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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Bono
Nov 14. 2024
9분의 1, 무한에 갇힌 가마우지
9분의 1, 무한에 갇힌 가마우지
손톱에 든 풀물이 흐릿해지고
빛의 화관이 달의 입김에 지워질 즈음
멀리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로
시간이 가늠되던 우리들의 어린 날
열기를 비워내 유순해질 때면
돌아갈 준비를 하는 주머니는 비어 있었지
하나 더 움켜쥐고 감추려고 애쓰지 않고
어깨 나란히 마주 앉아 나누는 법을
먼저 배우던 날들이었지
나는 지금 연체동물들을 보고 있어
종소리가 들리면 육체가 허물어지는
새로운 종의 인류라 할까?
잘파*라 부른다지
어디에도 만나본 적 없을지도 몰라
그러니 그대, 쉽게 놀라지 않기를 바라
이들의 세상은
우리가 지난 적 없는 웜홀이야
인류의 생존을 위해 우주선이 낙하하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란 말이지
미래라는 추상의 시간을 향해
수직으로 뻗은 통로가 실재한다니까
빼곡히 새겨진 눈금도 있어
한 칸의 눈금을 오르려면
9분의 1 바늘 틈을 지나야만 해
9분의 1의 9분의 1
다시 9분의 1의 9분의 1의 1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경쟁의 극한값
나누어지지 않는 소수점의 세상으로
몸을 던지는 잘파의 아이들은
목줄을 멘 이강의 가마우지들
건져 올린 물고기를 입에 물었지만
삼킬 수 없어 헛배 앓이에 시달리는 새
저들이 쏟아내는 문자들이 서로를 조각내
눈금 사이에서 소멸하기 전에
우리는 알아야만 해
같은 눈높이에는 설 수 없는 존재들
나노미터의 눈금에 맞춰
관절이 틀어지고 홍채는 작아져 버린
빛과 소리에만 반응하는 잘파
이들이 만들 내일은 무슨 색일지,
당신은 그려본 적 있을까?
*잘파세대 : 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자인 Z세대와 2010년-2034년에 태어난 알파세대를 합한 신조어
* 같이 듣고 싶은 곡
안신애 : 할렐루야
https://youtu.be/d27AxYPr_8k?si=xYhtqso8j2hpSrNm
# 모던포엠
# 24년10월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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