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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o Oct 24. 2024

그대는 아네, 모오네?





 내 그림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이젠 명성을 기대하지 않아. 모든 것이 암담한 지경이고 무엇보다도 나는 여전히 빈털터리야. 좌절과 치욕, 기대 그리고 더 큰 좌절.

  - 1868년, 모네가 친구 바지유에게 보낸 편지 중









 이른 아침 눈을 감은 채 이불 밖으로 내민 발가락을 꼬물거려 봅니다. 서늘하고 맑은 공기가 와닿더군요. 습기가 사라진 느낌에 눈을 뜨고 창문으로 달려갔어요. 멀리 보이는 성주산을 따라 내려오는 햇살의 기운이 힘차고 다정하고 생그러워요. 며칠 만에 맑은 하늘이더군요. 간단한 세안만 마치고 모자를 쓴 채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시골 외곽으로 달려갔어요.



 청양의 칠갑산 쪽을 향해 달리다 보면 정말 시골스러운 풍경들이 눈에 들어와요. 은행잎이 한창 노랗게 물들 때면 은행나무 축제가 열리는 장곡리도 보이고, 곳곳에 숨겨진 작은 마을들의 정다운 인사가 따뜻하게 반겨주는 곳이라 목적 없이 길 따라나서도 그저 좋은 곳이죠. 달리다가 만난 풍경에 차를 멈춥니다. 풀잎에 이슬이 맺혀 햇살에 반짝이고, 전신주에 앉은 새들의 발랄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우는 곳에서 저도 들꽃인양 발을 딛고 기지개를 켭니다.









 

 요즘 저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아이들의 나침반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그들에게 지극히 꼰대스러운 말들만 해대며 무조건 공부해라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 중이죠.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고사될 직업군들도 많고 지금의 가치가 내일의 가치와 똑같을 리 없는데도 똑같은 삶의 행로만을 주입하고 있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내일을 그리고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스스로에게 계속 반문하며 답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두려움이 앞서요. 제가 못나서일까요?


 

 그러다 만난 클로드 모네, 그의 생애에서 용기를 얻습니다. 19세기 화가들은 그들의 세상을 위협하는 가공할 만한 힘을 가진 카메라라는 존재로 인해 많은 화가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죠. 그런 시기에 카메라의 원리, 빛을 이용해야만 하는 이 기계의 원리를 파고들어 공부했던 사람이 바로 클로드 모네였어요.



 사물의 색과 형은 빛에 의해 변한다는 걸 깨닫고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꿔버린 그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인상파라 불리는 황홀한 색의 향연들로 이루어진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죠. 카메라처럼 자연을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그리고 싶었다는 모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미술계에 처음부터 받아들여진 건 아니었죠.



 제가 좋아하는 작품 중의 하나인 "인상, 해돋이"입니다. 당시 대중들은 총에 물감을 넣어 캔버스에 발사한 그림이라고 평했다죠. (그... 그렇게도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간 모네는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을까요?




인상, 해돋이. 1872년







 특히 그가 1890년, 50세가 되던 해에 건초더미를 놓고 연작으로 그린 풍경을 보면 계절에 따른 빛의 고도가 달라지며 그 아래 놓인 풍경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 얼마나 치열하게 연구하고 기록했는지를 알 수 있어요. 같은 장소여도 만나는 풍경이 하나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그린 모네를 통해 매일 만나는 평범한 풍경이라고 생각하며 주변의 것들을 소홀히 했던 저를 반성하게 되었죠.




 
늘 존재하기에 하찮게 보이는 빛과 자연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존재이다.





 인정받지 못하는데서 오는 울분과 우울 등으로 그가 자신의 작업을 포기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인상주의라는 새로운 미술세계를 우리는 만날 수 없었겠죠. 열정과 노력이 있어도 늘 돌아오는 것이 조롱과 비아냥이어도 묵묵히 자신을 채운 모네의 모습이 제게 큰 울림을 줍니다. 존폐의 위기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내고 입구만 만든 것이 아니라 혼신을 다해 그 길을 개척해 낸 화가의 생애가 제게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응원으로 다가왔거든요.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 시리즈









 아침빛이 주는 위안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여 봅니다. 인터스텔라 주인공처럼 비장하게, 바람으로 소가 핥은 것 마냥 한쪽으로 쏠린 머리를 넘기며 외쳐 보았죠.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허둥대는 오늘도 잠잠해지고, 불안에 떠는 마음도 잠재우고 더 좋은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겠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도 더 연구해야겠어요. 다짐이 많아지죠? 또 무엇보다 나를 더 많이 키워야겠어요.





















* 같이 듣고 싶은 곡


조용필 : 그래도 돼


https://youtu.be/pwZLLgcOKGw?si=p_wXF4xdsK2eZK7S













#모네는모를나의다짐

#조용필

#그래도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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