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우연히 들은 곡이 있어요. 호흡하듯 이어지는 플루트 음이 인상적이었던 곡이었죠. 작곡가의 이름은 오에 히카리. 뇌 헤르니아라는 희귀병을 갖고 태어난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의 아들입니다. 출생 후 얼마되지 않아 수술을 받고 6살이 될 때까지 식물인간처럼 살았던 아이였죠.
그런 아이에게 아버지는 히카리, 빛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어요. 사랑하는 이와 결혼해서 얻은 아이가 갖고 태어난 남다름을 그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그의 소설 <개인적인 체험>에서 등장한 버드, 그의 고뇌가 겐자부로의 마음속 이야기는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태어난 아이를 안락사를 시킬까, 수술을 시키고 키울 것인가란 고민이요.
그는 히카리에게 세상과 연결이 될 통로를 만들어 주었어요. 숲을 통해 들려오는 새소리에 반응하는 히카리를 보고 녹음테이프를 만들어 부인과 함께 일상에서 계속 듣습니다. 다양한 새소리와 새의 이름을 녹음한 파일들을 몇 년을 반복해 듣던 중 휴가차 찾은 산장에서 처음으로 히카리가 하는 말을 듣게 되었죠. 소리를 듣고 있던 히카리가 울음 소리의 주인공인 새의 이름을 말한 거예요.
히카리의 언어는 새소리에서 출발해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나누는 아빠, 엄마, 밥, 안녕하세요. 등등의 언어가 아닌 그만의 신호가 되어 준 자연의 소리에서요. 그래서인지 그가 만든 곡들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주파수로 마음을 두드려요. 듣고 있으면 말할 수 없는 평온을 느끼다가, 정제되지 않은 슬픔을 맛보다가, 다정한 그리움이 나를 품어 포근히 잠들게도 만드는...
그가 작곡한 곡과 함께 파도소리를 듣던 날이 있었어요. 말할 수 없는 슬픔이 고여 들어 마음을 채우던 저녁. 노을에 잠겨 날아가는 새들의 궤도를 올려다보다 느꼈던 평온을 기록해 봅니다.
히카리의 론도. 새들의 날갯짓으로 펼쳐지는 아르페지오 속에서 같이 곰곰해 보실래요?새들의 귀로를 따라, 음들을 따라. 우리들의 오늘 하루의 귀로는 어떤 모양의 온점일지 가만히 떠올려 보시며 힘내시는 오후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