼)에 예전보다 더 (안 좋은 쪽으로) 조심스러워졌고, 그 자체가 더 신경 쓰여 더 불안하고 불편했다. 말하진 않았지만 서로가 좀 더 예민해져 있음을 느꼈고 서로의 신경에 거슬리지 않도록 말을 아꼈다. 그런 주제를 피하려고 시답잖은 주제로 힘겨운 대화를 이어갔고 즐겁지 않은 일들로 아까운 시간들을 보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 대해, 관계에 대해 점점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대개 고백과 이별의 타이밍은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3년 전 어느 날 평소처럼 밥을 먹다 문득 깨닫는다. 그 사람의 눈이 오늘따라 반짝인다. 살짝 긴장한 모습이 평소와는 좀 다른 것 같다. 오늘 그가 고백하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3년 후 어느 날 평소와 똑같이 밥 먹고 카페에 가서 얘기를 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그 사람의 눈이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이 우리가 헤어질 날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헤어진 날은 이랬다. 밥을 먹고 카페에 있다가 나와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평소와 다름없다 생각했지만 평소와 조금 달랐던 것은 내가 전철을 타야 할 곳까지 데려다주는 게 평소보다 좀 더 귀찮아 보였다는 것이다. 굳이 데려다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뒤돌아서 가는 길에 5분도 안 돼서 전화를 걸었다.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있지 않냐고 대뜸 물었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뜬금없는 질문이었을 텐데 한참을 머뭇거리는 것을 보니 아마 그 사람도 이별이 다가옴을 감지한 것이 아니었을까. 꽤 오랜 침묵 끝에 '시간을 갖자'라고 하는 말이 왜 그렇게 무책임해 보였는지 모르겠다. 끝인 줄 알면서 끝까지 헤어지자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는 그 사람에게 이번에도 내가 못 참고 얘기해 버렸다. “시간을 가지면 달라질까? “ 정말 하고 싶은 말이 그게 맞는지 되물었더니 야속하게도 아니란다. 처음 헤어졌을 때에도 붙잡지 않아서 서운했지만 이번에는 화가 났다. 끝까지 나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사람이었구나. 마음이 확실하지 않다면 애초에 재회하지 말걸 그랬다. 그냥 3년 동안 좋았던 추억만 간직해도 됐을 것을, 왜 자신도 없으면서 덜컥 재회해 버린 것인지 너무도 후회가 됐다.


'헤어지자'는 말 대신 '시간을 갖자'는 말처럼, 어쩔 땐 상처 주지 않으려고 하는 말이 더 상처가 될 때가 있다. 시간과 온갖 감정을 낭비하게 하는 희망고문 같은 말. 지나고 보니 3년의 연애기간보다 이때 다시 만났던 두 달 남짓한 시간이 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서로에게 나을 수도 있다. 비록 상처가 될 수 있지만 작은 생채기쯤으로 여기고 금방 회복하는 것이 낫다. 아픈 줄도 모르고 있다가 깊숙이 베여버리고 나서 그 상처를 알아차리면 그 아픔을 감당하기가 더 힘들다. 나에게 이별과 권태기란 갑자기 찾아와 한 순간에 알아챘던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슬그머니 다가와 조금씩 하지만 계속해서 흔들어 놓았다. 평온하고 일상적이던 내 모든 것에 조금씩 균열을 내고 있었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외면했던 것 같기도 하다.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순간부터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상대의 마음도 나와 같기를 수없이 바랬다. 행여나 내가 놓으면 끊어질까, 그렇게 전전긍긍했지만 두 손으로 붙잡기에 이미 마음은 조각들이 나서 너무 멀리 흩어져버렸다. 마음은 서로의 두 손으로 붙잡지 않는 한 부서지기 쉬운 연약한 것이다. 함께 지키고 아껴주지 않는다면 나 혼자 붙들고 있는 것은 소용이 없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둘 중  한 사람라도 노력하지 않고 외면하고 회피하는 순간 그 관계는 끝이라는 걸.


Lesson 2. 회피형 남자는 절대 만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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